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 더더욱 공고해졌다
  • 송창섭·송응철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7.03.07 11:19
  • 호수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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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쇄신안, 지주사 전환으로 지배구조 개편 노려…‘이건희 라인’ 한꺼번에 물갈이

3월1일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공식 해체되면서 실질적인 ‘이재용 삼성’의 서막이 올랐다. ‘관리의 삼성’을 상징했던 미전실의 퇴장은 그동안 고(故)이병철-이건희 회장 체제의 삼성으로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다.

 

이번 쇄신안은 삼성 임직원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대국민 사과 차원에서 미전실 개편 정도를 생각했지, 이 정도로 센 게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삼성전자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지금도 그룹 쇄신안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룹 안팎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쇄신안의 여진(餘震)은 ‘현재진행형’이다. A씨의 말처럼 삼성 내부에서는 ‘미전실 해체’라는 골격만 세워졌을 뿐, 세부안을 놓고 여러 가지 설(說)이 난무했다. 한 대기업 대외협력 담당자는 “미전실을 없애되, 인력은 삼성전자 내에 별도로 남겨두는 설이 유력했었지만, 발표된 안(案)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파격 그 자체”라고 말했다. 3월1일자로 미전실 수뇌부 9명 전원이 사퇴한 것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비견될 만큼 파격적인 변화다. 그룹이 사실상 해체됨에 따라 계열사들도 각자도생이 불가피해졌다.

 

반대로 미전실 해체는 이사회 중심으로의 변신을 의미한다.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경영의 중심에 이사회가 자리 잡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지주회사 담당 애널리스트는 “하버드에서 공부를 한 이 부회장에게 이사회 중심 경영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면서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나올 법한 이야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청문회장에서 이 부회장이 별다른 고민 없이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미 오래전부터 이사회 중심 경영을 구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시사저널 박정훈·뉴시스

삼성전자, 투자사·사업사 인적분할 가능성

 

미전실 해체가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을 앞당길 거라는 전망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회사 분할 시 자사주 취득을 제한하고 반드시 자사주를 미리 소각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담은 상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현행 상법상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회사를 분할할 경우 사실상 의결권이 부활돼 대주주가 자금 투입 없이 손쉽게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도구로 활용돼 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가치 제고방안의 일환으로 제기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등의 요구에 대해 “향후 6개월간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이 부회장은 구속됐지만, 지주사 전환은 그보다 더 시급한 당면과제다. 지주사 전환은 3~4년의 시간이 필요한 중장기 과제다. 오너 부재를 이유로 지주사 전환을 미루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주사 전환을 늦출 경우, 기관투자가들에게 오너의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을 자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지주사 전환이 본격화될 경우 삼성그룹은 어떤 구조로 변신할까. 국내 증권가에서는 인적분할로 삼성전자가 ‘투자회사 삼성전자’와 ‘사업회사 삼성전자’로 나눠지며, 투자회사 삼성전자가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주회사 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17.08%의 지분을 가진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다. 또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2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가 되고 그 아래 투자회사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간 지주회사로 둘 경우, 지배구조를 좀 더 단출하게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회사 삼성전자는 사업회사 삼성전자와 비(非)금융계열사를, 삼성생명은 금융계열사를 아우르게 된다. 삼성이 쇄신안에서 전자·물산·생명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겠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미전실을 해체하면서 9명의 수뇌부를 동시에 내보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삼성 내부에서는 미전실 수뇌부들의 물갈이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경영 최일선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이 대폭적인 임원 인사로 체제 개편에 나설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최지성 부회장(미전실 실장)과 장충기 사장(미전실 차장) 등 미전실 수뇌부가 대거 배제될 것이란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을 위해 수족처럼 움직여줄 인사들로 자리를 채워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체제를 유지할 경우 이 부회장은 사실상 ‘부친의 그늘’ 아래서 경영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의 최측근인 최 부회장은 2012년 6월부터 미전실장을 맡아온 명실상부한 그룹 내 2인자다. 특히 이 회장 와병 이후 최 부회장의 삼성 내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이재용 체제’ 전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장 사장은 이 회장 체제 때 2인자를 맡은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미전실의 전신) 실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 안팎에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오히려 미전실을 정리하고 새로운 친정(親政)체제를 구축할 ‘명분’을 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심 재판 앞두고 추가 쇄신안 나올 수도

 

일각에서는 이번 쇄신안 발표가 향후 이재용 부회장이 받게 될 재판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를 청산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재판부로부터 관대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쇄신안이 재판부가 양형을 정하는 데 어느 정도 참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재판부가 정상을 참작해 형량을 줄여주는 작량감경을 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형량이 징역 3년 이하로 낮아질 경우 집행유예도 가능해진다. 이 부회장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도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이런 식으로 작량감경을 받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면서 구속을 피할 수 있었다. 삼성 내부에선 5~6월 사이로 예상되는 1심 재판을 전후로 추가 쇄신안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이 부회장도 재판을 앞두고 재산 사회 환원을 포함한 추가 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집행유예를 이끌어내는 것이 삼성의 노림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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