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發 비문연대 ‘장미대선’ 최대 변수
  • 유지만 기자·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3 09:16
  • 호수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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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 가능성 놓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 엇갈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해 대통령선거가 5월9일 치러지게 되면서, 각 정당도 대선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경선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이미 유승민 의원이 대선후보로 결정됐고, 자유한국당은 3월31일 홍준표 경남지사를 대선후보로 결정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가 광주와 부산에서 연신 압승을 거두면서 사실상 본선 티켓을 예약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가 누적 득표율 55%대를 기록하며 본선 직행을 노리고 있다. 각 정당 대선 주자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본선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에 모이고 있다.

 

4개월 가까이 진행된 탄핵 정국에서는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였지만, 본선이 시작되면 상황이 빠른 속도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이 대선후보가 될 경우 안철수가 이길 수 있다”는 발언까지 공공연하게 하는 것도 본선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발언은 결국에는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간 1대 1 구도가 그려질 것이란 계산에서 나왔다. 여기에는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 제3지대 후보들까지 안 전 대표가 흡수해서 문 전 대표와 1대 1 구도를 구축하게 될 것이란 계산도 포함돼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이른바 ‘비문(非文)연대’의 기본 골격이다.

 

정치권에 ‘비문연대’ 논의가 시작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외하고 가장 지지율이 높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 연합뉴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당연히 당선을 원한다. 대중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승리를 기대한다. 이 두 욕망으로 인해 지지세가 약한 후보나 세력 간 연대가 이뤄지는 것을 선거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복잡한 다자 구도로 전개될 것 같던 선거가 막판에는 양자 또는 3자 구도로 바뀌는 일도 흔하다.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보 간 연대는 파괴력이 극대화되어 선거 구도를 뒤엎기도 한다. 특정 후보가 독주할 때 2위나 3위 후보들이 혼자서는 이길 수 없고 정치적 힘을 합치면 승산이 있을 경우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커진다.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all or nothing) 제로섬 게임인 선거의 특성상 나타나는 현상이다. ‘비문연대’란 단어가 나온 것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론을 구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를 상수로 놓고 반대세력을 묶어 간결한 선택지로 대중에게 제시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문연대는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문재인 외의 세력 간 연대’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과 함께 ‘제3지대’의 외연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기본적으로 ‘자강론’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문 전 대표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려면 ‘단일화’ 내지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판을 키우면 문 전 대표와 한 번 대결해볼 만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은 많다. 우선 대선까지의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자유한국당도 걸림돌이 된다. 후보들 간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비문연대’의 핵심은 민주당 후보를 제외한 주자들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선택이다. 보수 정치 세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에 보수 인물이 비문연대의 단일후보가 될 경우에는 각 주자들의 단순 지지율 합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 3월31일 동아일보 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지사를 문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 맞상대로 상정했을 경우 홍 지사는 22.5%에 그친 반면, 안 전 대표는 39.3%로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오차범위 이내까지 좁혔다.

 

3월27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를 마친 문재인 전 대표가 이동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안철수의 선택이 중요

 

이미 보수층 중 상당규모는 보수 후보를 통한 대선 승리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야권 후보지만 거부감이 덜한 중도 성향 후보에게 관심과 지지를 보내왔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먼저 보수층의 눈에 들어왔지만, 민주당 후보가 문 전 대표로 굳어지면서 차순위 수혜자인 안 전 대표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안 전 대표가 민주당을 제외한 비문연대에 선뜻 나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토 정서가 있는 보수층을 추가적으로 흡수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반대로 안 전 대표에게 호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보수 정치 세력에 대해서는 반감이 큰 중도층 및 호남의 이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정권책임론이란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 실제 몇몇 여론조사를 보면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후보가 3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호남과 중도층에서는 반대가 만만치 않아 안 전 대표로서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 연대보다는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3월21일 광주 북구에서 광주 북갑·을 당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탄핵 반대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연대에 반대한다. 정치인만을 위한 무원칙 연대에 반대한다. 저는 특정인을 반대하는 공학적인 연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대선 전 연대’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한편으로 “패권주의에 반대해 온 광주의 통합정신이 ‘국민에 의한 연대’를 이끌 것”이라는 발언도 해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문연대 성사 가능성 낮아”

 

안 전 대표 진영이 선호하는 시나리오는 세 가지 정도다.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보수 정당의 후보들이 결국 본선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별로 없고, 선거비용 보전을 위한 득표율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실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 후보를 내더라도 두 후보의 합이 10% 내외에 그치는 것이다. 이 경우 굳이 보수 세력과 손잡는 장면을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보수층을 추가 흡수함으로써 문 전 대표와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마지막은 바른정당과의 연대다. 친박 성향이 강한 자유한국당과 인위적 연대를 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호남 중도표 이탈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안 전 대표 측의 희망사항일 뿐, 이런 바람대로 구도가 흘러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전면적 비문연대의 성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오히려 인위적 연대나 단일화가 아닌 보수층이 전략적으로 안 전 대표를 선택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연대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최근 기고한 칼럼에서 안 전 대표가 참여하는 ‘비문연대’는 “사실상 불가능한 희망사항”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안 전 대표의 확고한 반대 입장이 있고 자유한국당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연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자유한국당 세력과 함께하는,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연대에 국민의당이나 민주당 비문 의원들이 몸을 싣는 것은, 정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상상하기 어렵다”며 “자유한국당을 포함하는 비문연대는 민심의 심판을 받을 것이고,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비문연대는 비판만 자초하고 실익은 없는 결과를 낳게 돼 있다. 그래서 지금의 정당 구도는 온전한 비문연대가 성립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연대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뒤 ‘연대론’과 거리를 뒀다. 유 의원은 3월30일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을 가리켜 “완전히 ‘도로친박당’이 되고 있다. 이런 세력들에게 우리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비난했다. 단일화 우선협상 파트너를 향해 날 선 공세부터 퍼부은 것이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안보·대북 정책의 차이를 들어 단일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

 

김종인 ‘제3지대’서 연대 모색

 

하지만 비문계 후보들 간의 연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비문 진영에서 아직까지 문 전 대표에게 대적할 만한 의미 있는 지지율을 점하고 있는 주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 당의 후보가 모두 결정되는 4월 이후에는 새로운 본선 전략인 ‘비문연대’에 눈을 돌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비문 진영이 대선후보 등록일인 4월15일, 늦어도 5월9일 대선 당일에 사용할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4월30일 이전 단일화에 성공한 뒤 ‘패권 대 반패권 프레임’을 앞세워 양자 구도를 형성한다면 막판 대선 판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 외의 세력들과의 연대를 가장 많이 논의하고 있는 인사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김 전 대표는 탈당 후 각계 인사들과 연이어 조찬회동을 하며 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다. 3월28일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일부 비문(비문재인) 의원들과 조찬회동을 갖고 비문연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다음 날인 29일에는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회동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회동에 대해 “비문계 연대와 같은 이야기가 아닌, 나라 걱정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사실상 ‘제3지대’ 인사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어 30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멘토로 알려져 있는 법륜스님과 조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는 ‘통합연대’ 구상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같은 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안 전 대표에 대해 “통합정부 범주 내에 같이 포함될 수도 있지 않겠나, 이렇게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앞으로 탄생할 정부는 국회에서 18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통합적 체제가 아니면 (다음 정부의 국정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통합정부를 만드는 과정은 단일화 과정과 결부될 수밖에 없다”고 말해, 비문연대와 후보 단일화 추진을 시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연대 3단계론’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3월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의당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소야대 정국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3단계 연정 체제가 갖춰진다고 본다”며 “지금은 1단계로 자기 당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국민들로부터 후보로 선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단계로 각 당에서 선출된 후보들이 자기의 대선 가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당과 협의할 것”이라며 “아마 국민이 자동으로 연합이나 연대, 연정의 길을 만들어주실 것”이라고 했다. 또 “마지막 3단계로, 독일의 메르켈 총리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에 당선돼서도 보혁(保革)도 연정으로 함께 나갈 수가 있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자동으로 하지 않겠느냐. 국회는 과반수 의석을 갖지 않은 4당 체제이고 선진화법이 있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체제”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현 단계는 연대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비문연대’는 사실상 후보 단일화를 의미하는데, 단일화는 극적인 모멘텀이 없으면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본선 체제가 갖춰진 후에 후보 간 단일화를 논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안 전 대표가 다자 구도에서도 25% 정도의 지지율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경우 30%대의 지지율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낮은 수치”라며 “본선에서 어떠한 계기로 단일화를 하게 된다면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를 이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박 세력’으로 규정된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도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홍 지사는 사실상 비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그런 면에서 자유한국당이라 해도 바른정당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며 단일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3월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왼쪽)과 조찬회동을 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비문연대 불가능” 견제구

 

민주당은 안철수 전 대표와 제3지대 구성 논의로 ‘비문연대’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판 흔들기’를 견제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3월30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비문·반문 연대라는 게 두 개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연대설부터 말하면 가능하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다. 양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문제나 대북송금특검 등의 문제로 부딪치고 있다. 양측의 연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정책위의장도 정책조정회의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연대 가능성을 놓고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과 비교하는 시각이 있다고 한다”며 “누가 봐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송영길 문재인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3월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는 확실히 정권교체를 하도록 힘을 모아주신 것이고, 안철수 후보나 국민의당은 격려를 통해 협력해서 다른 역전의 가능성이나 반전의 가능성을 차단시켜라, 이렇게 일종의 보조타이어 격으로 지지해 준 게 아닌가”라며 안 전 대표를 견제했다. 그러자 박지원 대표는 3월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 인사말에서 “문 전 대표는 대선 기간 동안 펑크 난다”며 “어제 아침 인터뷰에서 광주에서 제발 문재인이 1등 하라고 바랐는데, 제 점괘가 맞아 문 전 대표가 1등을 했다. 자기 식구들이 모여 60%(득표율)가 나왔다. 국민의당은 국민이 (직접) 걸어와 (안 전 대표) 65% (득표율이) 나왔다. 1대 1로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후보가 대결하면 대통령은 국민의당 후보다”라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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