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사드 외교는 마피아 외교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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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트럼프의 사드 비용 발언을 어떻게 보고 있나

주한미군의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최대의 이슈로 떠오른 사드 비용. 그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2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 재협상 방침과 함께 사드 비용을 한국에 청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담은 해당 기사는 “트럼프는 현재 한국에 배치되고 있는 사드 미사일 체계의 비용이 10억 달러라고 말하며 미국이 왜 사드 비용을 내야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을 직접 인용했다. “나는 한국측에 당신들이 (사드를 위한) 돈을 내는 게 맞다고 알렸다. 사드는 십억 달러짜리 시스템이다. 하늘에서 바로 미사일을 쏴버리는 대단한 것이다.” 보도된 관련 발언은 이게 전부였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과 대선 이후 공식적인 석상에서 반복적으로 미국중심주의적 발언을 해왔다. 안보이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이번 그의 발언은 단순 사드 배치 비용 문제를 떠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동안 주장했던 미국이 한국에 지원하는 있는 국방 관련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과 맞물려 한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의 발언 이후 미국 측이 보인 일련의 반응은 한국의 불안감을 더욱 부처겼다. 당초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발언이 보도되자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고 발언을 해 ‘사드 비용 10억 달러 한국 부담 발언’을 정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음날 미국 ‘폭스뉴스선데이’에 출연한 맥마스터 보좌관은 “미 대통령의 말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며 “내가 한국 측에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 기존 협정이 유효하다는 것이었으며 미국은 그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지만 사드 배치 비용에 대해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는 답변이었다.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한국 여론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일각에선 당초 올해 중순 정도로 점쳐졌던 사드 배치가 지난달 다소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 그리고 트럼프가 구체적으로 10억이란 숫자를 언급한 것을 두고 을 두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측과 비용 문제에 대해 사전 조율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일보는 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5월2일 “지난해 12월 미 정부 인수위 측이 한국 정부에 사드 비용을 논의하자고 한국 정부에 제안해왔다”고 단독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보실 명의로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사드와 관련한 오늘자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관련 의혹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들의 반응은 어떨까. 대부분의 외신들은 실제 사드 비용이 얼마일지, 기존의 비용 처리 방식에 대한 협의는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내용보단 “트럼프가 사드 비용 발언으로 한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며 트럼프의 강경 발언과 이후 펼쳐진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전하는데 주력했다. 영국 유력일간지 더가디언은 미국의 대통령이 ‘말 폭탄’을 쏟아부었다”며 “워싱턴이 한국 안보에 대해 혼란스럽고 모순된 메시지를 보냈다며 비판받고 있다”고 전했다. 

 

4월 2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가 배치돼 하늘을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뉴욕타임즈는 트럼프의 발언을 두고 “한국에 사드 배치의 대가를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한국의 대선 경쟁에 큰 충격을 던졌다”며 “사드 비용 처리 문제에 관해 트럼프의 이번 발언과 그간 남한 정부가 대외적으로 해온 발언 사이에 괴리가 있다. 사드 배치 결정에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음을 정부가 인정하고 그 사유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드 비용 문제가 한국 내부의 분열을 자초하고 나아가 한중관계까지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CNN은 “사드는 한국 내부 뿐만 아니라 한중 관계도 해치고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요구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일방적인 발언을 두고 보다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더디플로매트는 5월1일(현지시각) 이같은 트럼프의 외교를 두고 “단란한 한 가정(트럼프 일가)이 운영하는 수상한 영업활동. 정치에 대한 업무적인 접근. 향후 보호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 뜯어내려는 적극적인 의도”로 특징지으며 ‘마피아 외교’라고 비판했다. 더디플로매트는 “동맹국 간의 안보 동맹은 단순히 전쟁을 방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트럼프가 이 부분은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CNBC는 ANZ은행의 아시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의 발언은 그저 ‘협상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드 비용으로 한국을 압박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다른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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