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에어비앤비, 그리고 부곡하와이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9 15: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79년 개장한 부곡하와이 38년만의 폐업…1인 여행, 미식 여행 등 여행․레저 패턴 따라잡지 못해

 

‘부곡하와이’가 5월28일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스몰투어, 1인 여행 등 다양한 여행 트렌드가 넘쳐나는 요즘 세대에겐 다소 낯선 이름일지 모른다. 하지만 경남 창녕군 부곡면의 부곡하와이는 말 그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국내 종합 레저시설 1호였던 이곳의 폐업 소식은 무엇보다 소비자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는 여행·레저 업계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부곡하와이가 처음 문을 연 건 1979년, 아직 해외여행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때였다. 그때만해도 해외여행은 특권적인 소수를 위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국내여행을 하기도 벅차던 시절이었다. 부곡하와이는 이런 서민들을 위한 ‘해외여행 부럽지 않은 국내여행 경험’을 선사해주는 곳이었다. 당시로는 파격적이까지 했던 실내 물놀이 시설과 온천, 공연장 등을 갖춰 신혼여행, 가족여행, 수학여행의 메카로 명성을 날렸다. 전성기 시절에는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부곡하와이를 찾았다.

 

5월28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폐업하는 경남 창녕군 부곡면 부곡하와이 내 야외 놀이장인 하와이랜드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여행업계를 둘러싼 상황이 변했다. 국내 소비수준은 비약적으로 상승했으며 저가항공이 도입되면서 값싸고 질 좋은 해외여행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국내에 부곡하와이를 대체할 다른 레저 파크들도 속속 문을 열었다. 

 

여행 소비 트렌드도 변했다. 여행 트렌드는 점차 단체 투어보단 개인 여행으로 좁혀졌다. 부곡하와이는 가족, 학생 등과 같은 단체손님을 맞이하기에 적합한 구조였다. 여행의 품질보단, 서로 취향이 다른 여럿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물리적 공간을 제공하는데 만족했다. 부곡하와이가 개장하던 당시의 소비자들은 그 정도의 여행경험이면 만족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새 개별 투어 상품이 쏟아져 나왔으며, 이젠 개인이 알아서 비행기와 숙소를 잡으며 여행을 꾸려나가는 시대가 됐다. 1인 여행도 많아졌다.

 

 

단체 여행→개별 여행, 여행 판도 완전히 바뀌어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여행 관련 서비스가 이같은 여행 트렌드를 뒷받침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간단히 최저가 항공편 검색․예약을 할 수 있게 됐다. 에어비엔비 서비스 등을 통해 유스호스텔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프랑스 파리 시내 한복판에 방을 잡을 수도 있게 됐다.

 

여행의 목적도 바뀌었다. 유명 여행지를 코스로 돌아보는 패키지 상품에서 벗어나 현지인만 알 수 있는 맛집, 사진 포인트 등을 찾아가는 보다 깊은 수준의 여행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이 등장했다. 

 

ⓒ 사진=연합뉴스

눈 깜빡하면 변화하는 여행·레저 시장에서 부곡하와이는 몸 사리기에만 바빴다. 변화의 노력을 게을리 한 부곡하와이는 결국 시대적 도태를 면치 못했다. 물론 부곡하와이도 나름의 변화를 꾀했다. ‘하와이랜드’‘하와이파크’라는 놀이동산과 전시관 등이 복합된 놀이 공간을 만들어냈고, 2001년엔 눈썰매장도 개장했다. 사계절 레저타운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시도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곡하와이가 폐업이란 선택을 하게 된 배경으로 투자 방향 설정에 실패한 내부 경영진의 탓이 크지만, 달라진 여행 패턴이라는 외부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사업만큼 국내 경기와 소비 트렌드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 없다”며 “개인 맞춤형 여행상품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부곡하와이는 매일같이 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 변화하기엔 물리적으로 덩치가 커 (살아남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행업 종사자는 “부곡하와이가 지금의 껍질을 완전히 버리고 프로그램부터 운영 시스템까지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도태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