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가짜뉴스, 승자는?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3 16: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괴 보유설․치매설 등 종류 다양…가짜뉴스대책단 구성한 더문캠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64)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에, 경고등이 하나 켜졌다. ‘가짜뉴스(fake news) 주의보’다. 부동의 지지율 1위 후보이니만큼 문 전 대표는 가짜뉴스와의 끝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금괴 보유설․치매설․예비내각 내정설 등이 온라인 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타고 빠르게 확산된 대표적인 ‘문재인 가짜뉴스’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전두환 표창’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결국 문재인 선거캠프(더문캠)는 3월9일 가짜뉴스와 인터넷의 허위 게시물에 대응하기 위한 ‘가짜뉴스대책단’을 구성했다. 가짜뉴스대책단의 단장은 전 아프리카TV 사장이었던 문용식 전 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장이 맡았다. 

 

© 시사저널 이종현·Pixabay

가짜뉴스대책단에선 가짜뉴스 뿐만 아니라 문 전 대표의 엘시티 비리 주범설․빨갱이설․최순실태블릿PC 보도 배후설 등 악의적인 정보를 집중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더문캠이 개설한 시민 신고 홈페이지에는 3월23일 현재 가짜뉴스를 포함한 유언비어에 대한 신고가 6000건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신고건수만 300여건이다. 

 

문용식 단장은 “선거를 앞두고 노컷일베․뉴스타운 등 극우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문 전 대표에 대한 가짜뉴스가 집중적으로 생산․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짜뉴스가 진실을 가리고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하고 악질 유포자에 대해 일벌백계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가짜뉴스는 예고된 위험이었다. 이미 지난해 미국 대선과정에서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주며 ‘주요 선거 변수’로 떠올랐다. 세계신문협회가 선정한 ‘2017년 가장 주목해야할 저널리즘 이슈’로 가짜뉴스가 선정되기도 했다. 때문에 대선정국에 들어선 한국 역시 가짜뉴스의 공격에서 안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시작되기 전부터 가짜뉴스가 유포되기 시작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와 함께 더욱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문 전 대표의 아들 문준용씨에 대해 제기된 채용 특혜 의혹도 그 중 하나다. 문준용씨가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에 단독 지원해 취업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권재철 한국고용정보원장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전 대표 아래서 행정관을 지냈다. 이를 두고 특혜 시비가 불거진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아들 특채’ 의혹은 2012년 대선 때 이미 제기된 바 있다. 

 

문 전 대표가 다시 유력 대선 주자로 등극함에 따라 ‘아들 특채’ 문제가 온라인상에서 다시 논란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지난달 16일 관련 게시글 4건에 대해 중앙선관위 사이버범죄대응센터에 ‘위법 게시물 삭제 직권 판단’ 요청서를 제출했다. 더문캠에 따르면 최근 중앙선관위는 ‘문준용 5급 공무원 단독지원 취업’ 의혹 제기를 허위라고 판단하고, 관련 게시물 차단을 결정했다. 아들 문씨가 ‘5급 일반직 공무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단독’으로 지원해 합격했다는 가짜뉴스와는 달리 ‘공기업 일반직’으로 채용됐으며 모집인원 역시 ‘2명’이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 등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악의적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더문캠이 개설한 '문재인 허위사실 유포 신고 센터' 사이트.


가짜뉴스와 ‘의혹 제기’는 달라

 

가짜뉴스는 ‘진짜뉴스’의 틀 속에 교묘하게 모습을 숨기고 있다는 점에서 유언비어와 다르다. 루머에 가까운 거짓 정보를 기성 언론사의 보도형태 속에 담고 있는 셈이다. 가공의 ‘전문가’가 한 코멘트를 싣거나 제목에 ‘속보’를 붙인 경우도 있다. 또한 사실적 근거에 기반한 ‘의혹 제기’와도 구별된다. 

 

지난 미국 대선 과정에서 온라인․SNS 상에서 급격히 퍼져나간 가짜뉴스의 경우 “프란체스코 교황, 가톨릭 교도를 향해 ‘힐러리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선언하다”“로버트 드 니로가 트럼프 지지로 선회, 할리우드가 충격에 빠졌다” 등 그럴싸한 언론사의 기사 형식을 빌린 경우가 많았다. 출처와 보도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 독자라면 으레 진짜뉴스로 속아 넘어가기 쉬울 법한 모습이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배영 교수는 3월20일 열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포럼에서 “언론인이나 언론사가 아니면서 뉴스의 형식과 스타일을 모방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 혹은 인터넷에 특정한 목적을 갖고 생산 및 유통되는 허위정보”라며 가짜뉴스를 정의했다. 

 

교묘하게 포장된 가짜뉴스가 만연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특히 지금처럼 조기 대선에 돌입해 후보 검증의 시간이 부족한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가짜뉴스에 휩쓸린 여론은 후보나 정책을 제대로 검증할 시간적․정서적 여유를 갖기 힘들다. 무차별적 가짜뉴스의 유입으로 자칫 언론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도 추락할 수 있다. 

 

 

가짜뉴스로 인한 경제비용 30조 이상 추정

 

가짜뉴스의 범람이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단 지적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가짜뉴스의 경제적 비용 추정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가짜뉴스에 의한 경제적 비용은 연간 약 30조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연간 명목GDP(2015년 기준)의 약 1.9%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금액은 가짜뉴스 유포 규모를 진짜 뉴스 유포 규모의 1%로 가정하고 계산한 것이다. 정민 연구위원은 “미 대선 과정에서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실재함을 알 수 있었다”며 “향후 가짜뉴스가 한국 경제에 실제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가 어떤 방향으로든 대선 정국, 나아가 한국 사회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 범정부 차원에서 유관기관들이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청은 3월6일 사이버수사과 수사기획팀에 ‘가짜뉴스 전담반’을 만들었다. 경찰이 단속하는 것은 주요 특정인에 대한 의도적·반복적 명예훼손 행위, 허위·악의적인 가짜뉴스 제작·유포 행위 등이다. 선관위 등 관련 기관과도 정보를 교류하기로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