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림, 중소기업 헐값 편취 논란 구설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5 11:12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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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린FS 전 대표, “매출 371억 회사가 6억에 넘어가” 하림 “부실기업 떠안은 우리가 피해자”

 

하림그룹이 지난해 중소기업 싱그린FS를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헐값 인수 의혹이 제기됐다. 싱그린FS 최대주주(70%)이던 김아무개 전 싱그린FS 대표는 “하림 측이 회사 인수를 전제로 전환사채(CB)를 빌려준 뒤 계속해서 경영권을 위협해 오다, 결국엔 내 주식을 헐값에 삼켰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하림 측은 “자체 결산 결과, (싱그린FS) 인수 직전에 수십억원대의 적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싱그린FS는 매출이 창사 이래 매년 증가세를 보였고, 그동안 적자를 낸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기업이 한순간에 자본잠식의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게 된 배경은 무엇 때문일까.

 

© 시사저널 이종현

 

“하림, 전환사채 빌미로 경영권 위협”

 

전라북도 익산시 용안면에 본사를 둔 싱그린FS는 달걀 생산 능력이 저하된 산란계 도태육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건실한 중소기업이었다. 2001년 설립 이래 매출 규모는 매년 증가했고, 지난해 하림그룹 계열사에 편입되기까지 계속해서 흑자를 내왔다. 싱그린FS의 2015년 매출은 371억원(영업이익 23억원)이었다. 산란계 도태육 시장 규모가 14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시장의 25%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셈이다.

 

무엇보다 싱그린FS는 수출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전체 닭고기 수출량(3043만 달러) 가운데 44.26%에 달하는 1347만 달러를 싱그린FS에서 올렸다. 일본·홍콩·베트남·캄보디아 등 해외 판로를 김 전 대표가 직접 개척한 덕분이었다. 이로 인해 싱그린FS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 ‘수출의 탑(100만·300만·500만·1000만 달러)’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림그룹은 그런 싱그린FS에 상당한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싱그린FS를 통해 육계 위주인 사업구조를 산란계 도태육 시장까지, 국내에 집중된 수익구조를 해외로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 전 싱그린FS 대표는 2012년부터 국내 최초의 산란계 전문 도계공장 건립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김 전 대표에게 하림그룹 지주사인 제이홀딩스를 통해 전환사채를 빌려주겠다는 제안을 해 왔다. 김 전 대표는 앞서 투자를 제안한 한 업체와의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러나 하림 측이 계약서상 이자율은 3%로 기재하되, 이후 거래를 통해 이자를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제이홀딩스와 계약을 결정했다.

 

이후 하림 측은 두 차례에 걸쳐 싱그린FS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고, 2013년 9월 전환사채 및 투자 약정을 체결했다. 여기엔 제이홀딩스가 2016년 9월 사채의 주식 전환을 하면서 김 전 대표 등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사실상 경영권 매각을 전제로 한 것이다. 주식 매매 단가는 양측이 각각 회계법인 실사를 벌여 산출된 사채 전환 전 분기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하기로 했다.

 

그러나 하림 측의 전환사채 이자 환급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전환사채를 빌미로 경영에 간섭하고, 계속해서 경영권을 위협해 왔다는 것이 김 전 대표 측의 주장이다. 김 전 대표 측에 따르면, 투자약정서에 따라 제이홀딩스가 지정한 사외이사와 감사를 선임했고, 경리책임자 및 물류담당자 등을 고용케 해 하림 측에 싱그린FS의 전반적인 경영현황을 보고하게 했다. 그러나 하림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룹 감사팀을 싱그린FS에 내려보내 감사를 진행하거나, 수시로 재고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하림그룹 자체 결산 프로그램인 ‘하티스(HATIS)’를 적용해 싱그린FS의 결산을 진행토록 하기도 했다. 하티스를 통해 하림이 싱그린FS의 재고현황 등 주요 경영현황과 손익지표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하림은 공장 건설공사의 업체 선정부터 공사비에 이르기까지 주요 경영 결정 사안을 주도적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룹 통합구매팀을 통해 공사업체와 공사비용을 정하고, 김 회장의 최종결제를 받아 그 내용을 김 전 대표 측에 통보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하림 측이 임의대로 공장의 설계를 변경하는 일도 빈번했다는 것이 김 전 대표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도계공장 공사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김 전 대표는 당초 도계공장 공사비를 187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산업은행의 시설지원금 120억원과 하림의 전환사채 41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싱그린FS가 자체 조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하림 측의 개입으로 공사비는 280억원대로 증가했다.

 

하림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어디까지나 전환사채권자에 불과함에도 경영에 상당 부분 개입한 셈이다. 하림 측은 사채를 전환하면 싱그린FS가 계열사에 포함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 회사’라는 생각으로 경영을 챙겼다는 입장이다. 공사업체 선정이나 공사비 책정, 설계변경 등을 주도한 것도 하림그룹의 위상에 맞는 공장을 건립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도 이 같은 하림의 경영 간섭을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하고 그대로 따랐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하림이 계열사를 통해 지원한 공사비를 빌미로 경영권을 위협해 왔다는 것이 김 전 대표의 주장이다.

 

싱그린FS에 자금을 내준 곳은 하림그룹 금융계열사인 에코캐피탈이다. 싱그린FS는 이곳에서 70억원을 7.5%의 고금리로 대출받았다. 문제는 공장의 준공이 완료된 이후인 2015년 11월 미지급된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산업은행에서 책정한 시설자금 120억원 가운데 미지급된 22억원에 도계공장을 담보로 50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아 총 72억원을 마련했다. 그러자 하림 측에서는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으로 에코캐피탈에서 빌린 70억원을 상환하면, 저금리로 대환해 주겠다고 제안해 왔다. 이런 요구에 따라 김 전 대표는 산업은행 대출금으로 에코캐피탈 차입금을 상환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에 이은 도계공장의 후순위담보자로 설정하고, 김 전 대표의 대출자서와 개인보증도 제공했다.

 

그 이후 하림이 경영권 강탈이 의심되는 무리한 요구를 해 왔다는 것이 김 전 대표의 주장이다. 담보가 부족하니 김 전 대표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라는 것과 싱그린FS의 경영진 전원을 사임시키고, 하림 측이 지정한 경영진 5명을 채용하라는 것이었다. 김 전 대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주식에 담보가 설정될 경우 향후 투자약정서에 따라 하림 측에 지분을 넘길 때 가치가 없다고 평가될 수 있고, 경영진이 교체될 경우 자신의 경영권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싱그린FS에 대한 재고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재고량이 차이가 난다든가, 일부 재고에 유통기한이 기재돼 있지 않거나 지워져 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경영진 교체 요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하림이 약속한 대출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로 인해 싱그린FS는 시공업체들에 가압류를 당하는 등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결국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싱그린FS 주주 및 경영진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우선 공사업체들과 공사대금 지급 유예 및 분할 지급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해 미지급 공사비 문제 해결을 모색했다. 또 하림 측에 전환사채를 갚게 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고 다른 투자자를 물색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김 전 대표 측이 이처럼 극렬하게 맞서자, 에코캐피탈은 2015년 12월말 잔액공사비 70억원 가운데 42억원을 대출해 줬다.

 

전라북도 익산시 용안면에 위치한 싱그린FS 도계공장

 

싱그린 자산가치 30억, 미래가치 65억 평가

 

이후 곡절 끝에 사채전환 기일이 다가왔다. 하림은 지난해 5월 싱그린FS에 공문을 보내 순자산가치 평가를 위한 회계법인 실사를 진행하라고 했다. 김 전 대표 측은 신한회계법인을, 하림 측은 삼일회계법인을 각각 고용했다. 신한회계법인 실사 결과, 싱그린FS의 순자산가치는 30억8000만원, 미래지향가치는 65억8000만원으로 각각 평가됐다. 2015년 말 기준 회계감사 결과, 싱그린FS의 순자산가치는 39억6000만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전 대표는 모든 일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봤다. 순자산가치와 미래지향가치 중간 지점에서 인수대금이 정해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8월초 하림 측에서 인수팀을 파견한 직후 대표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약속한 9월30일, 계약 내용에 따라 김 전 대표의 지분이 모두 제이홀딩스로 넘어갔다. 싱그린FS가 하림그룹의 계열사가 된 것이다. 그러나 김 전 대표 계좌에는 주식 매각대금이 입금되지 않았다. 하림이 하티스 결산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인수액 지급을 계속 미뤘기 때문이다.

 

그러던 지난해 10월말 하림은 김 전 대표에게 주식 매매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티스를 통한 결산 결과, 44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존 산란계 가격으로만 산정하던 원가에 가공·인건·보관·시설비 등을 포함시키면서 오히려 적자로 전환됐다는 것이 하림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년까지 2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던 회사가 한순간에 자본잠식이 된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김 전 대표는 “전년에도 하티스를 통해 결산을 진행해 왔고, 재고 결산 방식을 바꿨다고 수십억대 적자가 발생하는 회사라면 진즉에 부도가 났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하림의 자체적인 결산이 외부 회계감사 결과보다 공신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 싱그린FS의 외부회계감사를 담당해 온 정현회계법인도 지난해 전반기 감사 결과, 하티스 프로그램을 통한 회계 결산 내용 가운데 매출원가와 반기 말 재고자산에서 비정상적인 사항이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고금액이 과소산정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약정서상에는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식 매매대금을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하림 측은 자체 결산 결과에 따라 주식 매매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김 전 대표는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식 매매대금을 정하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림 측은 신한회계법인의 실사를 문제 삼았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김 전 대표 측이 고용한 회계법인이 어떤 기준으로 실사를 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30억원대의 순자산가치가 나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림 측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벌인 실사 결과 공개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림 측은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부실기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에 나섰다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싱그린FS를 끌어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림은 전환사채 약정을 체결하기에 앞서 실사를 벌인 바 있다. 하림 측의 주장대로 싱그린FS가 애초에 부실기업이었다면, 이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관계자는 “당시 실사를 소홀히 진행했던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약정 전에 실사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며 “처음 실사 결과를 받아본 김 회장이 순자산가치가 생각보다 높게 평가되자 재실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4월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좌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하림 “협의 통해 좋은 결과 이끌어낼 것”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법무법인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하림을 제소했다. 그리고 얼마 후인 지난해 12월, 하림 측에서 합의 제안이 왔다고 한다. 주식 매매대금으로 8억원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김 전 대표 측은 “하림 측에서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를 횡령 혐의로 민·형사상 고발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김 전 대표 명의의 재산은 모두 압류 조치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횡령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세무조사를 받은 결과, 일부 영세농가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적발돼 과징금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횡령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그동안 하티스를 통해 결산을 진행했는데 어떻게 횡령을 저지를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결국 김 전 대표는 하림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러면서 사채전환 약정 체결 당시 출자자본금이었던 11억2000만원을 요구했다. 당시 협상테이블에 나온 하림 측 임원은 합의서상의 금액은 8억원으로 기재하고, 김 회장이 3억2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러나 그날 오후 주식 매입대금으로 입금된 것은 6억원이 전부였다. 국세청 과징금 2억원을 주식 매매대금에서 제외했다는 것이었다. 또 지급을 약속한 3억2000만원도 6월말 현재까지 전달되지 않은 상태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각종 문제로 그룹 내 상황이 좋지 못해 지연된 것일 뿐”이라며 “향후 (김 전 대표 측과) 협의를 통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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