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흡연 경고 그림’은 정말 효과 있을까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7.02.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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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구 “금연 지속에 도움”, 국내서는 담배 케이스 판매만 급증

흡연가들의 설 땅은 좁아졌고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 변방으로 밀려나는 중이다. 도심 한가운데 사무실에서는 흡연구역 찾아 삼만리가 벌어진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금연아파트로 바뀌면서 베란다조차 사수할 수 없게 됐다. 

 

공간의 제한은 이미 상식이 됐고 이제는 심리적 압박까지 가세했다. TV와 라디오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흡연으로 질병을 얻은 환자들의 ‘자기고백 광고’가 많아졌다. 여기에 정점을 찍은 건 지난해 12월23일 담뱃갑에 부착된 흡연 경고 그림이다.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그림을 붙인 이유는 명확했다. "경고 그림을 표기하면 담배의 폐해를 알리고 흡연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의도였다.

 

그렇게 시작한 그림.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고 있을까. 아직 그런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담배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매출에서 특이점은 발견되고 있지 않다. 경고 그림 제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KT&G 관계자는 "매년 초에는 금연 결심을 하는 흡연자들이 많기 때문에 매출은 매번 줄어든다. 그 감소치를 감안할 때 아직까지 특별한 흐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담배 매출은 1분기(1~3월)에는 감소하다가 2분기(4~6월)에 상승 곡선을 그리며 원점으로 회복하기를 매년 반복해왔다. 따라서 만약 담뱃갑 경고 그림의 효과를 증명하려면 2분기 매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23일부터 흡연의 폐햬를 방지하려는 의도로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이 부착되고 있다. ⓒ 연합뉴스

87%의 캐나다인, “담배 그만 피고 싶다”

 

정말 담뱃갑의 경고는 금연에 효과를 줄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기 때문에 해외의 사례를 찾아봐야 한다. 일단 국가마다 담배갑 경고 그림의 표시 면적(앞․뒷면 평균값)은 다르다. 캐나다 암협회(CCS)가 2014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경고 그림이 가장 강력한 곳은 태국이다. 태국은 담뱃갑 85% 면적에 경고 그림이 들어간다. 2위인 호주도 82.5%다. 3위인 우루과이는 80%고, 4위인 브루나이와 캐나다, 네팔은 75% 정도에 경고 그림이 들어간다. 이 정도면 담뱃갑 전체에 무서운 그림으로 도배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담뱃갑 앞면과 뒷면 면적의 30%를 넘는 크기로 경고 그림을 넣어야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글자로 된 경고 문구까지 포함하면 50%를 넘어야 한다. 

 

경고 그림은 2001년 캐나다가 최초로 도입했다. 2015년 기준으로 ▽영국 ▽프랑스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77개국이 경고 그림을 도입했다. 그리고 2016년 우리나라도 여기에 추가됐다. 그림의 크기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2014년을 기준으로 담뱃갑의 절반 이상 면적에 경고 문구가 아닌 그림을 적용하는 곳이 60개국이다. 

 

경고 그림은 효과가 있을까. 가장 먼저 도입한 캐나다를 보면 효과가 전혀 없는 것 같진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 보고서에서 캐나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경고 그림을 도입한 뒤 흡연자들 중 “담배를 그만피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이전 20%에서 87%로 높아졌다. 캐나다 내에서는 경고 그림을 도입했더니 흡연율이 2.87~4.68% 감소했다는 추정을 내놓았다. 경고 그림의 효과는 문자보다 더욱 강렬한 공포를 준다. 게다가 하나 더, 글자를 읽지 못해도 상관없다. WHO는 “문맹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012년 호주 빅토리아 주 건강진흥재단 담배관리국의 티메아 파르토스 교수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4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담뱃갑 경고 그림이 금연한 사람들의 재흡연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영국 의학전문지 'Tobacco Control'에 발표했다.

 

경고 그림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흡연자가 흡연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얘기는 많았다. 반면 파르토스 교수의 연구는 흡연 경력자의 금연을 지속시키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로 한정했다. 연구팀은 4개국이 참가하는 '국제 담배 규제 4개국 정책 평가 프로젝트(ITC-4)'의 2002~2009년 데이터에서 최근 금연한 흡연자 1936명을 골라 금연 1년 뒤 흡연 재발율과 담뱃갑 경고 그림에 주목한 빈도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실험 대상자에게는 최근 1개월간 담뱃갑 경고에 눈을 고정한 횟수에 따라 흡연이 건강에 끼치는 위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흡연 욕구를 억누르는데 도움이 됐는지를 물었다.

 

 

“경고 그림은 금연 유지에 도움 돼”

 

조사 대상 4개국은 경고 표시의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캐나다는 2001년부터 시작했으니 가장 오래된 국가로 담뱃갑 앞뒤에 절반인 50% 크기로 경고 그림을 넣고 있다. 호주는 2006년부터 앞면 30%, 뒷면 90%에 경고 그림을 넣었다. 영국은 2008년부터 앞면 40% 크기로 경고 문구를, 뒷면 절반에는 경고 그림을 표시하는 게 의무화됐다. 

 

금연 1년 뒤 실험자의 절반 이상인 57.5%가 “금연을 계속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흡연재발률은 국가마다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흡연 경고에 대한 반응은 차이가 났는데 특히 경고 그림에 시선을 고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흡연 경고 그림이 금연을 유지하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사람은 41%였다. 반대로 "쓸모가 없었다"고 답한 사람도 절반인 50%였다. 하지만 "도움이 됐다"고 답한 사람의 흡연재발률은 "쓸모가 없었다"고 답한 사람의 재발률에 비해 낮았다. 파르토스 교수는 "담뱃갑의 경고 그림이 흡연 경험자의 금연을 지속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우리네 담뱃갑 경고 그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일단 4월 이후의 담배 판매량을 보면 그 효과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신호가 먼저 등장했다. 그림에 시선을 고정하기 보다는, 그림을 피하는 경우가 늘었다. 혐오스런 그림을 보지 않기 위해 흡연자들이 선택한 건 ‘담배 케이스’였다. 오픈마켓 '옥션'의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담배 케이스의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7배 이상(674%) 늘었다. 다른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에서도 작게는 280%, 많게는 600% 이상 담배 케이스 판매가 급증했다. 

 

 

경고 그림 도입 후 국내 담배 판매량 증가

 

일부 매장의 경우 경고 그림을 가리기 위해 담배를 거꾸로 진열하는 등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조만간 담배 회사에서 경고 그림을 가리는 진열대가 나온다는 소문까지 편의점 업주들 사이에서 돌고 있을 정도다. 현행법상 경고 그림을 가려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최근 이런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때문에 담뱃갑 경고 그림이 실제 흡연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에 대한 물음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경고 그림을 도입한 이후 담배 판매량은 더욱 증가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담배 판매량은 2억8000만 갑으로 지난해 1월(2억6700만 갑)보다 오히려 4.9% 증가했다.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그림만 보지 않으면 담배를 피는데 지장 없다는 흡연자들과 판매업자의 회피책. 오히려 우리 금연 정책의 실효성만 의심받게 만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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