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변론서 기존입장만 반복한 박 대통령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7.02.2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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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낭독 19분…6시간 반만에 끝난 ‘대통령 빠진 최종변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최종변론이 2월27일 오후 8시30분을 조금 넘긴 시간 끝났다. 이날 오후2시부터 시작된 최종변론은 총 6시간 30분에 가까운 시간 끝에 종료됐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그동안 변론을 위해 수고한 대통령과 국회 양측 대리인단에 감사인사를 전하며 모든 변론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날 헌재 앞은 하루 종일 탄핵지지자들과 ‘탄핵기각’을 주장하는 박 대통령 지지자들, 이들의 충돌을 막으려는 경찰 인원으로 북적댔다. 

 

헌재는 내일(28일)부터 재판관 의결 조율을 위한 평의절차를 약 2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선고기일은 재판부가 추후 기일을 지정해 양측에 통지할 예정이다.​

 

대통령 서면의견서 제출…기존 입장과 달라진 바 없어

 

전날 박 대통령의 불출석 입장을 밝힘에 따라 최종변론은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부재 속에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대리인단을 통해 서면의견을 제출했으며 이 서면은 대리인단의 이동흡 변호사가 재판부의 허락을 얻어 대신 읽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인 2월27일 헌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심판 최후변론에서 최후진술을 준비 중이다.  ⓒ 시사저널ⓒ 시사저널


박 대통령은 소추 의견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대리인단을 통해 대독한 서면의견서를 통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펼친 많은 정책이 저나 특정인 사익을 위한다는 것이라는 수많은 오해와 의혹에 휩싸여 모두 부정한 것으로 인식되는 현실이 참담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서면 의견서 내용에 내비쳐진 대통령의 입장은 내용면에서 1월25일 보수성향의 언론인 정규재씨가 운영하는 인터넷TV에 나와 보여준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공무상비밀누설과 관련해 “각종 연설의 중요 포인트는 보좌진과 의논해 작성했지만 전문용어 표현으로 일반국민의 입장에서는 말하는 사람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을 가끔 경험했다”며 “모든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공감하는 표현을 위해 최순실씨에게 물어본 적이 있고, 쉬운 표현의 조언을 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씨에게 도움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비밀 누설을 했지만 ‘더 좋은 연설문을 만들기 위해’였다는 것이다.

 

인사권 남용부분에 대해서도 최씨의 개입을 부인했다. 대통령은 “인사의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이고 그 책임 역시 대통령의 몫”이라며 “일부 공직자 중 최씨가 추천한 인물이 임명됐다는 얘기가 있으나 최씨로부터 공직자 추천을 받아 임명한 사실이 없고 개인적 청탁을 받아 임명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지난해 국정조사와 지금까지의 특검 수사 결과와는 상당히 배치되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또 최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련 소추사유 부분과 언론자유 침해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문화체육분야를 위해 기업 투자를 강조했고 기업인들도 한류가 세계에 널리 전파되면 해외진출 사업에 도움된다면서 저의 정책방향에 공감했다. 전경련 주도 문화체육재단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기업들이 저의 뜻에 공감한다는 생각에 고마움을 느꼈고 정부가 도와줄 방안을 찾아 적극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1월4일 2차 대국민담화문에서 밝혔던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표현이다.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서도 ‘좋은 뜻’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좋은 뜻’ 이재용 구속돼 가슴 아프다”

 

“그렇게 좋은 뜻을 모아 설립한 재단이 제가 믿었던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왜곡되고 적극 참여한 유수의 기업 관계자가 검찰과 특검에 소환돼 조사받고 급기야는 글로벌 기업의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되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프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어떤 기업으로부터도 청탁을 들어준 적 없고, 불법적 이익도 얻은 사실이 없다”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해 세계일보 사장을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는 언론자유 침해 부분에 대해서는 “조한규 전 사장의 해임을 지시하거나 알면서도 묵인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부분과 관련해서도 “구조와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도록 독려했다”며 “일각에서 언급하는 미용시술, 의료처치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장이 2월27일 헌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심판 최후변론에서 의견진술을 시작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날 최후변론은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 법제사법위원장의 국회측 의견진술로 시작됐다. 권성동 의원은 "국민은 피를 흘려 공산세력의 침입을 막아냈고,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했다. 국민은 공동체를 앞세웠고, 자유와 정의 수호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했다"며 의견진술서를 읽어내려가던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뒤이어 진술대에 오른 국회 측 대리인 황정근 변호사는 "'대통령은 결코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치의 대원칙을 분명하게 선언해 달라"며 박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했다. 황 변호사는 ▲공무상 비밀누설 ▲최순실 국정개입 허용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무원 임면권 남용 등 박 대통령을 파면해야 하는 17가지 소추사유를 제시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대통령 대리인단의 첫 주자는 이동흡 변호사였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대통령 대리인단의 마라톤 변론은 4시간 반 후에야 끝났다. 이 가운데 박 대통령의 서면의견서를 낭독하는데 걸린 시간은 19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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