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속 덜 썩으시려면…최종 검증은 국민 몫
  • 김현일 대기자 (hi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3.31 09:06
  • 호수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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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대선을 앞두고 후보 검증(檢證)이 한창입니다. 대통령감이 될 만한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작업 과정일 겁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검증은 파면에까지 이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며 중요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애당초 ‘최태민 목사와 관련한 일련의 의혹과, 박 전 대통령의 특이 성격’ 등을 잘 살폈다면 오늘의 불행한 사태가 없으리란 얘기지요.

 

직접·보통선거가 이뤄지는 민주사회에서 검증은 언론이 담당합니다. 입수한 정보와 각 대선 캠프가 제기한 의혹 등을 체크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요즘은 SNS 덕분에 감시 눈이 몇 배 동원되는 등 훨씬 강화된 모양샙니다. 그렇다면 5·9 대선이 끝난 뒤엔 검증 부실 논란이 과거보다는 줄어야 마땅한데 그리 될지는 의문입니다. 저희 시사저널도 노력 중입니다만 현실이 간단치 않은 탓입니다.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검증 자체가 한계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최고 수준이라는 지난번 미국 대선은 생생한 방증이지요. 공화당 트럼프 후보 측은 불리한 보도나 자료는 가짜뉴스·흑색선전·중상모략이라고 반박, 곤경을 모면했습니다. 상대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등으로 물타기를 했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진상을 대충 짐작하면서도 표를 몰아줬습니다. 대다수 언론이 트럼프의 하자를 적시했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귀를 막았던 겁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19일 KBS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특전사 시절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 YTN 화면 캡쳐

우리는 어떨까요. 흑색선전 등에 관한 한 미국은 저만치 뒤질 ‘빼어난’ 환경이 조성돼 있습니다. 발달한 SNS와 잘 훈련된 ‘사이버 전사’들이 무서운 기량을 발휘합니다. 선거법 위반이므로 극도의 보안 속에 잠행하고 있지요. 또 지지자들은 자기편에게 유리한 뉴스만 소화합니다. 상대에게 불리한 소재는 알아서 증폭시킬 줄도 압니다. 게다가 선거기간은 사상 최단이고요. 무엇을 가려내고 할 겨를조차 없습니다. ‘나라살림이 거덜 나든지, 나라가 쪼개지든지’할 공약들이 나와도 잠시 시끄럽다간 그만입니다. 나중에 공약(空約)이 되길 바라야죠.

 

얼마 전의 민주당 내 ‘전두환 표창’ 공방은 대표적 황당 사례로 기록될 겁니다. 문재인 후보가 특전사 복무 시절 전두환 1공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 받은 것을 안희정·이재명 후보가 광주 민중과 연관시켜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사병이 지휘관에게서 상 받았다고 핏대를 세운 웃지 못할 희극입니다. 더한 블랙코미디 요소는 문재인 캠프 ‘가짜뉴스대책단’이 “전두환에게 표창을 받았다는 것은 가짜뉴스”라며 포문을 열었는데 후보 본인이 직접 “표창을 받았다”고 밝힌 대목입니다. ‘가짜뉴스대책단’이 ‘가짜뉴스’를 생산한 꼴이지요. 사실상 본선이라는 인식 탓에 각 진영이 과민한 데서 비롯한 결과라고 눙치기엔 입맛이 씁니다.

 

정체성 관련이건 금전·병역 문제이건 일단 부인하고, 거짓임이 들통 나면 괴담·중상모략 운운하며 대충 뭉개면 끝나는 게 보통입니다. 그래도 몰리면 상대를 “네거티브 공세에나 열중하는 비겁한 세력”으로 역공을 펴면 급한 불은 일단 끕니다. 일단 이기면 훗날 진실이 드러나건 말건 상관없기 때문이지요. 아들의 병역기피, 부인의 금품수수 등이 치명상이 돼 낙선했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건이 교과서로 살아 있는 것입니다. 이들 스캔들이 허위로 밝혀지고 생산자는 사법 처리됐다지만 ‘버스는 지나간 뒤’였습니다. 그러니 너나 할 것 없이 물불 안 가리는 겁니다.

 

아무튼 존재 자체가 흐릿한 구여권은 차치하고…선거판을 압도하는 민주당에선 이후 ‘친노(무현) 내전’으로 불릴 만큼 문·안 양측 간 비방전이 가열되고 있는데 이 황폐한 풍토에서 검증을 과연 어찌해 나갈지 더욱 딱해집니다.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최종 피해는 국민 몫이니 국민들께서 정신 바짝 차리셔야죠. 언론이 제 역할 다 못하면서 마타도어, 여론조작에 현혹되지 마시라고 진언 올리는 게 염치없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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