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시작한 일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 경남 김해=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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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정호 전 참여정부 기록관리 비서관

‘생태, 가장 소중한 보배’.

부엉이바위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식수대 한 면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필이 깊게 새겨 있다.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곧바로 고향인 봉하로 내려와 친환경 생태농업을 실천하는 ‘농부’로서의 꿈을 키웠다. 매일 아침 마을 곳곳을 청소했고, 틈틈이 비서들과 모여 농사 계획을 나눴다. 직접 벼를 심었고 수확의 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첫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 그는 홀연 봉하를 떠나버렸다. 주인 잃은 마을은 패닉에 빠졌고 노 대통령의 꿈은 그대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런 봉하에 다시 생기를 더하고 그가 남긴 유업을 묵묵히 이어간 이가 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을 맡았던 김정호 영농법인 ‘봉하마을’ 대표다. 노 전 대통령을 따라 봉하로 내려와 얼떨결에 농사일을 시작한 김 대표는 이제 ‘농부’의 삶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방문객들의 손에 들린 봉하산 쌀과 차엔 모두 그의 손길이 담겨 있다. 지난 10년, 청와대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바쁜 나날을 보냈다는 김 대표는 이달 초 봉하마을의 10년 기록을 담은 책《바보 농부 바보 노무현》을 출간했다. 봉하마을 한편에 위치한 영농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올해 추도식 분위기가 작년까지와는 확연히 달랐고 전했다.

 

“작년까진 노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들이 추모객들 가운데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8주기를 맞아 찾아온 이들의 표정엔 지난 겨울 촛불집회부터 문재인 대통령 당선까지 거치며 생겨난 희망과 기대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눈물은 있지만 여느 때와 다른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올해로 봉하 생활 10년째를 맞았고 또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한 해라서 유독 감회가 남다르네요.”

 

김 대표를 비롯한 봉하마을 주민들은 5월9일 대선 당일 마을 내 방앗간바이오센터 2층에 모여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발표를 함께 지켜봤다. 저녁 8시 출구조사 발표 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2층은 큰 함성으로 뒤덮였다. 김 대표의 제안으로 모두가 잔을 들고, 그의 건배사에 맞춰 함께 잔을 부딪쳤다.

 

“노무현, 문재인,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하여!”

 

참여정부 시절 기록관리비서관을 지낸 김정호 영농법인 '봉하마을' 대표는 이달 초 봉하에서의 10년 생활을 담은 책 《바보 농부 바보 노무현》​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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