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주창하는 살인과 테러…극우단체들의 ‘백색테러’는?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7.02.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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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단 모집•살해 예고까지, 도 넘어선 탄핵 반대 극우세력들의 행동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극우세력들의 반발이 ‘백색테러’로 나타나고 있다. 본래 백색테러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암살, 파괴 등을 수단으로 하는 우익세력의 행위들을 일컫는 것으로, 좌익에 의한 테러인 ‘적색테러’와 구별해 사용된다. 탄핵심판 판결이 임박하면서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 세력들의 폭력성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야권 대선 주자에 대한 테러 예고도 이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 캠프 김경수 대변인은 2월 23일 "(테러에 대한) 복수의 제보가 있었고, 모종의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며 "제보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단순한 장난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경찰은 2월25일 제17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경호 인력을 배치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정 아무개씨가 친박 단체의 탄핵 반대집회 이후 촛불집회 장소로 이동해 문 전 대표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예고한 첩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다. 

 

2월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 인근에서 태극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기각'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지난해 12월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온라인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 게재된 ‘암살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라는 내용의 글에도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좌익선동자’로 지목됐다. 국가와 나라를 생각해서 좌익선동자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보수단체 ‘박대모(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임)’ 게시판에는 ‘할복단 모집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할 할복단을 모집한다는 것으로, 당시 글을 올린 박대모 중앙회 경북본부장 윤 아무개씨는 "대통령 관련 허위·거짓보도 언론과 탄핵 찬성에 동참한 새누리당 의원, 검찰 등을 심판하고자 광화문 집회 현장 할복단원을 구성한다"면서 "준비물은 30㎝ 횟칼과 흰장갑, 유언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사모 회장에게 할복단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탄핵심판 결정 앞두고 특검•헌법재판관 위협도

 

극우세력들의 의사 표출은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더욱 과격해졌다. 박 대통령의 혐의를 밝혀낸 특검에 대한 위협도 시작됐다. 박영수 특검 자택 앞에서 열린 친박단체의 집회에서는 “특검을 처단해야 한다”, “목을 쳐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이 나왔다.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 앞에서 열린 또 다른 집회에서는 박영수 특검과 이규철 특검보를 교수형에 처하는 사진을 내걸기까지 했다. 경찰은 박 특검과 4명의 특검보 등에 대한 신변보호 요원을 투입했다. 

 

2월27일 열린 탄핵심판 최종 변론을 앞두고는 박사모 게시판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을 올린 20대 최 아무개씨는 “이정미가 판결 전에 사라져야 한다. 나는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 나라를 구할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살인을 예고했다. 협박글이 논란이 되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심적 압박을 느낀 최씨는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2월23일부터 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재판관 8명 전원을 24시간 밀착 경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암살살수단’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문자 메시지도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해당 문자 메시지에는 “언제라도 죽음을 준비한 분으로서 유서를 작성해두신 20~65세까지, 무술에 능하신 분은 더욱 좋고, 무술을 전혀 못하셔도 열사로서 유관순•윤봉길•안중근처럼 사즉생의 각오로 자초될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하는 애국 열사를 모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해당 문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7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특검 규탄' 집회에 박영수 특검과 이규철 특검 대변인을 교수형하는 사진이 걸려있다. ⓒ 연합뉴스

집회서 시민 폭행•인화성 물질도 소지해 소동

 

광장에서도 과격 행위는 이어졌다. 지난 주말에 열린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집회에서는 각종 과격 발언을 하고 시민을 폭행하는 등 도 넘은 행위들이 등장했다.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액체를 들고 있던 이 아무개씨가 경찰에 검거되는 소동도 발생했다. 탄기국이 탄핵 인용을 반대하는 무기한 단식과 3.1절 대규모 탄핵반대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탄핵 심판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는 3월 이후로는 이러한 폭력적 행동들이 더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야당은 이와 같은 백색테러 위협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사모를 향해 “살인과 테러를 주창하고 내란을 선동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서울시와 저는 이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떻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재판관 살해 협박을 하고 특검 테러를 주장할 수 있나”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테러를 조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인적인 행동보다는 조직적 행동으로 보인다. 배후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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