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슬픈 금요일’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3.31 11: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탄핵․파면․구속 모두 금요일

 

네 번의 금요일. 오늘 새벽(3월31일) 서울구치소행이 확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의 기구한 운명의 시간표 위에 기록될 결정적 순간들이다. 탄핵안 가결, 파면 선고, 구속 결정 그리고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살까지. 박 전 대통령의 인생사에 아로새겨질 주요 사건들이 발생한 일자를 돌이켜보면 공교롭게도 모두 금요일이었다.

 

 

■ 첫 번째 금요일…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1979년 10월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됐다.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과 경호실장 차지철을 권총으로 살해한, 이른바 10․26 사태다. 박근혜가 겪은 첫 번째 수난의 금요일이다. 당시 27세였던 영애(令愛) 박근혜는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행사장에서 피살된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던 중이었다.

 

1977년 9월7일 생전의 박정희 대통령과 영애 박근혜양이 경북 구미 금성사 TV 생산 조립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 두 번째 금요일…탄핵안 가결

 

2016년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 찬성 234, 반대 56, 기권 2, 무효 7표였다. 탄핵안 통과 즉시 박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1979년 10월26일 이후 37년 만에 박 전 대통령에게 찾아온 두 번째 뼈아픈 금요일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 이후 18년 간 은둔생활을 하던 박 전 대통령은 정계에 복귀했다. 이후 차떼기 스캔들․면도칼 피습사건 등과 같은 흑역사도 있었지만 천막당사․한나라당 비대위 체제 등 위기의 순간 정치적 면모를 발휘하며 정치인으로서 승승장구해왔다. 그의 정치인생의 정점을 찍은 것이 2012년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이었다.  과반 이상의 득표를 통해 당선됨으로써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 그였다. 대통령에 취임한지 정확히 4년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3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선고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판결문을 읽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세 번째 금요일…대통령직 파면

 

2017년 3월10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헌번재판소장 권한대행 이정미 재판관이 ‘대통령직 파면’을 선고한 즉시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검찰 조사를 앞둔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파면된 지 이틀 뒤인 3월12일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왔다. 

 

3년 전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떠났던 것과는 달리 불명예스러운 귀환이었다. 사저 복귀 9일 만에 처음 박 전 대통령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3월21일 검찰에 출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2014년 4월16일 이후 1073일이 지난 2017년 3월23일. 바닷 속에 잠겨 3년의 시간을 보낸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왔다. 

 

3월31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네 번째 금요일…구속

 

마지막 금요일의 저주는 바로 찾아왔다. 3월31일 새벽 3시3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결정이 나왔다. 전날인 3월3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서관321호 법정에서 강부영 영장전담판사 주재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법원에 출두해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공소장에 언급된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자신에 대해 제기된 범죄사실을 부인하며 적극 소명을 했으나 구치소행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박 전 대통령은 탄핵·파면·구속 ‘3관왕’이란 오명과 함께 구치소에 수감되는 역대 세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