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사업 ‘먹구름’으로 OCI그룹 후계구도 ‘시계제로’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7 16:43
  • 호수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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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이 대표인 OCI 주가 반토막 차남 회사는 상장폐지

 

OCI그룹은 일반에 그다지 알려진 기업이 아니다. 전형적인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이다. 주력  업종도 무기화학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일이다. 화학공업은 크게 무기화학(無機化學)과 유기화학(有機化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유기화학이 탄소화합물을 다루는 분야라면, 무기화학은 탄소를 제외한 모든 원소의 화합물을 다루는 것이다. 석유나 천연가스에 포함된 탄화수소를 원료로 삼는 합성수지·합성섬유 등이 대표적인 유기화학제품이고, 염화아연·가성소다 등은 무기화학 물질이다. 물론 규모 면에서는 유기화학 시장이 훨씬 크다. 하지만 무기화학 역시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유기화학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보조재 역할은 충실히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OCI그룹이 대표적인 무기화학 기업이다. OCI그룹은 핵심계열사인 OCI를 중심으로 무기화학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OCI스페셜티·OCI페로·OCI에스이 등이 연결돼 있다.  2017년 현재 공정거래법 기준 22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재계 순위는 24위다.

 

OCI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회림 전 회장과 3세인 이우현 OCI 사장, 이우정 넥솔론 법정관리인(왼쪽부터) ©사진= 뉴스뱅크이미지

 

태양광 관련 계열사 줄줄이 적자 기록

 

산업의 특성상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OCI그룹은 신문지상에서 이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2007년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를 만들 때 쓰이는 원재료다. 미국·유럽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던 이 시장에 국내 기업으로 처음 도전장을 내민 곳이 바로 OCI그룹이다.

 

스타트는 좋았다. 당시만 해도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3년 후인 2010년, 연간생산량 2만7000톤에 세계 3대 폴리실리콘 제조사가 되자 시장은 찬사를 보냈다. 2011년 4월 OCI 주가가 주당 64만원까지 치솟은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 태양광 시장에서 OCI가 ‘잭팟’을 터트리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OCI의 영광은 얼마 못 가 끝났다.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어, 6월21일 현재 종가는 주당 9만4500원이다. 딱 5년 전인 2012년 6월21일 종가(21만7500원)와 비교하면 56.6% 떨어졌다. 지난 5년 사이 OCI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폴리실리콘의 기술력은 100%에 가까운 고순도(高純度)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현재 OCI가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의 순도는 ‘99.999999999%’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당시만 해도 OCI 경영진은 기술력만 높이면 시장 석권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때 복병이 등장했다. 바로 세계 경기 침체와 중국 기업들의 급성장이다. 세계 경기 침체가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면 중국 기업들의 추격은 공급 과잉으로 나타났다. 어느새 OCI에서 태양광 사업은 재앙이 됐다. 주가가 6년 만에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OCI의 사업부문은 크게 폴리실리콘 등을 생산하는 베이직케미컬 부문과 카본블랙(타이어 핵심원료)·벤젠 등을 만드는 카본케미컬 부문, 열병합·태양광 발전소를 건립·운영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 단열재 제조 등 기타 사업 부문 등 네 가지다. 매출액 기준으로 베이직케미컬이 58%, 카본과 에너지솔루션이 각각 25%와 15% 수준이다.

 

OCI에 있어 폴리실리콘 사업의 성공은 굉장히 중요하다. 2015년 1437억원의 영업손실에서 베이직케미컬 부문 손실액은 54.7%를 차지했다. 관련 산업의 불황은 OCI의 재무제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OCI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1214억원의 영업이익(연결회계 기준)을 기록해 턴어라운드에는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2013년은 OCI가 3세 경영을 본격화한 시점이다. OCI는 송암(松巖) 이회림 창업주가 1959년 설립한 동양화학이 모태다. 이 창업주의 장남인 이수영 회장은 1978년 대표이사(사장)에 취임했다. 현재는 이수영 회장과 그의 장남 이우현 사장(47), 그리고 전문경영인 출신인 백우석 부회장 등 세 명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당장 이우현 사장은 실적 침체가 예상되는 OCI 경영부터 정상화시키는 게 급선무다. 이 사장은 사업 다각화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폴리실리콘 사업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던 것을 태양광 발전 등으로 다각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동시에 비주력 계열사는 과감히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2월 OCI머티리얼즈를 SK그룹에, 2014년에는 OCI-SNF 지분 50%를 동업자인 프랑스 화학회사 SNF에 넘겼다. 잇따른 계열사 매각은 지난해 OCI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는 데 일조했다.

 

동시에 해외진출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OCI는 4월26일 일본 도쿠야마사(社)의 말레이시아 공장을 약 2000억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올 주총에서 이 사장은 “연간 2만톤을 생산하는 도쿠야마 공장 인수를 통해 세계 3대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로 재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앞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증권사 화학담당 애널리스트는 “연간 2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그 정도 가격(약 2000억원)에 산 것은 잘한 결정”이라면서도 “문제는 태양광 수요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파리기후협약에서 빠지고 세계 각국의 보조금 지급이 끝나가면서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단기간에 활황으로 돌아서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수영 OCI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3세 이우현 사장 취임 후 OCI 적자전환

 

현재 OCI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주력 회사인 OCI가 있다. 이수영 회장이 2017년 1분기 기준 10.92%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막내 동생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5.43%, 바로 아래 동생인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이 5.40%를 보유하고 있다. 이수영 회장의 아들 이우현 사장의 지분은 0.50%에 불과하다.

 

이수영 회장은 부인인 김경자 OCI미술관 관장과의 사이에 2남1녀를 뒀다. 차남은 태양광 웨이퍼 제조사인 넥솔론의 이우정 법정관리인(전 대표·46)이다. 넥솔론은 OCI그룹 총수 일가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다. 넥솔론은 태양광 잉곳(금속을 녹여 만든 기둥형 주물)과 웨이퍼(박막형 태양전지기판)를 생산하는 업체로, 2007년 설립됐다. OCI가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한 시점과 일치한다. 태양광 산업은 OCI와 같은 폴리실리콘 제조사가 만든 제품을 잉곳·웨이퍼 제조사가 사들여 관련 제품을 만든 뒤, 셀·모듈 업체에 납품하는 구조다. 가장 윗단에 있는 셀·모듈 생산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진입장벽이 높다. 우리 기업으로는 현대중공업·LG전자·한화큐셀 등이 있다. 반면 가장 아랫단인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 생산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잉곳·웨이퍼 제조 기업들은 중국산 등장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넥솔론도 마찬가지다.

 

이수영 OCI그룹 회장은 OCI에서 생산한 폴리실리콘을 넥솔론이 사들여 셀·모듈 기업에 납품하는 방식을 생각했을 수 있다. 계열사 물량만 처리해도 단기간 성장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넥솔론을 키우면 경영권 승계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우현 사장과 이우정 관리인은 각각 50억원씩 개인 돈을 내 넥솔론을 세웠다. 안정적인 공급선이 있다 보니, 회사 규모는 금세 커졌다. 2011년 코스피에 상장할 때만 해도 이러한 구상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후 시작된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에 적자로 전환, 지난 2015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이미 전액자본잠식이 돼 올 4월17일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산업은행)가 해외 기업을 상대로 매각 절차를 밟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OCI는 매출채권이 출자 전환되면서 넥솔론 지분 11.40%(2017년 1분기 기준)를 갖고 있다. 오창우 OCI 상무는 “상장폐지 후 넥솔론에 대한 지분은 아무 의미가 없어졌으며, 이우정 전 사장은 총수 일가일 뿐, OCI 경영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OCI그룹은 이수영 OCI그룹 회장과 형제인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이화영 유니드 회장 계열 기업의 지분이 뒤섞여 있다. 지분상으로 보면 OCI·삼광글라스·유니드 등은 중간지주사 형태를 띠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OCI그룹 계열로 묶인 회사들 중에는 넥솔론 말고도 최근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곳이 몇 군데 더 있다.

 


‘개성상인 후예’들, 불미스러운 일 연루

 

석영 도가니(Quartz Crucible)를 만드는 쿼츠테크 역시 지난해 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손실액(39억원)보다 더 늘어난 규모다. 이 회사는 3년간 내부거래금액만 300여억원에 달한다. 그룹 계열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살리고 있지만, 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유니드 자회사인 유니드LED도 지난 2년간 순손실액이 190억원에 달했다. 유니드LED는 한상준 유니드 부사장이 대표로 있다. 한 부사장은 이화영 회장의 사위다. 부친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다. 이복영 회장 계열인 이테크건설의 자회사 이테크인프라도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올 초 매각 절차를 밟았다. 계열 내 주력회사인 삼광글라스도 지난해 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OCI그룹에는 ‘마지막 개성상인의 후예’란 수식어가 뒤따른다. 창업주인 고(故) 이회림 전 회장이 태어난 곳이 개성이다. 살아생전 이 전 회장은 신용·검소·성실이라는 개성상인의 3대 덕목을 기업 경영의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이런 이유 때문에 OCI그룹 계열사들은 공통적으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을 중요하게 여긴다. 불미스러운 일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2009년 이우현 사장과 이우정 관리인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으로 거액의 차익을 남긴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은 OCI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법원은 이 사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억원을, 이 관리인에게는 벌금 2억5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당시 이 사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세 차례에 걸쳐 1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2013년 이수영 회장과 부인 김경자 관장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조사 결과 드러난 것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ICIJ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이 회장과 김 관장 부부는 2008년 4월 버진아일랜드에 ‘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Richmond Forest Management Limited)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계좌는 UBS 홍콩을 통해 개설됐으며 설립을 위한 중개서비스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넷(Portcullis Trust Net)이 주도했다. 포트컬리스 트러스트넷은 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 등 주로 동남아에 사무실을 둔 자산관리업체다. 이 회사는 주로 아시아 부호들의 돈으로 헤지펀드 등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국세청은 당시 OCI와 이수영 회장에 대한 역외탈세 혐의를 조사했다. 오창우 OCI 상무는 “평소 알고 지내던 PB(프라이빗 뱅커)가 외국계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계좌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주의 세 아들, OCI·삼광글라스·유니드 독자경영

 

올해는 OCI그룹을 세운 고(故) 이회림 창업주가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해다. 1959년 설립된 동양화학(OCI 전신)의 창업주 이 전 회장은 1968년 인천시 학익동에 국내 최초의 소다회 공장을 세웠다. 소다회는 유리·의약품·농약·비누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원료다. 이 전 회장은 슬하에 3남3녀를 뒀다. 장남인 이수영 회장은 OCI, 차남 이복영 회장은 삼광글라스, 3남 이화영 회장은 유니드를 맡아 독자경영을 해 왔다. 삼형제의 지분 관계는 복잡하지 않다. 이복영·이화영 회장이 OCI 지분을 보유했을 뿐이며, 삼광글라스와 유니드 역시 두 사람의 지분이 엮여 있지만, 서로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삼광글라스는 유리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밀폐용기 ‘글라스락’을 이 회사에서 만든다. 산하에 이테크건설·군장에너지·SG개발·쿼츠테크·SMG에너지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복영 회장의 장남인 우성씨(37)는 이테크건설 전무, 차남인 원준씨(31)는 삼광글라스 상무보로 재직 중이다. 이화영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유니드는 가성칼륨·탄산칼륨·염산 등을 만드는 회사다. 25.0%의 지분을 보유한 OCI상사 다음으로 이화영 회장(9.34%) 지분이 많다. 외아들 우일씨(34)는 상무보로 있다.

 

이회림 창업주의 동생인 고(故) 이회삼 전 회장이 세운 유니온도 공정거래법상 OCI그룹으로 분류된다. 백시멘트·알루미나시멘트 등 특수시멘트를 만들어 판매한다. 최대주주는 24.55%를 가진 이회삼 전 회장의 장남 이건영 회장이다. 이건영 회장의 외아들인 이우선 상무(33)는 지분 15.38%를 갖고 있다. 이수영 OCI 회장 부인인 김경자 관장은 이수영 회장의 누나인 이숙인씨의 남편 김일씨의 여동생이다. 두 집안은 겹사돈 관계다. 또 이병무 아세아시멘트 회장은 이수영 회장과 매제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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