인간 vs AI(인공지능) 대결, 스코어는 4:1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7.02.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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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퀴즈‧바둑‧포커 모두 인공지능에 패배…‘번역 대결’ 정확도서 승리해 자존심 지켜

2월2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인간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번역 대결은 인간의 압승으로 끝났다. 번역기가 우세한 것은 압도적으로 빠른 번역 시간뿐이었다. 간단한 표현을 빠르게 번역하는 것을 제외하면 인공지능의 번역은 아직 인간과 비교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해왔던 인공지능의 역사를 보면 안심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비유적 표현 없이 전문용어를 쓰는 의학 분야의 경우, 3년 안에 매끄러운 번역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다가 약점을 보완한 뒤 승리를 차지한 사례들도 많다. 지금까지 펼쳐진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 그 결과는 어땠을까.

 

ⓒ 인포그래픽 - 시사저널 김혜진


■ 체스 

 인공지능 ‘딥블루’ 승리-인간 패배 

 

체스에서는 오래 전부터 인공지능과 인간의 ‘진검 승부’가 펼쳐져 왔다. 1989년 러시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 IBM의 인공지능 ‘딥쏘트’(Deep Thought)의 체스 대결이 그 시초였다. 카스파로프는 딥쏘트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IBM은 1996년 ‘딥쏘트’를 업그레이드시킨 ‘딥블루’(Deep Blue)를 내세워 재도전에 나섰다. 딥블루는 카스파로프와의 첫 대국에서 승리를 거두며 세계 체스 챔피언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둔 최초의 컴퓨터가 됐다. 그러나 일반적이지 않은 변칙 수에 혼란을 겪어 총 전적 3승2무1패로 패배했다. 다시 1년 뒤인 1997년, 딥블루는 약점을 보완해 다시 한 번 카스파로프에게 도전장을 던졌고, 2승3무1패로 승리를 거뒀다.

 

 

■ 퀴즈 

 인공지능 ‘왓슨’ ‘엑소브레인’ 승리-인간 패배 

 

인공지능 분야에서 본격으로 대중의 이목을 받은 것은 IBM에서 개발한 ‘왓슨(Watson)’이었다. 왓슨은 2011년 미국 CBS 퀴즈쇼인 ‘제퍼디’에서 인간을 제치고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왓슨 외 참가자 두 명은 제퍼디쇼 최장 기간 챔피언과 제퍼디쇼 최고 상금 수령자였다. 

 

퀴즈쇼는 사회자가 어떤 단어에 대해 설명을 하면 제일 먼저 부저를 누르고 정답을 말하는 사람이 베팅한 만큼의 상금을 가져갈 수 있는 방식이었다. 왓슨은 사회자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기존에 입력된 데이터들 중 가장 가능성이 있는 답들을 수집한 뒤 가능성 있는 답들이 얼마나 정답에 근접할 수 있는지 평가했고, 그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을 정답으로 결정해 부저를 눌렀다.

 

최근에는 토종 인공지능도 퀴즈에서 인간에게 승리했다. 2016년 1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인공지능(AI) ‘엑소브레인(Exobrain)’이 EBS 장학퀴즈에 참가해 완승을 거뒀다. 참가자는 장학퀴즈 시즌1 우승팀 참가자들과 수능시험 만점자, 방송사 두뇌게임 프로그램 준우승자 등 4명의 퀴즈왕이었다. 

 

 

■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 승리-인간 패배 

 

바둑은 경우의 수가 다양해 오랫동안 인공지능이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었다. 향후 50년간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인간을 이길 수는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15년 10월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는 유럽 챔피언인 판후이 2단을 5:0으로 완파했다. 2016년 3월에는 이세돌 9단과 맞붙었다. 결과는 알파고의 승리였다. 5차례에 걸쳐 진행된 대국에서 알파고는 4승 1패로 압승을 거뒀다. 

 

얼마 전 한국랭킹 1위인 박정환과 세계랭킹 1위 커제, ‘이세돌 9단의 숙적’ 구리, 일본랭킹 1위 이야마 유타 등 세계 정상급 기사들을 상대로 60연승을 거두며 파란을 일으킨 한국 국적의 바둑 고수가 알파고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알파고는 인간-인공지능 간 바둑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 포커 

 인공지능 ‘클라우디코’ 승리-인간 패배 

 

바둑이 무너지고 난 뒤에도 인공지능이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 공언되는 것 중 하나가 포커였다. 상대방의 패를 모르는 상태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포커는 심리적인 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클라우디코’(Claudico)는 지난 2015년 4명의 인간과의 포커대결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인공지능과 인간의 포커 대결 결과는 달랐다. 지난 1월 미국 피츠버그에 위치한 리버 카지노에서 열린 ‘헤즈-업 노리미트 텍사스 홀덤(Heads-up No-Limit Texas Hold’em)’에서 인공지능 포커 시스템 ‘리브라투스(Libratus)’는 세계 최고 프로 포커 플레이어인 김동규, 지미 추, 다니엘 맥컬레이, 제이슨 레스 등 4명에게 승리를 거뒀다. 프로 4명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리브라투스는 176만6250달러의 칩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 번역  

 인간 승리-인공지능 ‘네이버 파파고’, ‘구글 번역기’, ‘시스트란’ 패배 

 

인간은 ‘번역 승부’에서는 승리를 거둬 자존심을 지켰다. 전문 번역사 4명과 인공지능의 대결 승부에 쓰인 번역기는 네이버 파파고, 구글 번역기, 번역업체 시스트란의 번역기 등 세 가지 제품의 상용 버전이었다. 한국통번역사협회가 심사위원이 돼 번역 평가 국제기준으로 심사한 결과, 한영 번역에서 번역사들이 30점 만점에 평균 24점을 받았지만 인공지능은 8~13점을 받았다. 영한 번역에서도 번역사들은 평균 25점을 받았지만 인공지능은 9~15점에 그쳤다. 

 

“강아지가 이불에 실례를 했단다”라는 문장을 인공지능은 “그는 담요에게 무례했다”고 번역했다. 기사 번역도 오역이 많았다. 번역사가 번역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한 시점은 기술 발전의 역사와, 또한 세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음을 지금은 다들 인정한다”라는 문장을 네이버 파파고는 “그 순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소개했다 technology(기술)와 세계의 역사에 있어 온 중추적인 접합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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