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이 돼 봉하를 찾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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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현직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문재인 대통령은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단 한 번도 추도식에 빠지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인 올해에도 문 대통령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추도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5월23일 2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됐다”며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동지이자 친구였다. 문 대통령은 1982년 법무법인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문 대통령과의 첫인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문재인 변호사와 손을 잡았다. 원래 모르는 사이였지만 1982년 만나자마자 바로 의기투합했다. 그는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되어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들은 사람이다. 그래서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서도 판사 임용이 되지 않았다. 정직하고 유능하며 훌륭한 사람이다. 나는 그 당시 세속적 기준으로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 사건도 많았고 승소율도 높았으며 돈도 꽤 잘 벌었다. 법조계의 나쁜 관행과도 적당하게 타협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변호사와 동업을 시작하면서 그런 것들을 다 정리하기로 약속했다. 그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문재인 당선인은 참여정부 시절, 초대 민정수석과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내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함께 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노 전 대통령의 곁을 늘 지킨 사람은 문 대통령이었다. 참여정부에서 초대 민정수석을 포함해 두 번의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임기 말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았다.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문 대통령은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청와대로 들어갔다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1년 만에 청와대를 나왔다. 2004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 여정 중 네팔 카트만두 호텔에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영자 신문으로 접하고 바로 돌아왔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자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탄핵대리인단을 구성해 법적 대응 전반을 맡아달라고 청했다. 문 대통령은 변호사 개업신고를 하고 재판을 준비했고 5월 14일 헌재는 ‘탄핵기각’으로 결정내렸다. 문 대통령은 재판이 끝난 3일 후 청와대에 다시 불려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세상에 알린 것도 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2009년 5월 23일 경남 양산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대단히 충격적이고 슬픈 소식”이라며 “노 전 대통령께서 오늘 오전 9시30분경 이곳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운명하셨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퇴임해 고향 봉하마을로 내려온 지 15개월 만이며,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지 24일 만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장에서 상주를 맡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던 문재인 당선인. ⓒ 사진=연합뉴스

참여정부가 퇴장한 뒤 경남 양산 자택에서 생활하던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비보를 들은 즉시 병원으로 달려와 그날부터 봉하마을을 지켰다. 발인과 영결식, 수원 연화장 화장과 봉화산 정토원 안치까지,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는 모든 순간에도 함께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문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을 통해 이렇게 언급했다. 

 

“그(노무현)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 하게 됐다.”

마침내 대통령이 되어 친구의 추도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앞으로 임기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며 "현직 대통령으로서 추도식에 참석하는 것은 마지막이 될 것"이라 말했다. 또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린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인권변호사 시절 함께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선인의 모습 ⓒ 문재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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