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가 더 단단해지기 전에...” 삼성 AI스피커 도전장 낸 이유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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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삼성전자 빅스비 AI 스피커인 ‘베가’ 개발 중”

 

아마존과 구글에 이어 애플이 뛰어들더니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참전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이 ‘베가’라고 부르는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가에는 ‘빅스비’(Bixby)가 탑재된다. 애플에는 ‘시리(Siri)’가 있고 구글에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있듯이 갤럭시S8부터 삼성의 스마트폰에는 인공지능 빅스비가 장착됐다. 삼성은 2016년 애플의 ‘시리’를 만든 오리지널 개발자들이 만든 회사 비브랩스(VIV labs)를 인수했는데 빅스비는 이들의 작품이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스마트 스피커는 지금 IT쪽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가 됐다. 그래서 삼성이 뛰어든다고 해도 낯선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시장을 선도하는 건 누가 뭐라고 해도 아마존이다. 인공지능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에코(Echo)가 시장을 이끌었고 구글도 ‘구글홈’(Google Home)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여기에 가세한 게 애플이다. 2017 WWDC에서는 아마존 에코와 구글홈의 대항마로 기대되는 ‘홈팟(HomePod)’이 등장했다. 애플의 홈팟은 올해 말에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오디오 전문업체인 ‘하만카돈’과 손을 잡고 인보크(Inboke)를 공개했다. 이들 장비는 인공지능이 탑재돼 있어서 음성 명령만으로 음악을 틀고 정보를 제공하며 질문에 대답하고 쇼핑도 할 수 있다. 음성으로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지배하며 삶을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삼성 갤럭시 S8 예상이미지 © 에반블레스 트위터

 

◆ “빅스비는 향후 모든 전자제품에 탑재돼 나갈 예정이다”

 

이처럼 점점 레드오션으로 변해가는 이 시장에 삼성이 뛰어들었다. 빅스비를 중심으로 삼성이 그리는 큰 그림 때문일 거다. 1년에 5억대의 스마트폰을 공급하며 TV와 세탁기부터 컴퓨터까지 다양한 물건을 생산하는 기업이 삼성이다. 일단 후발주자지만, 자신들의 스마트폰에 스마트 스피커를 연계하는 게 1차 목표일 거다. 자사의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도 있다. 

 

일단 스마트 스피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스마트폰과 긴밀하게 연계하는 거다. 더 진화한다면 아마도 집안의 모든 물건을 빅스비로 통합하는 게 삼성의 원대한 계획일 수 있다. 2017년 3월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블로그에 “스마트폰부터 시작해 빅스비는 향후 모든 전자제품에 탑재돼 나갈 예정이다”고 적었다. “미래에는 에어컨 및 TV도 빅스비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 음성입력을 수신하는 간단한 회로만 있으면 빅스비와 연계할 수 있다”는 계획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일단은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하는 언어인 영어의 미적용이다. 현 단계에서 빅스비의 영어 버전은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원래 2017년 봄에 영어를 지원하려고 했지만 그 계획은 연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빅스비 영어 버전은 7월말에 출시될 것 같다”고 전했다. 

 

아직 스마트 스피커를 이용한 가정용 인공지능 비서 시장은 초기 단계다. 일단 인공지능을 적용해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제한적이다. 그리고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아직 인공지능 비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사람들이 스마트 스피커에 적응하고 도입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의 예측이 맞다면 인공지능 비서의 미국 내 이용자 수는 2017년 3560만 명이 될 것이다. 2016년과 비교해 128.9%가 증가한 숫자다. 무려 두 배가 넘는 폭증세가 예상된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사용자가 점점 증가할 것이다. 홈팟을 내놓기 전 애플은 “인공지능 비서가 없는 애플은 향후 이용자가 이탈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지적은 삼성에도 똑같이 해당된다.

 

2014년에 나온 에코의 경우 이용할 수 있는 기능 혹은 서비스의 종류가 이미 1만개가 넘는다. ⓒ 사진=AP연합

 

◆ 아마존과 구글의 시장 지배력 공고해지기 전에... 

 

아마 월스트리트의 기사가 사실이라면 삼성은 아마존이나 구글이 시장을 공고하게 만들기 전에 서둘러 참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걸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 내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아마존의 ‘에코’는 70%를, 구글의 ‘구글홈’은 2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이미 시장의 대부분을 이 2개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iOS에 특화된 애플의 홈팟이 등장할 계획이다. 게다가 일찍 시작할수록 소프트웨어도 풍성해진다. 스마트 스피커는 있어도 사용할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빈 깡통이나 다름없다. 2014년에 나온 에코의 경우 이용할 수 있는 기능 혹은 서비스의 종류가 이미 1만개가 넘는다.

 

진입이 늦을수록 불리한 이유는 또 있다. 사용자의 사용 패턴이다. 에디슨리서치가 에코 소유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타난다. 먼저 에코 소유자 중 1대를 소유한 사람은 58%, 2대 이상 보유한 사람은 42%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대 이상 보유한 42%다. 적지 않은 사용자가 스마트 스피커의 장점에 매료됐다는 뜻이다. 첫 번째 스피커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이 두 번째 스피커를 살리는 없기 때문이다.

 

사용 습관에 관한 결과도 있다. 스마트 스피커 소유자의 70%가 집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음악을 듣게 됐다고 답했다. 65%는 스피커가 없는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했고 42%는 스피커가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결과를 요약해보면 일단 스마트 스피커는 한 번 사용하면 사용하지 않던 이전보다 더 좋은 생활이라는 인식을 준다는 것, 그리고 한 번 구입해 만족도가 높으면 같은 제품을 또 다시 구입해 집안 다른 공간에 배치하려는 특징이 있다. 아마 관련 상품을 구입하는 것도 늘어날 것이다. 에코를 구입하면 그 다음은 에코로 명령할 수 있는 냉장고, TV, 세탁기를 구입하게 된다. 이런 인공지능 생태계에 한 번 발을 들인 사용자는 최소 여러 해 동안 그 속에서 돌게 되고, 탈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삼성의 움직임은 이런 생태계의 울타리가 더 굳건해지기 전에 하루 빨리 참가하려는 몸짓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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