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연극’ 관객 막는 배후 세력 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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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비선실세 순실이’ 감독․출연 배우 “티켓 판매 방해 있었다” 주장

 

3월24일, 국정농단 사태를 다룬 '비선실세 순실이'라는 연극이 개봉했다.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보듯 정부가 반정부 예술인들을 탄압한 것이 밝혀진 가운데, 최초로 정부와 국정농단 사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연극이 개봉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관객 스코어는 처참했다. 3월20일 열린 제작 발표회 이후 연극을 찾는 유료 관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개봉 초반에 관객을 몰지 못했던 연극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혔다. 

 

4월1일 토요일 저녁, 연극이 상영되는 대학로 소극장 가든씨어터를 찾았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관람하는 시간대지만 관객들은 십여 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무료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었다. 연극을 연출한 강철웅 감독은 공연 시작 전 직접 무대에 올라 “연극에 대한 탄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티켓 예매와 홍보 등을 막았던 배후 세력이 있었고, 그로 인해 국민의 알 권리와 볼 권리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강 감독과 ‘비선실세 순실이’의 고영태 역을 맡은 배우 황준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기점으로 일주일 동안 연극을 무료 공연하기로 결정했다”며 “연극에 대한 온갖 탄압이 있었지만 민주주의의 작은 목소리를 내보려 몸부림을 쳐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정 가든씨어터 대표, 고영태 역을 맡은 배우 황준, 연출을 맡은 강철웅 감독 ⓒ 시사저널 우태윤


 

이 연극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강철웅 감독(강) 작년 10월부터 국정농단과 관련된 뉴스를 접했다. 작가들에게 작품을 써달라고 의뢰했지만 정치적인 이야기라며 거절당했다. 그래서 직접 극본을 썼다. (최순실 사태와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 차려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싶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이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다.

 

 

배우들의 캐스팅도 어려웠다는데.

 

캐스팅 자체부터 어려웠다. 오디션 공지를 띄웠는데 클릭 수는 많았지만 응모를 안 하더라. 아는 사람들을 통해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불러 모았다. 촛불이 역사 문화의 광장이었기 때문에, 이 연극도 역사의 현실을 다룬 또 다른 문화의 장이 됐으면 해서 만들게 됐다.

 

배우 황준(황) 이런 배역을 찾으신다는 걸 봤을 때 ‘이 감독은 스스로 검열하지 않고 자기 얘기를 하겠구나’ 하는 기본적인 믿음이 갔다. 저는 촛불집회를 대부분 나갔고,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했다. 이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 촛불집회의 의미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로서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기대와 우려가 많았던 연극이다. 관객이 이처럼 없는 이유에 대해서 연극 상영을 막는 ‘배후 세력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보통 제작발표회를 한 이후에 티켓이 팔린다. 초반에는 소극장 자리가 모자랄 정도다. 그런데 유료 관객 자체가 없었다. 제작발표회 이후부터 티켓이 단 한 장도 나가지 않았다. 유료로 팔린 티켓은 제작발표회가 열린 19일까지 팔린 몇 장뿐이었다. 지금까지 30년간 연극을 만들어왔지만 티켓을 구매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조직적인 방해가 있었다고 생각한 이유가 뭔가.

 

연극 개봉일이 24일이었다. 제작발표회 이후 22~23일에 지인들이 티켓 구매 사이트에서 예매를 시도했는데 인터넷 오류가 생기면서 예매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수정이 돼서 증거를 잡지는 못하지만 개봉 직전에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는 것에 의혹을 갖게 됐다.


연극에 대한 기사가 막 나올 때다. 그 때 예매를 봉쇄해버리면 이미 관객들의 관심이 식게 된다. 그래서 초반에 연극 예매를 막은 것이다. 한 사이트에서는 ‘정치적 연극’이라는 이유를 들어 티켓 판매를 거부했고, 한 사이트는 연극 포스터에 초상권 문제가 있어서 티켓 판매를 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모자이크를 했는데도 말이다. 내부 심의라는 말을 써가며 판매 불가를 선언하기도 했다. 

 

 

보통 예매 사이트에서 정치적 연극일 경우 티켓 판매가 금지되는 경우가 있나.

 

우리 작품처럼 지금 현실을 정조준해서 신랄하게 풍자하고 조롱하는 작품이 지금까지는 특별하게 없었다.

 

지금까지 연극을 많이 해왔고 성인 연극도 해봤지만 표현하는 내용에 대해 티켓 판매를 할 수 없다는 제약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00년대에 ‘탱자 가라사대’라는 정치 풍자극을 제작한 적이 있는데, 그 시절에도 이런 문제는 없었다. 저는 정치 얘기를 쓴 것이 아니라 사실 있는 그대로의 얘기를 갖다 놨고, 거기에 10%의 픽션을 가미한 것이다

 

연극 '비선실세 최순실' 공연사진. 최순실과 정유라 역을 맡은 배우들의 공연 장면.


이미 국정농단이 드러났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도 구속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연극 상영을 막을 이유가 있을까.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아직 죽어버린 권력이라고 보지 않는다. 최순실씨의 돈은 국고에 환수되지 않았고, 그 돈이 씨앗을 뿌릴 수 있다. 돈이 권력으로 작용을 하는 상황에서는 최씨가 가지고 있는 재산도 충분히 집사들을 통해 유통될 수 있다. 그 자금들이 티켓 판매 정도도 못 막겠나.

 

 

예매 사이트의 자체적인 판매 심의가 있을 수도 있다. 티켓 판매가 되지 않아 억측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데.

 

배후를 파헤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분명히 이건 정치적으로 엮여있다. 어떤 식으로든 이 공연을 막아야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보인다. 


심증, 정황에 대해서는 우리가 말씀드릴 수 있지만 정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전적으로 티켓 판매를 위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희는 잃어버릴게 없다. 이 작품을 대하는 감독, 배우들은 이 작품을 하면 낙인이 찍힌다는 걸 알고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의 공연을 무료로 진행하게 됐다. 티켓 판매가 되지 않아 억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이 연극을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대중들을 모시려는 의도다. 상업적인 의도가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전달의 창으로 ‘무료 공연’을 선택한 것이다. 

 

 

무료 공연을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3월31일, 무료 공연을 하겠다는 공지를 띄웠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이번 주 토요일까지 총 9회 공연을 선착순 100명에게 무료로 진행한다. 어떤 식으로든 공연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고, 알려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공연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서, 현 시국을 그린 이 연극에 대해서 진실한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공연의 힘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연극 후반부에 나오는 유린 장면이 잔혹하다는 비판도 있다.

 

연극이 1~3부로 구성돼 있는데, 3부에서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유린당하는 장면이 있다. 상상 장면이다. 마음의 죄도 죄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90%의 팩트에 10%의 상상을 포함시켜 역사의 현장을 제대로 얘기해주고, 단죄를 하는 장면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서 만든 것이다. 청소년들이나 어린이 관객이 많을 경우 수위는 조절된다. 마임을 통해서 표현할 때도 있다. 

 

10% 상상은 많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이다. 사법부가 하지 못하는 것을 누군가 나와서 쓸어버리는 상황을 상상하지 않나. 악을 발본색원하면서 잊지 말자는 뜻이다. 이 사건을 극화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게 하고, 더 진화한 악이 나오는 것을 경계하자는 의미다.

 

연극 '비선실세 최순실' 공연사진. 3부에서 국정농단 공범들을 응징하는 장면.


관객이 없어도 매회 공연을 진행한다고 들었다. 배우들의 반응은 어떤가.

 

어느 날 저녁 공연에도 관객이 많이 없어서 쳐져 있었다. 그런데 그 공연에 다리가 불편하신 장애우분께서 휠체어를 타고 오셨다. 어떻게 오셨냐고 했더니 기사 보고 공연에 관심이 가서 왔다고 하시더라. 저 분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기억에 남는 공연을 하자고 매우들과 얘기했다. 굉장히 좋아해주셨고, 그 분께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그 공연이 우리도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관객들은 거의 없지만 찾아주시는 한분 한분들 덕분에 즐기면서 하고 있다. 

 

 

연극 자체가 선동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표현 자체가 강하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연극에 등장하는 강한 표현이 사실 팩트다. 팩트를 얘기했는데 선동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얘기를 강한 어조로, 관객이 봤을 때 강하게 느끼게 했을 뿐이다. 국정농단 인물을 정확히 그렸고, 그 죄를 낱낱이 고백하게끔 했다. 인권유린은 끝까지 잘못했다고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엄벌이다.

 

 

연극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설명을 한다면.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렸고, 중간 중간 영상도 보여주면서 구성했다. 편안하게 볼 수 있고, 웃음코드도 일부 있다. 매스컴에 잘 나오지 않은 내용도 가미가 됐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역사를 알고, 잘못을 한 사람들은 잘못을 인정하는 사회가 됐으면 싶다. 국정농단 인물 모두는 아직도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배우로서 극 자체가 주는 완성도에도 자부심이 있다. 잘못한 사람은 죄를 받는다는 명제가 있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도 승부를 할 수 있다고 본다. 탄탄한 작품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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