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만 기업 공세에 돌파구 고심 중인 최태원 회장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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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하이, 도시바 인수 위해 트럼프에도 ‘헬프 미’…미․일 기업 연합설도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 인수를 위해 한국과 대만, 미국 기업들이 명운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도시바는 현재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누가 도시바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를 계열사로 둔 SK그룹 역시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월24일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바 경영진을 만났을 정도다. 26일 오후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최 회장은 ‘인수에 자신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뭐라고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도시바 측과 만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도시바를 인수해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단시간에 한국을 추격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위협거리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SK는 도시바를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최태원 SK그룹회장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를 위한 2박3일 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2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술 유출 막기 위해 일본 정부 나설 수도 

하지만 최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현재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곳은 미국 브로드컴과 웨스턴디지털, 대만 훙하이그룹, 한국의 SK하이닉스 등 ‘3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도시바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대만 훙하이그룹이다. 훙하이는 지난달 마감한 1차 입찰에서 30조6000원이 넘는 입찰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의 전체 지분가치가 1조5000억엔(약 15조4000억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두 배 정도의 인수가를 써낸 것이다. 

하지만 도시바가 훙하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해도 일본 정부가 반대하면 협상은 백지화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2011년 의료 장비 및 카메라 제조업체 올림푸스가 지분을 매입할 때도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올림푸스의 광학 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때문에 훙하이그룹은 인수전의 ‘필승 카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든 궈타이밍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회장은 미국의 지원을 얻으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대만 기업으로의 매각에 소극적인 일본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궈타이밍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을 주선한 곳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성사할 경우 궈 회장은 미국 측에 막대한 투자와 고용창출을 약속하고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대한 지원을 요구할 전망이다. 

미국 웨스턴디지털도 최근 경영위기에 빠진 도시바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17년 동안 도시바와 함께 공장을 공동 운영해오고 있다. 반도체 메모리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도시바와 공동 투자하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돈만 1조4000억엔에 이른다. 이런 협력 관계를 강조하며 그 동안 일본 측에 독점교섭권을 요구해 왔다. 이 방안이 여의치 않자 웨스턴디지털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이다. 


미국 웨스턴디지털 독점교섭권 요구하기도 

아직 마땅한 카드를 꺼내지 못한 SK 측은 도시바를 앞에 두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분위기다. 특히 일본은 현재 중국·대만 뿐 아니라 한국으로 도시바가 넘어가는 것도 경계하는 분위기여서 우려가 더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경쟁사에 한방 먹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기술유출 여론이 변수가 되면서 미일연합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도 현재로썬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7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5월에 진행되는 2차 입찰에서 미일연합이 18조 3000억원의 금액으로 입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일연합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투자펀드 KKR로 구성됐다. 입찰금액은 훙하이보다 크게 낮지만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를 적극 공략하기 좋은 구조인 것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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