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이 대선 街道(가도) 장애물?
  • 소종섭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8 09:48
  • 호수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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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의 정치 풍향계] 전직 대통령 자녀들, ‘동지형’ ‘후광형’ ‘일상형’ 3대 유형

 

대통령선거 때가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후보의 친인척 문제다. 친인척에 어떤 이들이 있고 정치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혹시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는 없는지 등은 언론의 단골 기삿거리다. 그중에서도 특히 후보 자녀들은 집중 주목 대상이다. 혹시 문제가 있다면 바로 후보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후보 측에서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후보는 벌써 1차전을 치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문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문 후보 측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 충분히 해명된 것 아닌가. 이미 다 밝혀진 문제를 가지고 되풀이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딸 안설희씨의 유학 생활·재산 관련 의혹도 공개됐다. 안 후보 측에선 “2017년 4월 기준으로 안설희씨의 현재 재산은 예금과 보험을 포함해 약 1억1200만원이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그 어디에도 부동산과 주식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두 후보 측의 해명으로 의혹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문 후보의 경우 더 상세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98년 1월30일 당시 병역면제와 관련해 체중 고의 감량 의혹을 받은 한나라당 이회창 명예총재의 아들 이정연씨가 서울지검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현철·김홍일, 정치적 경호대장 역할

 

과거 사례를 보면 대통령 자녀들의 경우 여러 유형이 있었다. 먼저 ‘동지형’이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는 김영삼 정권을 탄생시킨 공신 가운데 한 명이었다. 현철씨는 정치권 여론조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중앙조사연구소를 만들어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적극 도왔다. YS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현철씨에게 힘이 쏠렸다. 그는 ‘소통령’ 또는 거산(巨山·YS의 아호)에 빗대 ‘소산(小山)’이라고 불렸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씨도 비슷하다. 홍일씨는 1980년 창립된 전국 조직인 연청(민주연합청년동지회)을 실질적으로 이끌며 아버지의 대선 가도를 닦았다. 1996년 국회에 진출해 3선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 시절 여의도 여의도백화점 건물 6층에 있었던 연청 사무실은 DJ를 지지하는 청년 조직의 본산이었다.

 

이처럼 김현철·김홍일 두 사람은 아버지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며 권력을 창출했고 권력이 저무는 현장을 지켰다. 현철씨는 감옥에 갔고 홍일씨는 국회에 진출했다는 차이는 있었지만, 아버지가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아버지의 곁을 지키며 정치적인 경호대장 역할을 수행했다. 단순한 ‘아들’을 넘어선 ‘정치적 동지’였기 때문이다.

 

‘후광형’도 있다.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일을 도모한 대통령의 자녀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다. 재국씨는 1990년 시공사를 창립해 오늘에 이른다. 재국씨는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재국씨의 강력한 후광 효과로 작용한 것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재헌씨는 아버지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인 1991년 박준규 당시 국회의장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4년에는 박 의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대구 동을 지역구 지구당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5년 구속되면서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2000년 이후에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아버지의 정치 활동과 거리를 두려는 자녀들이 늘고 있다. 과거엔 ‘아버지와 나는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이 주종을 이뤘다면 최근에는 ‘아버지는 아버지, 나는 나’라는 인식이 대세라고나 할까.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의 경우가 그렇다. ‘일상형’이라고 할 수 있다. 건호씨는 2002년 대선 때 캠프에 관여하지 않고 묵묵히 회사 일을 했다.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한 뒤에도 “대통령 아들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선례를 만들겠다”며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했다. 그 시절 필자와 통화했을 때의 기억이 난다. 건호씨는 “제발 나를 그냥 내버려 달라.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하소연했었다. 시형씨는 2015년 기준 매출액이 2조원이 넘는 자동차 부품 회사인 ㈜다스의 전무다.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이나 그 이후에 특별한 정치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

 

2012년 10월26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장남 이시형씨가 내곡동 사저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이회창, 아들 병역 의혹에 발목 잡혀

 

대선후보 자녀들의 경우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선거운동 기간에 아버지에게 큰 힘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힘이 되는 대표적 사례는 앞서 거론한 김현철·김홍일씨 같은 경우다. 그렇다면 반대의 대표적인 사례는 누구일까. 두 번 대선에 도전했다 실패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라고 할 수 있다.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지내며 ‘대쪽’이라고 불린 이 전 총재는 아들 이정연씨의 병역 비리 의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낙선했다. 2002년 노무현 후보와 맞붙었을 때는 둘째 아들인 이수연씨도 막후에서 캠프에 관여한다는 소문이 무성했었다.

 

대개 자녀들이 아버지의 정치 가도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은 아버지의 이미지와 다를 때다. 이회창 전 총재의 경우도 ‘대쪽’ 이미지와 ‘병역 의혹’이 어울리지 않았기에 파괴력이 컸다. 마찬가지로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도덕적으로 깨끗한 이미지, 공정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만약 자녀들이 이와 어긋나는 생활을 한 사실이 드러나거나 공정하지 못한 편법적인 행태를 보인 부분이 밝혀진다면 뉴스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후보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자녀들은 어떤 경우일까. 아버지를 돕는 자녀? 아버지를 막는 자녀? 아직 판단하기는 일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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