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3D 업종으로 분류되는 스웨덴 국회의원
  • 이석원 스웨덴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4 16:08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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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안 발의 수는 한국의 2배

 

테러가 발생한 지난 4월7일 금요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부 드로트닝가탄(Drottninggatan)의 올렌스(Åhlens) 백화점 정문 앞. 폴리스 라인이 설치되고 차량을 통제하는 바리케이드가 곳곳에 설치된 가운데 양복 정장의 한 남자가 사건 현장으로 걸어왔다. 주변에서 참혹한 테러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스웨덴 총리 스테판 뢰벤.

 

그런데 뢰벤 총리 주변에서 보여야 할 게 보이지 않았다. 경호원들이다. 멀찌감치 떨어져 총리를 경호하는 이들이 보이긴 했지만 워낙 거리를 두고 있었고, 주말 오후 대부분의 경호원들이 퇴근해 몇 사람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스웨덴의 총리가 조금 전 테러가 발생한 현장에 나오는데 소수의 경호원만 원거리 경호를 한다는 게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게다가 이 나라는 31년 전 스톡홀름 한복판에서 현직 총리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지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1969년부터 1976년까지, 그리고 1982년 두 번째로 집권한 올로프 팔메 총리는 1986년 2월28일 밤 11시20분쯤 스톡홀름 시내 회토리엣(Hötorget) 역 부근 길에서 총에 맞았다. 이날 부인 리스베트 팔메와 둘째 아들 모르텐 내외와 함께 스웨덴 코미디 영화 《모차르트 형제들》을 보고 아들 내외와 헤어져 아내와 둘이서 산책 삼아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던 참이었다. 그의 곁에는 아내 외에 어떤 경호원도 없었다. 주말 저녁 그는 자신의 경호원들을 모두 퇴근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아직까지도 범인을 찾지 못한 암살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스웨덴 국민을 대의하는 349명의 국회의원이 일하는 공간. 1년 365일 스웨덴 국민은 물론 세계 어느 여행자에게도 공개된 장소로, 특권이 없는 스웨덴 국회의원을 상징하기도 한다. © 사진=이석원 제공

 

“편안함 위해 국민 세금 쓸 수 없다”

 

지금도 스웨덴이 가장 사랑하는 정치인인 올로프 팔메 전 총리를 암살로 잃어버렸던 스웨덴은 스톡홀름 테러로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도 주말 오후라는 이유로 총리의 경호원들 대부분이 퇴근했던 것이다. 스웨덴 총리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의 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19대 총선 핫이슈 중 하나는 ‘국회의원의 특권 버리기’였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후 국회의원들은 그 어떤 특권도 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20대 총선이 치러질 때도 어김없이 ‘특권 버리기’는 가장 중요한 공약이었다. 20대 개원 후 여러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제도적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이 그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누려온 국회의원의 특권이 너무 많았고, 사라진 특권은 그중 일부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웨덴 국회의원은 어떤 특권을 누릴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들은 한국의 국회의원이 누리는, 즉 법이나 제도로 보장돼 있는 그 어떤 특권도 지니지 못한다.

 

스웨덴의 국회의원 349명 누구도 정부가 지급한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개인 차량을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자기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도 국회의사당 그 어디에도 무료로 제공되는 주차장은 없다. 평균 한 시간에 40크로나(약 5200원)의 주차비를 내야 한다. 물론 본인이 고용한 운전기사가 없다면 주차 연장을 위해선 직접 주차장까지 가서 몇 시간 단위로 새 주차권을 끊어야 한다. 엄청난 주차비는 고사하고라도 주차 티켓 새로 끊는 게 귀찮아서라도 어지간해선 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정부에서 월급을 주는 보좌관이나 개인 직원도 없다. 그래서 국회의원 본인이 모든 자료를 다 준비하고 읽고 분석해야 한다. 각 정당에서 운영하는 정책 보좌관이 몇 명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도움을 받으려면 하염없이 순서를 기다려야 하므로 스웨덴 국회 도서관에 앉아 있는 사람 대부분이 국회의원 본인들이다.

 

해외 출장 때 항공기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하는 간 큰 국회의원은 없다. 물론 출장비는 지급되지만 사후 결산 방식이고, 만약 비즈니스 좌석을 탔다면 이코노미 좌석에 대한 것만 결제되고 나머지는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심지어 평상시 소명 가능한 자료 없이 택시를 탔을 경우에도 결제 청구하기가 쉽지 않다. 택시는 소명 가능한 급박한 상황에서만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제 몸의 편안함을 위해 국민의 세금이 쓰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사당 바로 맞은편 스톡홀름 스트룀가탄 18번지에 있는 스웨덴 총리 공관. 가운데 건물 3층과 4층이 세계 최고의 복지를 자랑하는 강소국 스웨덴 총리 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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