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종주국’은 어디일까?
  • 구대회 커피테이너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7 13:30
  • 호수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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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회의 커피유감] 브라질·이탈리아·에티오피아 제각각 종주국 주장 원산지·가공방법 따라 제각각

 

에티오피아·콜롬비아·브라질·이탈리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커피다. 세계 최초로 커피가 발견된 나라인 에티오피아는 커피 생산량으로도 세계 5위 안에 들고, 맛은 물론 독특한 산미를 자랑하는 커피 품종이 자라는 나라로 정평이 높다. 콜롬비아는 지형과 토양, 그리고 기후가 양질의 커피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나라다. 나라 이름만 들어도 커피가 떠오를 정도로 커피는 나라를 대표하고 있으며, 국민들 또한 커피에 대한 애정이 깊다.

 

브라질은 한때 세계 커피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했으며 지금도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으로 세계 커피 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브라질은 그해 커피 농사의 작황에 따라 나라 경제 전반이 큰 영향을 받는 독특한 나라다. 이탈리아는 비록 커피 한 톨 생산되지 않지만, 커피에 대해서만큼은 자부심이 강하고 콧대가 높은 나라다. 약 400여 년 전 베네치아 상인이 터키로부터 커피를 들여와 유럽에 중개무역을 했고, 보다 빠른 커피 추출을 위해 세계 최초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발명했다. 이들 네 나라 모두 과거 자타가 공인하는 커피 종주국이었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개발했다. 사진은 이탈리아의 한 야외카페 ⓒ 사진=pcm 연합

 

커피 산업 영향력, 가장 막강한 나라는 미국

 

생두 생산량으로 보면 브라질이 부동의 1위이고, 그다음은 베트남·에티오피아·콜롬비아·인도네시아 순이다. 생산량에 비해 우리에게 베트남 커피가 익숙하지 않은 것은 생산량의 약 90%가 로부스터 종으로 대개 싱글이 아닌 블렌드 용으로 쓰이며, 인스턴트커피 제조 시 사용되기 때문이다. 생두 수입량은 압도적으로 미국이 1위며, 독일·이탈리아·일본 순이다. 미국의 경우 자국 소비량도 많지만, 생두를 수입해 로스팅한 후 세계 각지로 수출하기 때문에 세계 최대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는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커피가 시작된 나라는 아니지만, 미국이 없다면 세계 커피 시장 자체가 마비될 정도로 커피 산업의 영향력 측면에서 보면 가장 막강한 나라가 미국이다. 특히 아라비카 커피의 선물거래는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주로 이뤄진다. 커피 메뉴 가운데 나라 이름이 들어간 것은 아메리카노가 거의 유일하다. 번역하면 미국인들이 마시는 커피 정도가 되는데, 알다시피 에스프레소를 뜨거운 물로 희석한 커피다. 미국인들은 태어나서부터 빵집·도넛 가게·치킨집 등 어디를 가나 커피를 접하기 때문에 커피를 남의 나라 것이라 보지 않는다. 마치 초콜릿의 원료가 카카오지만, 초콜릿하면 서양이 떠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독일이 세계 2위의 생두 수입국이라는 사실은, 베트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생두를 많이 생산하는데도 우리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과 같다. ‘황제의 커피’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달마이어와 향수·담배로도 유명한 다비도프라는 걸출한 브랜드가 있지만, 우리가 생활 속에서 독일 커피를 자주 접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독일 기계로 볶은 커피를 매일 마시고 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로스터기라 할 수 있는 프로밧이라는 브랜드가 바로 독일 제품이다. 필자가 세계 4대 로스터기로 꼽는 것은 독일의 프로밧, 미국의 디드릭, 터키의 토퍼, 일본의 후지 로얄이다. 독일은 가정용부터 상업용까지 이름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종류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생산하고 있다. 호텔이나 뷔페에서 많이 보이는 WMF시리즈 역시 독일이 자랑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독일 스스로 커피 종주국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지만, 기술의 독일답게 전 세계 커피 시장의 기계 장치 및 설비에서 실속을 단단히 챙기고 있다.

 

일본 역시 커피 강국이다. 과거 동양의 독일을 표방한 일본은 18세기 초 네덜란드 상인이 나가사키(長崎)항으로 커피를 들여온 이래 지금까지 커피 산업을 탄탄히 키워왔다. 특히 핸드드립 용품에서 일본 제품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스마트폰에서 애플을 제외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잘 아는 칼리타·고노·하리오 등이 일본 브랜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후지 로얄은 명품 로스터뿐 아니라 내구성과 균질한 분쇄로 유명한 그라인더 또한 생산하고 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생두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답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도토루·UCC 등에서 커피를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일본인의 커피 사랑과 실력은 스시만큼이나 높다. 1908년 독일의 멜리타 여사가 처음 고안한 핸드드립을 지금의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나라가 일본이다. 이렇듯 일본은 경제 규모와 기초과학 수준만큼이나 커피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커피는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이제 중국까지 가세할 만큼 전 세계인의 기호식품이자 생필품이 되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도 고급 원두커피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불과 20년도 못 되는 세월에 세계적 수준의 커피 로스팅과 추출 기술을 가진 커피 전문가가 국내 각지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것이다.

 

필자는 세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첫째, 한민족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뛰어난 두뇌를 가졌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를 가진 민족이라는 유대인에 비해 우리가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둘째,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다. 이런 이유로 손과 팔의 신경이 발달해 에스프레소 추출뿐 아니라 핸드드립 기술 또한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장은 작고 진입자는 많다 보니 생존한 카페와 커피 전문가들은 뛰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국내 시장을 넘어 원두와 카페를 자체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수출해야 할 때다. 품질과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왔지만, 다만 언어 장벽에서 한계에 부딪치곤 한다. 한 예로 바리스타 역시 세계바리스타챔피언십에 나가면 메뉴를 만들고 설명해야 하는데, 유창하지 못한 영어와 어색한 쇼맨십 때문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이 점을 보완하고 탄탄한 스폰서가 지원된다면 골프만큼이나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머지않아 우리 커피와 카페 브랜드가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고 세계 유명 거리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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