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중기중앙회 홈앤쇼핑 배임 의혹 ‘폭탄 돌리기’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9 17:49
  • 호수 14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홈앤쇼핑, 7000억 추정 면세사업권 헐값 매각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수사 무마說 나돌아

 

매출 2조원대의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인 ‘홈앤쇼핑’ 강남훈 대표의 배임 의혹에 대한 검찰고발을 놓고 중소기업청(중기청)과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간 ‘폭탄 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강 대표의 배임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사건은 중소기업 전용 면세사업권 매각과 관련해서다. 지난해 8월 중기청은 종합감사 결과 중기중앙회에 자회사 홈앤쇼핑 강남훈 대표의 배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하고, 배임 행위에 따른 재산상의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통보했다.

 

 

사업권 따자마자 특별한 이유 없이 매각

 

중기중앙회는 2014년 홈앤쇼핑을 비롯해 중소·중견기업 10개 기업이 공동 참여한 컨소시엄 법인 ‘에스엠이즈 듀티프리(SMEs DUTYFREE)’(에스엠)를 설립했다. 당시 컨소시엄 최대주주는 홈앤쇼핑(26.67%)이었고 2대주주는 하나투어(13.33%)였다. 컨소시엄은 이듬해 3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과 7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각각 취득했다. 당시 서울시내 면세점이나 인천공항 면세점 특허권은 호텔신라, 한화, 롯데, SK 등이 그룹의 사활을 걸고 뛰어들 정도로 노른자 사업이란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관세청은 중소기업 컨소시엄은 대기업군과는 별도로 한 군데를 선정해 특허권을 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결과 심사를 통해 홈앤쇼핑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인천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했다.

 

서울 강서구 홈앤쇼핑 본사 사옥 © 시사저널 고성준

홈앤쇼핑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취득한 직후 실시한 유상증자에 이유 없이 불참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스스로 상실했다. 결국 홈앤쇼핑 지분율은 1.48%까지 떨어졌고 최대주주가 하나투어(76.84%)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홈앤쇼핑은 인천공항 면세점 개점 한 달을 앞둔 2015년 10월 보유해 온 주식 전량(8만 주)을 액면가 5000원으로 계산해 총 4억원에 처분했다. 당시 금융투자 업계에서 중소기업 전용 면세점의 가치를 최고 7000억원가량으로 추산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에스엠의 면세사업을 보고 투자한 중기중앙회를 비롯해 참여 사업자가 사실상 손해를 입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중기청은 감사를 실시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138조·중앙회 사업범위를 이탈해 대부하거나 투기거래 목적으로 재산을 처분) △상법상 특별 배임 △민법상 임무 해태 △형법상 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의 혐의가 강 대표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중기청 측은 “면세점 사업권은 국가가 징세권을 유보해 독점적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특허로 볼 수 있다”며 “진입장벽과 수익성이 높은 사업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홈앤쇼핑은 경영상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실권 사유가 불명확하고 이 결정도 이사회 의결 없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기청은 강 대표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비롯해 상법상 특별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 위법사실이 있는지 사법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중기중앙회에 통보했다. 홈앤쇼핑 내부에서도 면세사업권을 매각했을 경우 배임 의혹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로펌에 자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기중앙회도 현재까지 강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고, 중기청 역시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중기중앙회 회원사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중기청의 경우 국정감사 또는 언론에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정확하게 밝히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현했지만, 실제적인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가 2014년 10월1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중소기업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 뉴스1

 

 

홈앤쇼핑 “경영상 판단이었다”
 

중기청 감사실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검찰에 정식적으로 고발을 한 것은 아니다”며 “검찰에 비공식적으로 통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비공식적으로 통보했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언론에 자세하게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중기청 측은 정식 고발이 아닌 검찰 수사관들에게 제보하는 형식으로 사건을 넘겼으나, 검찰은 이 사건을 1년 가까이 수사하지 않고 있다. 홈앤쇼핑 내부에선 이와 관련해 “강 대표와 가까운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가 수사를 무마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파다한 상황이다.

 

중기중앙회 측은 배임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이면서도 오히려 소송 당사자는 자신들이 아니라며 중기청에 떠넘기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기청에서 고발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는 우리도 알 수 없다”며 “소송 당사자인 중기청에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강 대표의 배임 의혹에 대해 중기청와 중기중앙회가 서로 ‘고발 당사자가 아니다’든가 ‘자세하게 말할 수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홈앤쇼핑이 결국 중기중앙회 회원사들의 돈으로 설립된 곳이기 때문에 면세점 사업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원사들이 피해를 봤지만, 반대로 면세점 사업권 매각 과정에서 이득을 본 누군가가 있을 수 있고, 이를 막으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7000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던 사업권을 4억원에 매각했으면서도 이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의 피해자는 결과적으로 중기중앙회 소속 중소기업들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홈앤쇼핑은 중기청 감사 결과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홈앤쇼핑 측은 “에스엠 사업이 하나투어 중심으로 진행되는 등 면세점 사업 투자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출자를 철회했다”며 “(지분 매각은) 인천공항 면세점 적자 가능성 등 사업 손실 우려를 고려한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오히려 강 대표는 중기청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중기청을 검찰에 고발했다. 홈앤쇼핑 내부에서는 면세사업권 헐값 매각 의혹뿐만 아니라 홈앤쇼핑의 마곡 신축사업 시공사 선정 문제를 둘러싸고 잡음이나 채용비리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