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같이 키우던 우리 강아지,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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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의 괴발개발] 법규상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본인 소유 임야에 묻어도 불법

 

저희 집은 반려동물 가구입니다. 개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고 있죠. 개와 고양이 사이엔 사이가 안 좋다지만 둘은 굉장히 사이가 좋습니다. 물론 고양이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지만요.

 

오늘은 저희 개, ‘오봉이’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꼬똥 드 툴레아’라는 종의 이 개는 올해로 12살이 됐습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죠. 꼬똥 드 툴레아 종의 평균 수명은 16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보면 제가 오봉이와 함께 살아갈 날은 이제 4년 정도 남은 셈입니다. 

 

오봉이는 지난 2~3년 새 부쩍 늙었습니다. 눈엔 노안과 약한 백내장이 찾아왔고요. 귀는 거의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아직 산책 나가면 ‘영역표시’를 하느라 뛰어다니지만 금방 지치고 맙니다. 저는 저의 반려견에게 언젠가 닥칠 죽음에 대해 종종 생각하곤 합니다. 오봉이 피부에서 이름 모를 종양이 발견되고 심하게 근육 경련이 와 숨을 헐떡이던 2년 전 어느 날 밤, ‘오봉이가 언제 죽더라도 받아들이자. 다만 행복하게 떠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사랑을 주리라’ 혼자 마음을 정리하기도 했죠.

 

그런데 정말 저희 개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릴 적 키우던 병아리가 죽었을 때 그랬듯, 저희 집 앞 화단에 고이 묻어주면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임의로 대지에 반려견의 사체를 묻는 것은 불법입니다. 왜냐하면 반려견은 동물이고, 인간과 물건이라는 2분법적 체계 위에 선 우리나라의 현행법에 따라 모든 동물은 물건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 입니다. 폐기물을 땅에 무단 투기하면 당연히 불법이죠. 자기 소유의 땅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12살이 된 기자의 반려견 '오봉이'. 식구같은 반려동물에게 그에 합당한 장례를 치르고 싶은게 많은 반려동물인들의 마음일 것이다. ⓒ 사진=김경민 제공

 

민간 장례업체 위탁만이 최선의 방법?

 

그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현행법에 따르면 죽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방법입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등록된 동물장묘업체에 반려동물을 맡겨 장례 절차를 밟는 것인데요. 화장장으로 이뤄지며 옵션에 따라 수의를 맞추기도 하고 관을 짜고 염을 할 수도 있다. 유골을 받아볼 수 있죠.

 

가족처럼 지내온 반려동물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이 방법을 택하고 싶겠죠. 하지만 역시 문제는 ‘돈’입니다. 민간업체에 위탁해 치르는 반려동물의 장례는 20만원에서 최대 100만에 달합니다. 모든 반려동물 가구에게 이 비용을 감내하라고 강제할 순 없는 거죠. 그렇다고 공식으로 인증되지 않은 사설업체들에 함부로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두 번째 방법은 동물병원에 맡기는 겁니다. 역시 화장장으로 치러지는데, 사실 화장이라기보단 소각에 가깝습니다. 동물병원에 위탁할 경우 ‘의료폐기물’로 분류됩니다. 다른 의료폐기물들과 함께 일괄 소각되는 거죠. 때문에 따로 자신의 반려동물 유골을 받아볼 순 없습니다. 이런 뒷사정까지 모른다면 오히려 마음 편할 수 있지만, 글쎄요. 이름 모를 축사에서 나온 폐사한 동물 사체와 우리집 강아지가 뒤섞여 소각된다고 생각하면... 가슴 아파할 반려동물인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방법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생활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는 것입니다. 조금 충격적이고 비정해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법규상 동물은 물건이고 따라서 동물 사체는 폐기물입니다. 반려견 실제로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는 동물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반려동물인들에게 자신들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는 단순한 물건이 아닙니다.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비용의 민간 장례업체를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죠. 저래도 비용 앞에 조금은 망설일 것 같습니다. 아무리 예쁘다지만 개는 개인데, 그렇게까지 돈을 써야해?”라며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을 마주할 수도 있겠죠. 

 


선택지에 고를 수 있는 옵션은 세 개 뿐이지만, 그 중에 최선이 뭔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반려동물문화 선진국으로 알려진 나라는 미국, 중국, 독일 등입니다. 

 

중국의 경우 반려동물 장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와 민간이 운영하는 반려동물 공동묘지가 있는데, 그 가격이 5만원선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화장을 하고 싶은 경우 누구라도 쉽게 소각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이 마련돼있고요.

 

미국도 애견 장례 문화가 보편화돼있다고 하네요. 공동묘지와 화장을 주로 하는데, 반려동물 전용 납골당도 있어 언제든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주인이 원하는 모양으로 반려견을 염해주는 서비스도 일반화돼있고요.

 

국내에 반려동물과 동거하는 가구는 500만가구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1000만 반려동물가구 시대란 말도 나왔죠. 하지만 ‘동물권’은 여전히 답보상태입니다. 잊을 만하면 동물 학대 뉴스가 나옵니다. 애견인이라면 2015년 이웃 남성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해탈이 사건’도 기억하실겁니다.

 

다행히 올해 들어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을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동물보호단체에서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민법 제98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5월24일 “물건을 ‘생명이 있는 동물’과 ‘그 밖에 다른 물건’으로 따로 구분하지 않아서 동물을 물건 취급하도록 만드는 민법 제98조는 위헌”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에 앞서 3월21일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가 ‘동물을 인간과 물건이 아닌 제3의 객체로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제적 정비보다 중요한건 동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개선되는 것 아닐까요. 저희 할머니한테 종종 들었던 말입니다. “개는 개다.” 맞습니다. 저와 12년을 살아온 오봉이도 갭니다. 하지만 저와 오봉이 사이엔 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지금보다 조금 나은, 동물에 대한 인권감수성이 자리잡은 세상이 오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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