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경도 투자자 130명이 ‘이낙연 불통’ 외치는 이유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5 10: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지사 때 전남개발공사 횡포 토로하며 상경 시위…이 후보자 책임론도 거론

 

5월24일 오후 1시 여의도 국회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5월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였던 만큼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 첫날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별다른 흠결이 없다며 정책 위주의 검증을 요구한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단단히 날을 세웠다. 

 

이 후보자의 탈세·위장 전입·아들 병역 의혹 등 도덕성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후보자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배우자와 아들의 자료 공개를 철저하게 거부하고 있다”며 “역대 국무총리 후보자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월24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여수 경도 투자자 130여 명이 상경해 전남개발공사 측이 분양한 토지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 일방적 해제통지로 인한 피해 보상과 이낙연 도지사의 불통 지적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낙연 후보자 청문회 첫날부터 여야 의원 신경전

 

이 후보자 부인의 그림 고가매입 의혹에 대한 거센 검증도 예고된 대로 진행됐다. 야당 측은 2013년 전남개발공사가 이 후보의 부인인 화가 김숙희씨의 그림 두 점을 900만원에 구입한 것이 사실상 강매라는 주장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 후보자는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같은 시각, 국회 정문에서 100m 떨어진 국민은행 주변 대로에서는 또 다른 성토의 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130여 명의 시민들은 “불통의 상징인 이 후보자가 국무총리 후보자가 된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엄격한 청문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왜 거리로 몰려나온 것일까. 시계바늘은 201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라남도가 100% 지분을 보유한 전남개발공사는 당시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내 호텔·콘도용 상업용지 3만2000여 평을 매각하기 위해 분양공고를 냈다. 전남도와 미래에셋그룹이 올해 1월9일 1조원대 규모의 투자 본계약을 맺으며 주목을 받았던 곳이었다. 미래에셋은 이곳에 6성급 리조트 호텔과 테마파크, 리테일 빌리지, 워터파크와 콘도, 페이웨이 빌라, 마리나, 해상 케이블카 등을 지을 예정이다. 

 

하지만 2011년까지만 해도 이곳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두 차례나 분양공고를 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공사는 7개월 후인 2012년 3월 울산의 건설 시행사 명인인베스트(이하 명인) 등 2곳과 수의계약 형식으로 부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어렵게 성사된 계약인 만큼 공사는 명인에게 ‘대출 등 필요한 지원을 모두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경도 개발이 급물살을 타면서 공사는 얼굴을 바꿨다. 대출 연장에 대한 보증을 거부했고, 나중에는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지 매매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이로 인해 244명의 투자자들 역시 큰 손실을 입어야 했다. 대부분이 퇴직금이나 은행 대출을 받아 계약한 사람들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투자자자는 “대부분 전남개발공사라는 공신력을 믿고 투자했다. 여러 차례 전화로 문의했을 때도 공사 직원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전남개발공사의 횡포로 투자자 대부분이 은행 이자에 시달리고 있다. 충격에 견디지 못한 투자자 한 분은 유명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 역시 여수 경도경도해양관광단지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 2015년 8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접 만나 여수 경도를 복합리조트 대상지역으로 선정할 것을 요청했을 정도다. 전남도는 2016년 8월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금융그룹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때도 이 후보자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만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 후보와 박 회장은 광주제일고 동문 관계로 알려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5월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 후보자에게 15차례 면담 요청했지만 ‘묵묵부답’

 

박 회장은 여수 경도에 연륙교를 건설하는 방안을 이 후보자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륙교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620억 원가량이다. 하지만 연륙교는 여수시가 관리하는 도로여서 국비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그 동안 여러 차례 이 후보자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그럴 때마다 이 후보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추연술 여수 경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이 후보자에게 15차례 이상 면담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는 것을 보고 과연 5000만 국민과 소통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전남개발공사 측은 그 동안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왔다. 전남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명인과의 계약 해제는 약정한 날까지 대출기관의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대출 역시 명인이 대출기관으로 선정해와 3자간 대출협약을 체결한 것이 전부다. 명인이나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보증 약속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히려 명인 측이 분할등기가 불가능한 토지를 필지분할이 가능한 것처럼 기망해 투자자를 모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통상적으로 개발 사업은 자금력이 있는 시공사가 지급 보증을 서는 것이 건설업계 관례다. 경도 호텔부지 매각 역시 공신력 있는 공사가 보증을 서지 않았다면 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공사 측의 해명에 의문이 일고 있다. 

 

실제로 2013년 10월 1차 대출 당시 명인과 메리츠종금증권의 대출 계약에 앞서 공사와 메리츠는 ‘분양대금 대출 협약서’를 먼저 체결했다. 이 협약서의 제6조(토지분양대금 완납 전 대출계약 해지 등) 2항에는 ‘회사의 대출변제 미이행시 개발공사가 대리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지급보증의 성격으로, 금융기관은 이 협약서 내용을 기반으로 명인과 대출 약정서를 체결한 것이다. 

 

그럼에도 공사는 2014년 10월 1차 대출 만료를 앞두고 ‘보증을 설 의무가 없다’며 협약서 체결을 거절했다. 공사를 믿고 부지 매매 계약을 체결해 개발을 진행하던 명인의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2015년 5월 명인은 우여곡절 끝에 2차 대출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2017년 3월까지 잔금을 납부하기로 했던 당초 계약과 달리 2015년 12월까지 대출금을 변제하는 추가 협약서를 체결하게 된다. 선택권이 없었던 명인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약속된 납입 기일을 지키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당하게 됐다. 

 

대출 협의 당시였던 2015년 4월 신한금융투자에서 공사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공문에 관련 내용이 상세히 언급돼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당시 공문에서 “귀 공사 분양보상팀에서 리파이낸싱 만기를 6개월로 단축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본 토지의 개발을 위한 사업준비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매우 짧은 시간이다. 이후 본격적인 사업 진행에 위험요소가 있으니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사 측이 명인이 진행한 사업을 방해한 정황도 나왔다. 공사와 명인은 2011년 부지 매매 당시 부지정지작업을 마무리하면 소유권을 넘겨받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부지에 적치돼 있던 토사로 인해 공사를 마무리할 수 없었다. 인근 골프장에 사용할 토사를 공사 부지에 쌓아놓아 지연된 것이었다. 

 

공사 측은 그 동안 “2013년 6월 이미 토사 반출을 완료했다. 분양공고문과 용지매입신청유의서, 종람확인서 등을 통해 최초 계약 당시부터 명인이 숙지하고 있었던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공사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7월까지도 이 토사가 치워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건은 공사 경도사업단에서 분양보상팀장에게 보내는 내부 문서로, 호텔 및 콘도부지 관련 민원에 대한 답변 내용을 담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명인 등은 6월27일과 7월2일 호텔·콘도 부지에 야적된 토사를 치워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다. 공사는 “분양공고문과 종람확인서 등을 이유로 토사 반출이 어렵다는 내용으로 계약 담당 부서에서 명인 측에 통보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6월까지 토사 반출을 완료했다’는 공사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전남개발공사와 소유권 다툼이 진행 중인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내 호텔·콘도용 부지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토지 매매 계약 후 2년 가까이 소유권 이전 못해

 

무엇보다 명인이 종람확인서 등을 통해 토사 적치 사실을 인지했다해도 1년8개월은 지나치다는 게 건설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생명인 개발 공사가 적치된 토사로 1년8개월간 지연됐다면 명백한 횡포”라며 “부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도 1년8개월 동안 공사를 할 수 없다면 과연 어떤 회사가 계약을 체결하겠냐”고 지적했다. 

 

현재 양측은 치열한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이다. 명인과 투자자들은 “공사가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려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했다. 계약을 해제하면서 한 번도 최고서를 발송하지 않은 만큼 계약 해지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명인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사업도 큰 암초를 만날 수 있다. 사업의 핵심인 호텔 부지가 현재 법정 다툼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서 공사 측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명인이 대출 은행과 전남개발공사 등 3곳과 체결한 약정을 위반한 만큼 약정 기한 이익 상실에 해당된다”고 맞서고 있다. 때문에 계약 해지의 적법성 문제는 향후 소송을 통해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