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風(홍준표 바람)’ 잠재워야 살아남는 ‘친박’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6 17:04
  • 호수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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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표 후보 홍준표에 줄서기…친박계는 ‘反홍’ 후보 물밑 지원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의 당 대표 경선은 3파전으로 치러진다. 경선 구도상 홍준표 전 경남지사에게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자파를 대표하는 후보를 내지 못한 데다 수도권 출신인 원유철·신상진 의원은 지역 기반이 겹쳐 표가 분산될 수 있어서다.

 

홍 전 지사의 경쟁력은 인지도다. 그는 19대 대선에서 24%의 득표율을 얻었다. 그래서 홍 전 지사 측은 ‘어대홍’(어차피 대표는 홍준표)이라는 전략을 펴고 있다. 홍 전 지사는 6월19일 당권 도전과 관련해 “악역을 안 해도 되는데, 이 당에 22년 있었기 때문에 악역이라도 해 주는 게 도리가 아닌가”라며 “이 당을 혁신하고 다시 살리는 것이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상대인 원 후보에게 “만약 원 의원의 역량이 되면 전대 끝나기 전에 사퇴하겠다”고 자신감도 보였다.

 

당 일각에선 ‘홍준표 대안론’이 제기된다. 지난 대선에서 참패했지만 지리멸렬했던 당을 추스르고 그나마 24%를 득표해 당이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이유에서다. 홍 전 지사를 돕는 한 의원은 “카리스마가 있는 홍 전 지사가 강한 리더십으로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홍 전 지사가 대선 패배 후 당 재건이 시급한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당을 추스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홍준표 대안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홍 전 지사가 주장하는 ‘친박 청산론’에 공감하고 있다. 홍 전 지사는 친박계를 겨냥해 “국정 파탄세력과 결별하지 않고는 당이 살아날 길이 없다”며 “(당을) 궤멸시킨 장본인이 설치는 것은 후안무치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자유한국당의 제2차 전당대회 호남권 타운홀 미팅이 6월21일 광주 무등파크호텔에서 열렸다.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든 홍준표·신상진·원유철 후보(왼쪽부터)가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洪 “국정 파탄세력과 결별” 친박 청산론

 

일부 의원들은 벌써부터 홍 전 지사에 줄을 서는 모양새다. 당협위원장, 지방선거 공천 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 때문이다. 홍 전 지사를 돕고 있는 초선의원은 한국당을 탈당한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달서구 병 당협위원장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한 수도권 의원은 기존에 임명된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홍 전 지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지방선거에 자치단체장 출마를 저울질 중인 지역구 의원 역시 홍 전 지사의 ‘특급 도우미’로 변신했다.

 

이 같은 기세를 등에 업은 홍 전 지사는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향해 “그 사람들은 입이 백 개 있어도 할 말이 없다”면서 “어딜 감히 뚫어진 입이라고 함부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탄탄대로처럼 보였던 홍 전 지사의 당권 가도에 걸림돌이 생겨나고 있다. 중앙일보와의 싸움이다. 홍 전 지사가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비난하면서 촉발된 것이다. 홍 전 지사는 6월18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일보를 향해 “조카 구속시키고 청와대 특보 자리 겨우 얻는 그런 언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중앙일보는 연일 홍 전 지사의 막말과 언행 불일치 등을 공격하며 자질을 문제 삼고 있다. 급기야 중앙일보와 JTBC, 홍 전 회장은 6월22일 오후 홍 전 지사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다른 언론들도 홍 전 지사의 무책임한 ‘막말 정치’를 비판하면서 홍 전 지사의 자질론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홍 전 지사의 리더십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 전 지사는 2011년 12월 당 대표 시절에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파문으로 2004년 탄핵 역풍에 버금가는 위기를 맞았다. 그것도 이듬해 4월 총선을 4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홍 전 지사는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했던 다른 지도부가 그를 강력 비판했다. 그럼에도 그가 버티자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잇따라 사퇴해 결국 지도부가 와해됐고 홍 전 지사는 7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원유철·신상진 후보는 인지도 낮아

 

당권 주자인 원유철·신상진 의원은 홍 전 지사의 아킬레스건인 외연 확장 가능성과 막말 논란 등을 공격하고 있다. 원 의원은 홍 전 지사를 겨냥해 “막말이 강한 야당을 만든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홍 전 지사의 표리부동한 행태가 국민의 불신을 부추겨 당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 의원은 ‘대결원’(대표는 결국 원유철)이라며 ‘홍풍’(洪風) 차단에 나섰다. 그는 당 대표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게 아닌 팀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보수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젊은 보수론’을 펴고 있다. 그는 “홍 전 지사는 집토끼를 잡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영남 외 지역 산토끼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면서 “홍 전 지사가 받은 24% 득표율이 우리의 한계였다. 이제 우리는 76%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 전 지사는 강한 보수적 이미지 때문에 젊은 층과 수도권 여성의 민심을 얻지 못해 외연 확장은커녕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한계를 지적한 셈이다.

 

원 의원은 50대 젊은 정치인인 데다 당내 특별한 비토 세력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 측면에서 홍 전 지사를 능가하지 못한다는 게 약점이다.

 

신 의원은 6월21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당 제2차 전당대회 호남권 타운홀 미팅에서 “홍 전 지사는 새 인물론에 부적합하다. 후배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 전 지사의 불참 통보로 광주 TV토론이 무산된 데 대해 “이것은 최대 위기인 당에 해를 끼치는 해당행위에 해당돼 후보사퇴뿐 아니라 당원으로서의 탈당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신 의원도 인지도가 낮은 데다 당내 기반도 약하다.

 

친박계도 물밑에서 ‘반홍(反洪)’ 후보를 측면 지원할 태세다. 친박계 청산을 주창하는 홍 전 지사에게 순순히 당할 수 없다는 기류다. 홍 전 지사는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는 홍 전 지사가 쇄신을 핑계로 의원 줄세우기를 시도하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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