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균택 검찰국장과 김덕남 상이군경회장의 수상한 거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3 11:33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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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 시절 상이군경회로부터 여행 경비 등 지원받아…박균택 국장 “받은 돈 바로 돌려줬다”

 

5월19일 오전 10시30분. 검찰 내부가 크게 술렁였다. 검찰과 법무부의 양대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에 각각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와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직후인 4월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지검장이 후배 검사들에게 100만원짜리 돈봉투를 돌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여론이 크게 들끓었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법무부와 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이 감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이 지방으로 좌천돼 어수선한 검찰 내 분위기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인사라는 것이다.

 

ⓒ 사진=뉴스1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 적임자로 ‘깜짝 발탁’

 

하지만 검찰 안팎의 표정은 달랐다. 이 인사를 계기로 검찰 개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검찰 개혁’을 외쳐왔다. 이런 상황에서 돈봉투 만찬 사건이 터졌다”며 “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 조직은 후배 기수가 승진해 상급자로 오면 선배 기수가 사표를 내는 관행이 있다. 사법연수원 기수를 중심으로 한 검찰 고유의 서열 문화 때문이다. 윤 지검장은 연수원 23기로, 하급자인 서울중앙지검 1~3차장보다 후배이거나 동기다. 때문에 검찰 일각에서는 수뇌부의 줄사표나 집단 항명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국민 80%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 검찰 수뇌부의 ‘물갈이’가 가속화됐다. 소위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들이 첫 번째 타깃이 됐다. 고검장이나 검사장급인 이들은 6월12일 인사에서 무보직 상태나 다름없는 연구 보직 등으로 밀려났다. 일선 검사나 수사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병우 라인’으로 찍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몸을 잔뜩 웅크렸다. 검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동안 검사들 사이에서 휴대폰을 교체하는 게 유행이었다”며 “카카오톡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민감한 정보를 지우기 위함이었다는 말이 파다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갈수록 검찰 개혁의 강도는 세질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이 경우 윤 지검장보다 박 국장이 ‘칼자루’를 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검찰국장이 모든 검사들의 평가와 인사를 주도하는 자리인 데다, 박 국장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위원회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파견 검사로 일한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5월19일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지검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추가 수사와 공소 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로 판단했다. 박균택 국장의 경우 향후 검찰 개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업무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청와대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검찰 개혁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 국장이 과거 대한민국상이군경회로부터 해외여행 경비나 비행기 비용 등을 지원받은 정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상이군경회 광주광역시지부(광주지부) 회계장부와 은행 입금 확인서, 당시 근무자와 상이군경회 회원들의 증언들을 종합하면 이렇다.

 

박 국장은 2005년 9월12일 광주지부로부터 유럽 여행 경비 100만원을 받았다. 김덕남 상이군경회장이 광주지부장으로 있을 때다. 광주지부의 회계장부에도 ‘박균택 검사 유럽 여행 여비 100만원’이라고 표시돼 있다. 용도는 업무추진비였다. 실제로 이날 박 국장의 부인인 이아무개씨 계좌로 이 돈이 입금됐다. 당시 광주지부 경리로 근무하던 양아무개씨는 사실 확인서를 통해 “김덕남 지부장의 명을 받아 2006년 1~3월경 박균택 검사의 광주→서울 간 비행기표를 법인카드로 예매한 사실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박균택 국장은 6월30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배우자 계좌로 돈이 송금됐다”며 “부적절한 돈을 받은 사실을 알고 곧바로 돌려줬다. 관련 근거도 있다”고 밝혔다. 2006년 4월 감찰조사도 받았지만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아내 계좌로 돈이 입금된 것도 배우자들이 서로 알고 지냈기 때문이라고 박 국장은 설명했다.

 

김덕남 상이군경회장도 6월29일 전화통화에서 “음해 세력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은 물론이고, 법무부, 청와대에까지 그동안 여러 차례 진정서나 탄원서가 접수됐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오히려 진정을 낸 사람들이 무고나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며 “박 검사 문제로 감찰부에서 조사를 해서 세 번이나 들어갔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우선 박 국장 부인에게 입금된 돈은 광주지부의 공금이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입금 확인증에도 의뢰인이 ‘상이군경광주’로 표시돼 있다. 단순히 배우자의 친분 때문에 공금을, 그것도 업무추진비로 가장해 박 국장 측에 송금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덕남 상이군경회 회장이 2016년 6월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광주지부 경리 “법인카드로 비행기도 예약”

 

시사저널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입·출금 내역이 기록된 광주지부 회계장부를 전수 조사했다. 이 장부에는 월별 입·출금 내역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유관기관 접대비(판공비)와 명절 직원 격려금(복리후생비), 통장 이자수입(잡수입), 양동천변 주차장 월정(사업수익금), 심지어 김 회장의 기사인 이아무개씨에게 나간 대여금과 환수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장부 어디에도 박 국장에게 돌려받은 돈이 입금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상이군경회 회원은 “100만원이 광주지부의 공금에서 나간 만큼 돌려받아도 이 계좌를 통해야 한다”며 “장부에 이런 내역이 없을뿐더러, 실제 계좌에 입금된 적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기부금으로 처리된 지역 국회의원 후원금을 제외하고, 국정원 간부의 위로금이나 모 경찰서 수사부서와의 회식비로 수백만원이 판공비 형식으로 집행됐다. 유관기관의 하계 휴가비로 집행된 90만원은 직원들의 복지에 쓰이는 상조비로 처리됐다는 점에서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대화 녹취록에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다. 2007년 4월 김덕남 회장(당시 광주지부장)과 경리인 양아무개씨 등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녹취록은 모두 150페이지 분량으로, 2006년 4월8일과 10일, 12일 등 세 차례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었다. 당시 김 회장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었다. 광주지부 내부 장부를 바탕으로 상이군경회에서 돈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까지 불러 조사를 벌였다. 당시 경찰은 이 장부에 나오는 국정원 오 국장의 실체를 밝히지 못했다. 대화 녹취록에는 “국정원 ㅇ국장을 오 국장으로 장부에 잘못 기재했다. 국정원에 오 국장이 없어 못 찾는다. 잘됐다”라고 표시돼 있다.

 

박 국장의 이름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 김 회장은 녹취록에서 “우리 둘이나 셋이 이렇게 사전에 만나서 입을 맞추면 증거 인멸이다. 한마디만 저리(경찰) 들어가면 바로 구속될 수 있다”며 “박 부장도 조심하라고 당부를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검사 줬다는 것, 현직 검사 줬다는 것이 가장 문제다. (광주) 북부서에서 올라오는 것은 모두 박(균택) 부장 소관”이라며 “박 부장 소개로 특수부장 출신 변호사를 만났다. 박 부장이 차근차근 코치를 해 줬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녹취록의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수사 중인 피의자를 현직 검사가 뒤에서 지원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상이군경회 광주지부 회계장부에는 지역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다수 적혀 있어 주목된다. © 시사저널 이종현

 

박 국장 “녹취록은 일방적인 대화”

 

법무부나 검찰 측은 “내부 무마용으로 나눈 상이군경회 측의 일방적인 대화”라고 주장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녹취록을 제외하고, 검찰국장 본인이 사건을 알고 있었다거나 개입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대검 관계자도 “녹취록은 본인들끼리 한 이야기다. (검찰국장이) 거기에 대해 알지 못하고 개입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다 클리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덕남 회장의 경우 “녹취록이 있다면 조작됐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는 “당시 직원들과 대화할 처지가 못 됐다. 반대파들도 녹음 내용이 있다고 말만 하지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감찰조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처리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녹취록이 작성된 시점이 민감한 때였고, 대화 내용 또한 구체적이다. 검찰이 감찰조사 과정에서 관련 증거들을 모두 조사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한 회원은 “검찰이 2007년 관련 의혹을 제보받고도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이군경회 회원인 ㅅ씨 등은 2007년 1월 앞서 언급된 의혹과 근거를 바탕으로 대검찰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대검찰청은 이 사건을 광주지검에 이첩시켰다. 이 과정에서 광주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여러 차례 탄원서를 취하할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ㅅ씨는 “사건을 배당받은 광주지검 사람들이 ‘상급자를 조사할 수 없다’며 사건을 취하할 것을 종용했다”며 “어쩔 수 없이 박 국장의 이름을 빼고 다시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때서야 검찰은 수사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검찰은 2007년 9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김 회장을 약식 기소했다. 법원은 김 회장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한 진위 여부도 어떤 식으로든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균택 국장 “10년 전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

 

상이군경회와의 뒷거래 의혹에 대해 박균택 검찰국장은 “이미 10여 년 전에 100만원 건은 아무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인들끼리 친분이 있는데, 유럽으로 떠나기 전 돈을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아내가 김 회장의 부인을 모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현금으로 돌려줬다. 당시 돈을 인출한 내역도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예약을 법인카드로 했다는 상이군경회 경리의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그는 해명했다. 박 국장은 “당시 항공 기록은 모두 5건이었다. 신용카드와 마일리지로 결제를 했다”며 “2006년 4월 감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관련 기록과 근거를 모두 제출했다. 그랬기 때문에 감찰조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상이군경회 관계자들의 녹취록 내용과 관련해 박 국장은 “상이군경회 내부 회의를 하면서 광주지부장이 한 말이 녹음된 것 같다”며 “일방적인 대화 내용으로, 나는 사건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 사건에 개입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그동안 비슷한 의혹이 탄원서 형식으로 여러 차례 제기됐다. 잊을 만하면 같은 내용이 제기됐고, 언론에서도 취재 요청이 있었다. 상이군경회 내부 다툼 과정에서 계속 문제가 제기되는 것으로, 자신 또한 덩달아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이다. 박 국장은 “나중에 김 회장을 만나보니 ‘고소를 당해 지부장 권위가 흔들릴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내 이름을 꺼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일방적인 대화 녹취록만으로 내가 개입했다는 근거는 없다. 이 또한 감찰조사에서 충분히 해명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덕남 상이군경회장 “녹취록 있다면 조작된 것” 

 

박균택 검찰국장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김덕남 상이군경회장은 “일부 음해세력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나도 피해자”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12년 4월 중앙회장에 취임한 후, 검찰과 법무부, 청와대 등으로 적지 않은 진정서나 탄원서가 접수됐지만 처벌을 받은 적은 없다. 지검에서 무혐의가 나오면 고검으로, 다시 대검으로 가는 것이 그동안의 레퍼토리였다는 것이다.

 

그는 6월20일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전체적인 줄거리는 같은데 이름이나 내용을 살짝 바꿔 탄원서 등을 제출한다”며 “일부 회원들은 무고나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을 받기도 했다. 사정기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어서 모두 각하시켰다. 조금이라도 혐의가 있거나 의심 가는 사항이 있었다면 그때 걸리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찰조사 당시 검찰에 전화통화 내역까지 제출했다. 박균택 국장이 봐준 게 사실이라면 이때 드러났을 것”이라며 “변호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 국장에게 소개받지 않아도 광주에서 사회활동 많이 했다. 소개받을 일도 없었지만, 소개가 필요해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화 녹취록에 대해서도 그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당시 내가 회원들과 대화를 할 처지가 안 됐다. 녹음 내용이 있다고 말만 하지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녹취록이 있다면 그건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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