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내쫓은 트럼프 지지율, 떨어지지 않는 이유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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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외로 하락하지 않는 지지율, 탄탄한 경제 탓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미 FBI 전 국장 해임을 두고 리처드 블루멘털(코네티컷)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큰 실수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미국 헌법의 붕괴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고 정부로부터 독립해야 할 사정기관의 수장이 갑자기 경질된 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라는 해석이 워싱턴에 얘기되면서 특별 검사 임명을 요구하거나 나아가 탄핵론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이다. 

 

코미 전 FBI 국장을 해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는 아직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 사진=AP연합

 

4월과 별 차이 없는 트럼프의 지지율

 

코미 전 국장의 해임과 정치권의 탄핵론 등장. 워싱턴의 격변은 미국 여론을 얼마나 변화시켰을까. 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월11~13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지지율에 큰 변동은 없었다. ‘화요일 밤의 학살’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충격적인 코미 전 국장의 해임이 벌어졌지만 이번 5월 정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를 기록해 4월 지지율 40%와 비슷하게 유지됐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은 54%로 조사됐는데 4월과 동일했다. 코미 전 국장의 해임이 의외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처를 주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온 셈인데 탄핵을 주장하던 측 입장에서는 머쓱해질 결과다. 

 

반면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코미 전 국장의 해임에 관해 따로 질문했다. ‘해임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9%에 그친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8%였다. 게다가 ‘의견을 말할 정도로는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32%나 됐다. 압도할 정도는 아니지만 부정적인 응답이 높았다. 하지만 이게 트럼프 지지율의 하락으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다른 조사를 보자. 갤럽이 5월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코미 전 국장의 경질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는 응답은 39%, 지지하지 않는 응답은 46%로 나와 부정적인 의견이 더 높았다. 1993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세션스 당시 FBI 국장을 해임한 경우와 비교해보자.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비율은 44%,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24%였다. 트럼프와 클린턴의 FBI 국장 해임이라는 과정은 비슷했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정반대였다. 

 

국민들은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진 않고 있다. 지금의 지지율이 빠질 만큼 빠지고 남은 핵심 지지층일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바로 먹고 사는 문제에 큰 문제가 없어서일 수 있다. 직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연결되지 않는 첫 손에 꼽히는 이유가 경제다. 

 

 

트럼프도 외치는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미국 미시간대학의 5월 소비자 심리 지수를 보면 97.7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가 나왔다. 2000년 1월에 달성한 98.5에 이어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의 닉슨 시대와 달리 지금 미국 경제는 매우 건강하고 탄탄하다. 1992년 빌 클린턴 선거 캠프가 사용했던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선거 구호에서 보듯 미국의 정치는 경제의 움직임과 매우 밀접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경제의 전망을 낙관하는 편이다.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탔고 고용지표와 생산지표 모두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3월에 발표된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무려 23만5000명 증가했는데 WSJ가 예상한 19만7000명, 마켓워치가 조사한 22만1000명을 웃도는 증가 수준이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도 2.1%를 기록해 잠정 예상치를 넘어섰다. 내수도 활발한데 미국의 4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4% 증가해 2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의 취임 100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미국 경제는 꽤 선전하고 있고 이런 경제 성적이 지지율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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