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이 돌아왔다…‘아델만 여명작전’ 다시 시작될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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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위기 한국인 탑승 선박 안전 확인돼…IS·소말리아 부패 등으로 활동 잠잠하던 해적 다시 기승

 

5월27일 인도양의 소말리아 해상에서 한국 선원 탑승 선박 서현389호의 통신이 두절됐다. 서현389호는 “배 뒤쪽에 해적으로 의심되는 무언가 따라오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고 통신이 끊어져 인근 해상에 있던 한국 해군 청해부대 대조영함이 긴급 출동했다. 

 

해당 선박에는 선장, 기관장 등 한국 선원 3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배가 해적에 납치됐을 것이라는 우려에 외교부는 비상체제에 돌입했고, 한국 등 7개국 해군이 공동작전을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명을 최우선해서 구조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연락이 두절된 지 17시간 만에 선원과 선박의 안전이 확인됐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선박이 해적으로 보이는 세력으로부터 추적을 받았지만 다행히 이를 따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과의 통신이 재개되고 우리 선원들의 안전이 확인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최근 소말리아 해상에서 해적들의 활동이 재개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해적과 관련된 사건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1년 1월 피랍된 원유 운반선 삼호주얼리호를 구해낸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은 익히 알려져 있다. 당시 한국인 8명과 인도네시아인 2명, 미얀마인 11명 등 총 21명이 승선한 삼호주얼리호를 소말리아 해적들이 피랍하자, 정부는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피랍해역으로 급파했다. 청해부대는 총격전 끝에 해적들을 제압하고 억류돼 있던 선원들을 모두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우리 군이 해상인질로 잡힌 국민을 교전 끝에 구출한 최초의 사례다. 이번 사건에서도 군은 아덴만 여명작전 교훈집을 살펴보면서 선원구출 작전계획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6월 포르투칼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을 생포한 모습. ⓒ 사진=연합뉴스

 

다시 기승부리는 해적, 왜?

 

해적의 등장은 소말리아의 오랜 내전 상황에 따른 무정부 상태에서 비롯됐다. 소말리아는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1969년부터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장군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독재 정권이 20년 이상 이어지면서 1991년부터는 내전이 시작됐다. 내전 중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일이 벌어지자 미국이 개입해 전쟁을 끝내려고 했지만, 1993년 작전 중 블랙호크 헬기 2대가 피격당하고 18명의 미군이 사망하면서 발을 뺐다. 정부는 통제력을 상실했고, 각 세력들이 발호하면서 내전상태가 지속됐다.

 

무정부 상태가 된 이 때,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군벌들과 활동해오던 무장 세력을 흡수해 이들 중 일부를 해적으로 만들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해적들은 극성을 부렸다. 소말리아 인근 해역을 지나는 선박 수백 척을 무작위로 나포했다. 

 

해적들이 한밤중에 소형보트를 타고 선박에 접근한 뒤 무기로 선원들을 위협해 조타실을 장악한 뒤 해안에 있는 자신들의 은신처로 선박을 몰고 가 정박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나포한 선박 회사들과 몸값을 협상하는 방식으로 해적 행위를 일삼았다. 나포된 선박과 협상하는 대변인까지 뒀으며, 해적 행동 수칙을 담은 가이드북을 출시하기도 했다.

 

해적에 의한 피해가 급증하면서 선박 회사들은 경비원을 고용하고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 해적 방어에 나섰다. 인근 국가 해군들의 재정비가 이뤄졌고, 다양한 국가들이 참여한 해적소탕 작전도 실행됐다. 또 국제구호단체들이 소말리아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소말리아 기근과 내전을 기반으로 나타났던 해적들은 서서히 모습을 감추게 됐다.

 

그러나 해적은 최근 다시 대거 출몰해 대형 선박들을 잇달아 나포하며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5월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소말리아 무장 해적들은 4월13일 소말리아 해안에서 18㎞ 떨어진 지점에서 수도 모가디슈로 향하던 아랍에미리트(UAE) 소유 유조선 ‘아리스 13호’를 나포했다. 해적들은 같은 달 31일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밀과 설탕 등을 운송하는 인도 국적화물선 ‘알 카우사르’ 호도 납치했다. 2012년 이후 5년 동안 활동이 잠잠하던 소말리아 해적이 갑자기 나타나 한 달에 두 차례 기습작전에 나선 것이다.

 

해양 범죄 활동을 감시해 온 비정부기구(NGO) ‘해적 없는 바다(OBP)’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서아프리카 인근 수역에서 발생한 해적 행위는 95건이었다. 2015년 접수된 54건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가 5월24일 발표한 ‘2017년도 1분기 전 세계 해적사고 발생 동향’에서도 해적의 증가 추세를 알 수 있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구출된 삼호주얼리호. 배에 탄흔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 사진=연합뉴스

 

해적에 의한 사망·납치 5년 중 최대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분기에 전 세계에서 발생한 해적사고는 총 4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7건) 대비 16.2% 증가했다. 소말리아 해역에서도 2건의 선박이 피랍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선원 28명이 인질로 잡혔다. 특히 해적 공격에 의한 사망이나 납치 피해자는 각각 2명과 27명으로 최근 5년(2013~2017)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 선박이 다시 통항하는 필리핀 술루 해역에서도 1분기 동안 총 9건의 해적 공격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같이 해적들이 다시 등장한 데는 부패와 빈곤 등 소말리아 내부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말리아는 최근 간접선거를 통해 모하메드 압둘라이 모하메드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지만, 이는 가장 부패한 정치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큼 잡음이 많았다. 

 

국제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NYT는 소말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최근 아프리카로 세력을 확장한 이슬람국가(IS) 등에 대신 쏠리면서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해적이 다시 출몰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OBP 역시 보고서를 통해 국제사회가 해적 행위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하고 해적 퇴치 활동비용을 줄이면서 서아프리카와 소말리아 해상에서 해적이 증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델만 여명 작전’ 성공 4년을 맞아 2015년 해군이 공개한 동영상. 당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체 접근부터 선실 진입 장면, 해적 생포 장면 등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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