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때문에 2030년 미국 자가용 80% 줄어든다?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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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싱크X’가 말하는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미래 시나리오

 

그동안 지구 위를 다니는 자동차 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자율주행차가 먼 이야기일 것 같았던 2012년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2035년이 되면 전 세계 자동차 수가 17억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망치가 나온 2012년 8억7000만대와 비교해 두 배나 많아진다는 얘기였다. 중국이나 인도 등의 경제 수준이 올라갈수록 자동차 보유가 많아질 테니 당연한 예상이었다.

 

그런데 반대의 주장도 있다. 미국 시장에 한정한 가설이지만 2030년까지 미국에서 자가용을 가진 사람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미국은 전 세계 자동차 중 약 30%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시장이다. 미국의 자가용이 사라진다는 건 자동차 업계에 지옥 같은 일일 거다.

 

신기술에 대한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는 싱크탱크인 RethinkX는 기술과 자동차 소유에 관한 변화를 예측해 보고서를 내놨는데 내용이 흥미롭다. 그들이 그린 미래 예상도를 보면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점점 줄어든다. 2030년이 되면 자가용을 가진 사람이 엄청나게 감소한다. 

 

대신 자율주행차 공유서비스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자율주행차+공유경제’가 낳은 효과 탓이다. 미래 미국의 도시 교통은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공공 네트워크가 담당하게 된다. 그런 미래가 실현되면 교통 시스템 역시 획기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 Pixabay

 

도시계획까지 영향 주게 될 자율주행차 공유 시대

 

자동차 소유가 줄어들어 도로가 한산해진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정리한 ‘rethinkx’의 보고서를 한 번 보자. 그들이 그린 미래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1. 2030년까지 미국의 자가용 소유자는 80%가 감소한다. 2020년 미국의 국토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2억4700만대를 정점으로 감소해 2030년에는 4400만대가 된다.

 

2. 2021년까지 전기 자동차를 타고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1마일(약 1.6km)당 비용은 신차를 구입할 때와 비교해 4분의1~10분의1 정도로 감소한다. 연간 차량을 구입하고 유지하는 각 세대의 비용도 연간 5600달러 저렴해진다.

 

3. 세계 석유 수요는 2020년 1일 1억 배럴로 정점을 찍은 뒤 2030년에는 1일 7000만 배럴로 감소한다.

 

4. 차량 구입과 유지비용 등 이동 비용이 절감되면서 2030년 미국 가구당 가처분소득은 지금보다 연간 총 1조 달러가 증가한다.

 

예측대로 미국인 대다수가 전기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는 쪽으로 점유율이 쏠리면 도시의 도로 계획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주차 수요가 줄어든다. 자율주행차를 공유하게 되면 승객을 내려준 뒤 바로 승객을 태우러 이동하기 때문에 별도의 주차장이 필요없게 된다. 이런 미래에서는 도로의 폭을 확장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공원을 확대하거나 차 없는 거리를 확장할 수 있다.

 

우리네와 비슷하게 미국의 도시민들도 주차 공간이 골칫거리다. 미국에서 구입된 자동차는 도로 위를 달리는 시간이 고작 5%에 불과하다. 전체 수명 중 95%의 시간은 힘들게 마련한 주차공간에서 멈춘 채 보내고 있다. 주차 시간을 최소화하고 도로 위를 주행하는 차가 늘어나게 된다면 ‘주차장’이라는 공간을 재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생기는 여러 공간에 대한 고민을 시청은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이미 시범적으로 운영 중인 ‘파크렛(Parklet)’이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한 공공디자인회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70%가 주차장이라는 사실에서 착안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삭막한 도심 속에 주차장을 활용해 작은 공원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파크렛(Parklet)인데, 다른 지역에서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피츠버그는 샌프란시스코와 다른 고민을 하고 있는데 자율주행차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앞으로 20년간 도로폭을 확장하지 않을 계획을 고민하기도 했다.

 

rethinkx의 보고서는 자율주행차가 공유되면 자동차들로 생기는 시간과 공간의 손실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Pixabay

 

자동차로 생기는 시간과 공간의 손실 사라진다? 

 

실제로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와 공유 경제의 조합은 현실화 단계를 밟고 있다. 테슬라는 2016년 차량 공유 시스템에 진출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같은 해 하반기에는 테슬라 전기자동차에 자율주행을 위한 장치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의 선두 주자인 우버도 자율주행차 사업에 진출 중이다. 우버는 처음으로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차 실험을 실시했다. 현실에서 사용된 차량은 개인 소유의 가솔린 차였지만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CEO는 “우버풀(Uberpool, 모르는 사람 간 카풀을 통해 운임을 나누는 것)은 미국 교통의 미래다”라고 주장했다. 

 

자율주행차를 공유하는 삶이 도래하면 자가용을 운전해 목적지로 가는 사람들의 비율이 줄어들 것이라는 확신이 그들에게는 있다. 여기에 더해 GM과 포드 같은 전통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자율주행차 공유 시대에 대한 대처를 준비 중이다. 

 

rethinkx의 보고서는 2030년의 세상을 이렇게 예상하고 있다. 주차 공간은 점점 줄어들 것이고, 그로 인해 도시 계획과 도로망 건설 등의 미래 청사진을 모두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엄청난 자동차들이 도로 위에 밀린 채 매연을 뿜어대고, 자동차들 때문에 잃게 되는 시간과 공간의 손실은 기술과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로 사라질 것이란 게 rethinkx가 내놓은 전망이다. 10여년 후의 전망이며 그 길로 가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으니 이런 전망이 참인지 거짓인지 확인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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