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호에서 뛰어내릴까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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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의원들의 선택에 따라 좌우되는 트럼프의 탄핵 여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게이트’는 이제 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에게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트럼프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중이다. 하지만 탄핵 소추는 온전히 미국 의회의 몫이다. 

 

 

탄핵의 요건은 될까

 

올해 1월 코미 전 국장과 가진 백악관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충성을 맹세해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미에게 개인적인 충성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5월9일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뒤, 언론에서 보도하는 만찬의 대화 내용이 서로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코미는 미디어에 정보를 흘리기 전에 우리 대화의 녹음테이프가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일종의 위협이었다. 충성 맹세와 해임, 그리고 트위터를 이용한 위협을 종합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게이트’를 조사하고 있는 FBI 수장의 공무 집행을 방해한 모양새처럼 해석될 수 있다. 물론 그가 사정기관의 공무 집행을 방해한 최초의 대통령은 아니다. 하지만 이걸 공개적으로 자랑한 최초의 대통령은 맞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의회연설을 지켜보는 미 하원의원들의 모습. ⓒ 사진=UPI 연합

이제 더 이상 러시아가 해킹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했는지, 트럼프 당선에 기여했는지를 따지는 건 과거의 문제가 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설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프럼 디애틀랜틱 부국장의 글처럼 “이제는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고 기소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 반면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헌법 정신을 위반한 문제는 지금 당장 다퉈야 할 문제다.

 

일각에서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요건은 충분히 갖췄다고 본다. 미국의 저명한 헌법학자인 로렌스 트라이브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월13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우리는 법 위에 있는, 그래서 우리의 정부 시스템에 위협을 가하는 대통령과 대면하고 있다. 이제 의회가 사법 방해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라이브 교수는 "(트럼프의 행위들이) 공무집행방해의 수준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공무집행방해’라는 개념 자체가 허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동맹국과도 공유하지 않았던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정보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유출한 사건이 사실이라면 이것도 탄핵 이유가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헌법은 “반역죄, 수뢰죄, 기타 중대 범죄 및 비행으로 탄핵되고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파면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핵 소추의 권한은 하원에 있는데 특검의 수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사법위원회 등이 조사하고 하원 본회의에서 결의안을 표결한 뒤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탄핵 소추가 결정된다. 상원의원은 탄핵 심판에서 배심원 역할을 하는데 상원 재적의원(100명)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유죄가 인정돼 파면되고 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탄핵의 가능성은?

 

탄핵 재판이 시작될 가능성은 아직 낮다. 의회의 구성 때문인데, 하원의 다수파인 공화당 의원 대다수는 아직 트럼프의 탄핵 소추에 대해 무덤덤한 편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가장 심각한 대통령의 권한 남용 사건이 일어났지만 항명성 사표를 던진 트럼프 정부의 멤버도 아직 없다. 백악관에서 누군가 항의한다면 공화당 하원의원들도 압박을 받겠지만 아직은 평온하다. 

 

전체 하원의원 435명 중 공화당 의원은 238명이다. 뉴스위크는 “이중 코미 전 국장이 해임될 때 비판한 사람은 대략 40명이다”고 추정했다.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공화당 의원은 6명이었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특별 검사의 임명을 지지한 사람은 1명이었다. 비판 대신 칭찬을 한 의원도 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이 대표적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FBI에 전달한 코미 전 국장 해임 통보 문서를 트위터에 올리며 “사상 최고의 해임 통보”라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정부 밖에서도 트럼프를 위한 지원 사격이 더해졌다. 예를 들어 리처드 엡스타인 시카고 법대 교수는 “코미 해임은 옳았다”고 거들고 화이트워터 사건(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 특별검사였던 케네스 스타 역시 트럼프를 응원하고 있다. 이런 지형에서 탄핵을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만약 트럼프의 실책을 추궁할 생각을 공화당 의원들이 갖지 않을 경우 유일한 해법은 2018년 중간 선거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성공하기를 기원해야 된다.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보다 예측가능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선호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적지 않다. ⓒ 사진=AP연합

반면 탄핵의 가능성을 점치는 이도 있는데, 지난 9번의 대선 결과를 정확하게 맞춰낸 것으로 유명한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모두가 힐러리 당선을 예측할 때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한 그는 공화당이 가진 불안감을 이유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 체제 아래서 열리는 2018년 중간선거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불안 요소”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만약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내뿜는 마이너스 요인이 플러스 요인보다 크다고 판단한다면 결국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할 것이고 탄핵 소추에 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모두 탄핵에 찬성할 걸 가정하면 공화당에서 24명만 이탈해도 탄핵 소추안은 통과될 수 있다.

 

또 다른 탄핵의 이유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다. 릭트먼 교수는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보다는 예측 가능하고 전통적 보수파인 펜스가 국정운영을 더 잘 할 거라고 믿는 공화당 의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1868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 소추된 앤드류 존슨 대통령의 경우가 트럼프와 비슷했는데, 그 역시 독불장군 스타일에 당시 의회에서 다수당이었던 여당과 관계가 소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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