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대 열린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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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공 주도권 둘러싼 구글․우버 비행자동차 경쟁 본격화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대한 상상, 누구나 어렸을 때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꽉 막힌 교통 체증 속에서,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조심조심 운전을 하다가, 길을 헤매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머리 위에 뻘 뚫린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로 차를 몰아가면 금방 갈텐데’라고 말이다.

 

자동차와 비행기가 발명된 이래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어쩌면 인류의 오랜 염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동차로 하늘을 달리는 미래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상용화를 염두에 둔 ‘비행 자동차’가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여기에 구글, 우버 등이 앞 다퉈 비행 자동차와 관련된 사업을 발표하면서 상공의 주도권을 둘러싼 IT 기업 간 경쟁도 본격화되는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글 투자한 ‘키티 호크’의 비행자동차 연말 판매 목표

 

4월24일(현지시각) 미국의 스타트업 키티 호크(Kitty Hawk)가 1인승 비행 자동차 ‘키티 호크 플라이어’의 시험비행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 속에서 키티 호크 플라이어는 캘리포니아 주의 한 호수 위 약 4.5m 상공을 5분 동안 비행하고 부두에 무사히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스타트업 키티 호크가 공개한 비행 자동차 '키티 호크 플라이어' 영상.

이 업체는 구글 창업주 래리 페이지가 지난해 1100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됐다. 

 

키티 호크 플라이어는 무게 100kg으로, 전기로 움직이며 최고 시속은 40km다. 밑바닥에 소형 프로펠러 8개가 부착돼 있어 활주로가 없어도 프로펠러를 이용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조종사가 운전대를 잡고 마음대로 방향을 바꿔가며 비행할 수 있다. 다만 물 위만 다닐 수 있어서 ‘날아다니는 제트스키’라는 비판도 나온다. 

 

키티 호크는 래리 페이지가 지난해 1억 달러(한화 약1100억원)를 후원한 스타트업이다. 구글이 움직이자 주행 분야에서 구글과 묘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차량공유업체 우버도 움직였다. 키티 호크가 비행 자동차 영상을 공개한 다음날인 4월25일 우버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엘리베이트 컨퍼런스’에서 ‘온 디맨드 항공 호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잡한 도심에서 수직이착륙 비행 차량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우버는 2020년까지 텍사스 주 댈러스와 포트워스 두 도시에 비행자동차 택시를 공개할 것이며 같은 해 두바이에서는 비행을 시범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우버 3년 내 비행 택시 시범 서비스 착수 발표

 

구글과 우버는 현재 자율주행 기술정보 유출과 관련해 법정 공방 중이다. 이 두 IT 괴물의 자존심 싸움이 땅에 이어 하늘에서 2차전을 벌일 것으로 보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우버는 오로라 플라이트서비스(Aurora Flight Services)와 피피스트렐 에어크래프트(Pipistrel Aircraft)와 같은 항공기 제조업체와 협력해 수식이착륙(VTOL) 기술이 탑재된 비행자동차를 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 자동차는 아주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비행 자동차를 개발 중인 업체는 현재도 10여 곳에 이른다. 에어버스에서는 자사가 투자한 스타트업을 통해 수직이착륙기를 개발 중이다. 에어버스에서는 올 초 열린 국제 모터쇼에서 ‘팝업(Pop,Up)’이란 브랜드로 수직이착륙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두바이 정부 역시 중국 드론업체 이항(EHang)과 손잡고 오는 7월 공개를 목표로 비행 택시 사업을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2월 초엔 네덜란드 항공기업 PAL-V이 주행 모드와 비행 모드로 전환 가능한 ‘PAL-V 리버티(PAL-V Liberty)’의 선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접이식 프로펠러를 탑재한 이 차량은 2인승으로 10분 정도면 주행모드에서 비행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 외관상으론 세 바퀴 자동차에서 헬리콥터로 변하는 듯한 모습니다. 최고 시속은 공중과 도로 모두 180㎞이며 주행 거리는 하늘에서는 최대 500㎞, 지상에서는 1200㎞에 이른다.

 

 

 

네덜란드 항공기업 PAL-V이 2월 초 선보인 비행 자동차 ‘PAL-V 리버티(PAL-V Liberty)’ 홍보 영상.
주행 모드와 비행 모드로 전환 가능하다.

 

 

안전 문제 보완해야…추락시 안전대책은 낙하산 뿐

 

코앞에 다가온 비행 자동차 시대. 하지만 실제로 비행 자동차를 이용하려면 선행돼야할 과제들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다. 2015년 5월 슬로바키아의 신생 스타트업 에어로모빌이 개발한 비행 자동차가 테스트 비행 중 추락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비행 차량의 안전을 100% 장담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실제로 비행 중 추락 사고가 발생할 시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낙하산이 유일한 상황이다. 

 

비싼 가격과 보험 문제도 풀어야 한다. 승용차로 볼 것인지, 비행물체로 볼 것인지, 3륜 구동 차량으로 볼 것인지 일반 승합차로 볼 것인지 등 차량의 기준이 애매해 보험 적용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출시가 구체화된 비행 자동차 가운데 가장 싼 옵션인 PAL-V 리버티 스포츠 에디션의 가격이 39만9000달러(한화 약4억5000만원)이다. 

 

비행용 자동차가 도로 위로 나오게 될 경우 새로운 교통 시스템도 필요하다. 상공의 교통 관제 체계 확충도 필수다. 비행 허가 문제도 있다. 일반적으로 비행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운전면허는 물론 파일럿 면허도 필요하며 비행 허가도 때마다 받아야 한다. 안전상의 이유로 현재 수륙용으로만 사용가능한 키티 호크 플라이어의 경우는 조종사 면허가 없어도 운전할 수 있다. 특히 개인용 경비행기 문화가 갖춰지지 않은 한국의 경우 비행 자동차의 상용화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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