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의 교수 사용법
  • 이현우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정치경영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2 14:44
  • 호수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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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문회 대상의 고위공직 후보들 중 교수 출신들이 곤욕을 겪고 있다. 사실 별 특별한 일도 아니다. 매번 교수 출신 장관 후보자들의 학문적, 도덕적 자질 문제가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공직 배제 5대 원칙 중 하나가 논문표절이다. 다른 4가지 배제원칙도 적용되지만 교수 출신 후보자들의 비양심적 학술행위를 의심하기 때문에 콕 찍어서 배제원칙에 넣은 것이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교수가 학생으로부터 캔커피를 받는 것도 금하고 있다. 교수가 그깟 물건을 받고 학생에게 편의나 호의를 베풀어줄 수준 정도라고 보는 것에 다름없다.

 

썰렁한 농담 중에 담배를 끊은 사람과 박사 학위를 한 사람은 독하기 이를 데 없다는 말이 있다.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 보면 썩 틀린 말도 아니다. 학위를 마칠 때까지 변변한 수입도 없이 수차례 좌절하고 극복해야 하는 과정을 오롯이 혼자 겪어내야 한다. 박사 학위가 확실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자신의 청춘을 바친다는 것은 굉장한 독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 일러스트 정찬동

교수라는 직업은 속성상 고립성이 강하다. 박사 과정에서 혼자 학문에 정진했고 교수가 된 이후에도 대부분의 경우, 특히 인문사회 영역에선 단독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논문을 게재하는 등 연구 성과는 객관적으로 평가받지만, 성과가 나오기까지 주제 설정과 분석 그리고 결론을 맺는 연구 과정을 홀로 수행한다. 교수의 삶은 비속어로 ‘독고다이’다. 교수들은 혼자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다.

 

혼자 노력하고 성과를 쌓는 교수들에게 조직문화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특히 절차와 관례를 중시하는 공무원 조직의 우두머리 역할을 해낼 자질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장관들의 평균 임기가 1년이 채 안 되는데 교수가 수장으로 임명돼 공무원 조직을 장악하고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교수들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배우는 것보다 가르치는 것에 더 익숙하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교수들은 겸손하지도 않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학자 출신이 장관이 돼 뛰어난 업적을 쌓은 사례가 없는 것 같다.

 

정치지도자는 논리성과 규범성이 우월한 교수의 말에 솔깃할 수 있다. 평생 한 우물을 판 교수들은 현실을 개탄하고 자신이 중책을 맡으면 곧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지기 쉽다. 그 결과 어느 날 갑자기 공직을 권유받은 교수는 소명감에 가득 차서 수락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식과 소신만으로 조직을 장악하고 구성원의 존경을 받는 리더십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자칫 취임해 관료들로부터 교육만 받다가 임기가 끝날 가능성마저 있다.

 

학자이기 때문에 양비론(兩非論)을 펼치는 것이 가능하고 비현실적인 주장을 해도 귀 기울여준다. 은퇴한 선배 교수들로부터 캠퍼스를 떠나고 보니 본인이 얼마나 무능력한지 놀랐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아주 특별히 뛰어난 자질이 아니라면 교수는 대학에 그대로 두자. 몇 년 정치권에 기웃거리던 교수가 대학으로 돌아와서 학자의 기질을 잃은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학생들의 몫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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