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30일, 박근혜 정부 30일과 무엇이 달랐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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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84% VS 44%…출범 한 달째 경제∙외교안보∙인사 등도 차별화

 

문재인 정부가 출범 30일째를 맞았다. 통상 정치권에서 ‘한 달’은 정부의 초반 성과와 리더십을 집중 조명하는 시기로 평가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인수위도 없이 국정을 시작했지만,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지율 84%를 기록하면서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수치를 경신한 것도 ‘소통과 통합’의 국정운영을 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로 꼽힌다. ‘파격’이라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도 눈에 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들고 나왔던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한 달 만에 ‘낙제점’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뒤늦게 처리되면서 새 정부 조각이 제대로 완성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고, 지명한 각료들 상당수가 각종 의혹으로 줄줄이 낙마하는 사태를 겪으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악재들이 지지율 저하로 이어지면서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4%를 기록했다.

 

5월10일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문재인 제19대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취재단


 

경제

 

박근혜 정부 한 달 째, 경제 정책은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조경제’를 이루겠다던 박 전 대통령은 공식행사를 제외한 첫 현장 방문지로 방송정보통신기술 융합 벤처기업과 직거래 농수산물 장터를 찾았다.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나 임기 초반부터 경제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요 회의들을 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장∙차관 자리 공석 등을 이유로 회의가 취소되기도 했다. 경제정책 전반을 조율하고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인 경제관계장관회의도 부총리 부재로 인해 한 번도 개최되지 못했다.

 

 

취임 직후 일자리 위원회 설치해 ‘J노믹스’ 실천 

 

‘J노믹스’를 들고 나온 문재인 정부는 공약한 경제 정책을 실행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 가계 소득을 늘려 국내 수요를 창출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며 ‘일자리 만들기’를 첫 번째 경제 정책으로 선택했다. 취임 당일 제1호 업무지시를 내려 ‘일자리 위원회’를 설치하고, 본인이 직접 일자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청와대 집무실에는 각종 일자리 관련 지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했다. 또 첫 번째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외교 

 

박 전 대통령은 취임식 이후 한 달 간 총 40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는데, 이 중 절반인 20건이 외교사절과의 접견 등 외교행사였다. 반면 업무와 관련한 수석비서관회의는 3번, 국무회의는 1번 주재한 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첫 국가기념일 행사인 제9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변화와 책임 있는 행동’을 강조해 대일 외교정책 기조의 일단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임기 말 박근혜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친일 미화 교과서 등을 이유로 대일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중단됐던 정상외교를 재개했다. 취임 첫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다음날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차례로 통화했다. 취임 사흘째인 12일에는 러시아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반도 주변 4강 정상과의 전화외교를 마무리했다. 또 미·중·일·러 4강국에 특사를 파견했으며, 4강 정상들은 모두 문 대통령의 특사를 직접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다음 달 7∼8일에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등 숨 쉴 틈 없이 바쁜 정상외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 외교 안보 라인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외교’의 첫 단추를 끼울 중요한 회담들이 충분한 준비 속에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6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미·중·일·러 ·유럽연합 주요국 특사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인왕실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사

 

박근혜 정부는 한 달 간, ‘인사’가 낙제점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출범 이후 채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등이 줄줄이 자리를 내놓았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도 각종 의혹에 대한 야권 등의 비판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지적된 ‘인선에 대한 불통’에 비난 여론이 거셌다. 당시 야당은 “인수위부터 지금까지 낙마한 인사가 12명”이라며 “역대 정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사 실패”라고 질타했다.

 

 

총리와 비서실장․정책실장 호남 출신 발탁 ‘파격’ 행보

 

이어진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파격적’으로 꼽혔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임종석 비서실장을 발탁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국정운영의 ‘빅2’라고 할 수 있는 총리와 비서실장을 모두 호남 출신으로 중용했다. 역대 정부에서 초대 총리와 비서실장에 호남 출신이 동시에 기용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후 청와대의 또 다른 장관급 참모인 정책실장에 광주 출신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임명하고, 검찰 인사를 관장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11년 만에 호남 출신을 발탁하는 등 호남중용 기조도 이어갔다.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검찰 출신이 맡았던 청와대 민정수석에 진보 성향의 법학자인 조국 서울대 교수를 임명하고,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잇달아 단행했다. 내각에는 ‘재벌 저격수’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해 재계를 긴장시켰다. 예비역 장성이 맡던 국가보훈처장에 피우진 전 육군 중령을 임명해 여성 1호 보훈처장을 탄생시킨데 이어 외교부 장관에는 비(非)고시 출신인 강경화 UN 정책특별보좌관을,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그러나 ‘인사암초’는 문재인 정부에도 등장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힌 ‘5대 비리(병역면탈·부동산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 총리는 진통 끝에 국회 인준을 받았고, 강경화‧김상조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으로부터 ‘부적격’ 비판을 받고 있다. 안현호 청와대 일자리수석 내정이 철회된 데 이어 김기정 안보실 2차장이 시중 구설 등을 이유로 임명 12일 만에 하차해 청와대의 인사검증에 구멍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국무위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안보

 

일각에서는 한미동맹 재조정 대신 한미동맹 강화를 내세워 안정적 평화관리를 우선시하고 북핵을 억제하기 위해 조기에 핵심 전력을 구축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안보정책에 대해 구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말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이상철 성신여대 안보학과 교수를 임명한 것도 남북대화 기조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안보실 2차장의 하차 등을 이유로 안보라인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가안보실 2차장 하차로 안보라인 비상 우려도

 

박근혜 정부 한 달째에 거의 유일하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분야가 안보였다. 정권 초기 북한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가 강력하면서도 신중한 메시지로 국민의 안보불안을 최소화하면서도 대북 민간 지원을 승인하는 등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현에 대한 의지를 각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 대통령의 ‘안보관’을 집중 공격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아무런 대처도 안하면서 사드배치, 한미동맹, 국방부에 대해서만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냐”고 비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 달째인 지금은 박근혜 정부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5건에 이르는 등 직접적인 도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예의 주시하면서 군사대비태세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포대 등 추가 장비 투입된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 ⓒ 시사저널 임준선


 

기타 행보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부터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른 탈권위 행보를 보여주면서 화제가 됐다. 취임 선서를 마친 뒤 시민들과 휴대폰 ‘셀카’를 찍는 모습 등이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이다. 경호 수위를 낮추고 ‘열린 경호’를 당부한 점, 참모들과의 관계도 격식보다 소통을 중요시하는 점도 주목된다. 계급장‧받아쓰기‧사전 결론이 없는 ‘3無 회의’나, ‘노타이’ 차림으로 모인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손수 커피나 차를 타 먹고 격의 없이 토론하는 모습은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소통하는 대통령’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전 권위주의와 불통을 비판받던 박근혜 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 국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청와대 본관을 나와 차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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