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시즌2] “천식은 어릴 때부터 예방법 찾아라”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1 14:49
  • 호수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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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 교수 “마른기침 오래가면 소아 천식 의심해야”

 

홍수종 교수는 누구인가 

 

198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3년 서울대 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 교수로 있다. 영유아·소아 천식과 아토피 피부염이 전문 분야다. 2011년 원인 미상의 중증 폐 질환 환자를 발견해 보고하면서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시작했다.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조사와 판정에 많은 역할을 한 공로로 올해 6월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2008년 시사저널이 선정한 ‘한국을 이끌 차세대 인물 300인’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2015년 4월 환경부가 지정한 환경보건센터를 맡아 가습기살균제 등 유해 화학물질 노출과 건강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천식은 기관지(기도)가 약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질환이다. 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 털, 흡연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천식이 생길 수 있다. 발작적인 기침이 주요 증상이다. 조금만 운동해도 쌕쌕거리는 숨소리(천명)가 나고 심하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다.

 

성인 이후의 천식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이미 기관지에 딱딱한 흉터가 남아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가 음식이나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아토피 피부염 등)을 보이면 전문의와 상담한 후 적절한 천식 대처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을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가야 한다. 2014년 이후 천식 환자는 200만 명 이하로 감소했지만, 영유아·청소년이 여전히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최고 소아 천식 전문가인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 교수는 소아, 더 나아가 태아 때부터 예방해야 하는 질환이 천식이라고 설명한다. 홍 교수는 “집의 침구류 진드기를 없앤다고 천식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모든 곳에 진드기가 있으므로 진드기 노출을 일부 줄인다고 해서 큰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공기청정기도 진드기 제거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침대와 소파 밑을 물걸레질하는 것이 최고”라고 말했다.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 교수 © 시사저널 최준필

 

병원을 찾아야 할, 천식의 대표적인 증상은 무엇인가.

 

만성 기침이다. 특히 아이가 3개월 이상 컹컹거리는 마른기침을 하면 천식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이런 증상은 반복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숨소리가 쌕쌕거리고 기침을 하는데, 몇 달 뒤 또 다른 감기에 걸려도 쌕쌕거리고 기침을 한다. 같은 현상이 3~4번 반복된다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결핵의 증상도 만성 기침이라서 일반인이 기침만으로는 천식을 구분하기 어렵지 않나.

 

세균이 들어와서 폐에 염증을 일으키는 결핵은 천식의 마른기침과 달리 가래 섞인 ‘습한 기침’이 특징이다. 또 결핵은 3~4개월 시름시름 앓지만, 천식의 증세는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한다. 기침만 하는 천식과 달리 결핵은 미열, 처짐,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등 전신 증상을 동반한다. 병원에서는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폐 엑스선 촬영을 하면 결핵은 흔적이 보이며, 천식은 정상으로 나타난다.

 

 

동네 의원에서 감기라고 오진해 병을 키우는 경우는 없을까.

 

천식과 같은 흔한 병에 대해서는 모든 의사가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 결핵과 천식을 구분하지 못하더라도 약 투여 후 경과를 살펴보면 된다. 결핵은 확진 후에 약을 사용하지만, 천식약은 부작용이 적어서 바로 써볼 수 있다. 만일 결핵이라면 천식약이 듣지 않을 것이다. 의사는 또 가족력을 물어보고 결핵 가족력이 있으면 반드시 엑스선 촬영을 권할 것이다. 대부분 여기서 천식과 결핵은 갈린다.

 

 

천식도 가족력과 관계가 깊은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엄마와 아빠가 천식이라면 아이는 10명 중 6~8명이 알레르기 체질이다. 부모 중 한 명만 천식이라면 자녀가 알레르기 체질일 가능성은 20~40%다. 부모 양쪽이 건강할 때는 그 가능성이 15% 정도다.

 

 

그렇다면 특정 유전자를 찾아 천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연구가 많지 않나.

 

그렇다. 알레르기 질환을 유전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원인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도 그렇듯이 유전 외에도 외부적 요인이 동반된다. 실제로 천식과 관련된 몇 가지 유전자를 발견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천식을 치료하지 못한다.

 

 

기관지 민감성을 낮추는 방법으로 천식을 치료할 수는 없을까.

 

기관지 과민성을 조절하는 기술은 아직 없다. 외부 물질이 계속 기관지를 자극하면 기관지는 계속 민감한 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특정 자극 때문에 터진다. 알레르기 염증이 생기면 사이토카인(면역 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이 또 기관지를 자극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기관지는 더 예민해진다. 따라서 기관지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자극 물질에 노출을 줄이는 방법이 첫 번째 원칙이다. 두 번째는 약으로 치료되지 않는 성인 천식의 경우, 내시경을 기관지에 넣어 고주파 열로 기관지 근육을 약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아직 실험 단계다.

 

 

면역력을 조절하는 치료는 어떤가.

 

천식 치료법 가운데 하나가 알레르기 면역 주사(항원면역요법)다. 100년도 넘은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가장 효과적이다. 특정 물질을 1000분의 1로 희석해 환자 몸에 반복적으로 주입하면 면역 관용(특정 물질에 신체가 반응하지 않는 현상)이 생긴다. 서서히 농도를 높여가면서 몇 년 치료하면 몸이 그 물질을 받아들인다. 진드기나 꽃가루 천식에 이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다.

 

 

천식 치료는 평생 받아야 하나, 아니면 자연 치유되기도 하나.

 

태아 시기, 생후 1년, 3살 무렵, 초등학교 들어갈 때, 사춘기, 성인기에 면역력이 크게 발달한다. 2~3살 때 천식인 아이들의 절반은 초등학교 갈 무렵에 좋아진다. 사춘기가 되면 또 절반이 좋아진다. 나머지가 성인까지 이어지는데 이들은 폐 손상이 크다. 이런 사람의 기관지에 흉터가 남지 않도록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천식이 낫지는 않더라도 더 나빠지는 것을 막는 게 천식 치료의 개념이다.

 


 

건강한 사람도 알레르기 체질로 바뀔 수 있나.

 

그렇다. 의학적으로는 용량 의존증이라고 해서 특정 물질에 자주 노출될수록 알레르기 체질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현재 천식 치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천식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라 조절하는 병이다. 환자로서는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아서 낫기를 바란다. 그러나 의사의 시각에서 천식 치료란 호흡곤란이나 기침을 없애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20~30년 추적해 봤더니, 소아 천식의 약 10%가 성인을 지나 노인이 될 때까지 이어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폐 기능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어릴 때 천식이 있었던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보다 폐 기능이 많아 나쁘다. 기관지에 딱딱한 흉터가 있는 상태다. 이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숨이 많이 찬다. 이처럼 소아 천식이 성인과 노인 천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방법을 학계가 찾고 있다. 예컨대 천식이 있는 10~15살 아이 수천 명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스테로이드제를 썼다. 약을 사용할 때는 잠시 좋아지는 듯했지만 약을 끊고 1년을 지내니까, 과거에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지 않은 아이들과 천식 발생률에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더 이전으로 돌아가서,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연구도 하고 있다.

 

 

산모가 담배를 피우거나 특정 물질에 노출되면 태아도 영향을 받는가.

 

임신부가 밀폐된 아파트에서 가스불로 요리하면 미세먼지에 노출돼 태아도 영향을 받는다는 국내 보고가 있다. 그런 아이는 알레르기 체질로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아이의 천식 관리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심지어 부모가 아이를 갖기 전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파트, 디젤 차량, 대기오염 등이 증가할 텐데 천식은 앞으로 더 늘어날까.

 

개인적으로는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학문적으로는 천식 자체가 많아지는 것인지, 천식 환자가 악화하는 것인지 모른다. 사실 천식과 같은 면역 반응에는 먹거리가 더 중요한 외부 요인이다. 임신부가 먹는 것은 태아의 면역 균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몸속 마이크로 바이옴(미생물 생태계)에 변화가 생기면 면역이 깨지고 알레르기 체질로 바뀐다. 면역이 깨지면 천식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육류, 청량음료, 단 음식이 몸속 미생물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엄마가 육식을 많이 하면 마이크로 바이옴이 변한다. 이것을 아이가 배 속에서 나오는 과정에서 들이마시고 그 아이의 장내 세균 환경을 이룬다. 따라서 아이에게 건강한 마이크로 바이옴을 물려주려면 엄마가 육류보다는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진드기에 민감한 사람은 진드기만 피하면 약을 먹지 않고도 정상생활이 가능할까.

 

그렇다. 그런데 다른 경로(비특이적인 항원)로도 천식이 올 수 있다. 예컨대 진드기에 민감한 사람이 감기에 걸렸을 때 천식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소아 천식의 70%는 감기로부터 시작된다. 한 환자는 한 달에 한 번씩 지방에 있는 별장에 간다. 별장에만 가면 진드기 때문에 천식에 걸린다. 이런 사람은 별장에 가지 않거나 별장을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감기에도 걸리지 않아야 한다.

 

 

꽃가루나 미세먼지는 어떻게든 피하더라도 진드기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진드기를 없앨 수는 없다. 여름 장마철이 지나면서 진드기가 많아지고 가을 찬바람이 불 때 진드기가 날린다. 1년 중 8월말부터 10월초까지 진드기가 기승을 부린다. 또 진드기는 침구류에 많으므로 자주 빨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햇볕을 쬐기라도 하면 좋다. 그러나 진드기와의 접촉을 줄인다고 천식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모든 곳에 진드기가 있으므로 노출을 일부 줄인다고 해서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침구류 커버를 햇볕에 말리는 등의 수고를 할 이유가 있는가.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만,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공기청정기는 진드기 제거에 도움이 될까.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그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진드기를 걸러내려면 헤파 필터가 따로 있어야 하는데 무척 비싸다. 그나마 공기청정기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진드기를 잡을지는 몰라도 이불이나 옷에 있는 진드기는 처리하지 못한다. 따라서 큰 효과가 없다. 공기청정기를 사놓으면 안심하고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않아 오히려 집 안 공기가 나빠진다. 차라리 주말에 한 번이라도 아빠가 침대나 소파 밑, 창틀을 물걸레질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천식 예방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무엇인가.

 

최우선은 정성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것이다. 아프지 말고, 사회활동을 하고, 운동하는 것이다. 오래달리기는 건조한 공기가 기관지의 습도를 떨어뜨려 기관지가 수축하므로 권하지 않는다. 그래도 운동은 하는 게 좋다. 운동으로 숨소리가 쌕쌕거려도 기관지 확장제를 조금 마시면 가라앉는다. 수영, 스키 등 습한 운동은 폐활량을 늘리면서 천식을 유발하지 않는 좋은 운동이다.  

 

 

고전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면역 주사 치료

 

18살 임아무개군은 생후 11개월 무렵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숨소리(천명)로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영유아기 천식이었다. 흡입기 치료(약물흡입치료)를 받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천명은 계속됐다. 여러 검사(기관지유발검사 등)를 통해 기관지가 과민한 천식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알레르기 피부검사에서 집먼지진드기와 꽃가루 등에 양상 반응이 나타났다. 임군은 기침을 달고 살다시피 했다. 실내 환경 조절요법으로도 천식과 심한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해결되지 않았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여서 12살부터 면역 주사를 맞고 있다.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 교수는 “면역 주사 치료 1년 후부터 비염과 천식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17살부터는 대부분 증상이 사라져서 기관지유발검사에서도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임군은 현재 천식 증상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수종 교수가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12살 이아무개양은 식품 알레르기 체질에 천식까지 생겨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살 때 달걀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었다. 3살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이 생겼다. 6살 이후 천식에 대해 간헐적으로 흡입기 치료를 받았다. 9살 때 한 달에 한 번꼴로 천식 증상이 악화돼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기관지 과민성이 매우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4분을 달린 후 심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운동유발검사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알레르기 피부검사에서는 집먼지진드기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폐 기능 검사 결과, 천식으로 인해 폐활량에 이상 증상(중등도 폐쇄성 환기장애)도 나타났다. 3개월간 흡입기 치료를 받았고 진드기 차단 이불 커버 사용도 했지만 큰 차도는 없었다. 2년 전부터 면역 주사를 맞고 있다. 홍 교수는 “면역 주사 후 1년6개월부터 천식 빈도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관지 과민성은 여전히 심한 상태다. 면역 주사와 흡입기 치료를 필요할 때마다 병행하며 추적 관찰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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