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시선 넘어 외면받는 국민의당
  •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8 09:44
  • 호수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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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조작’ 등으로 지지율 5% ‘바닥’…텃밭 호남에서도 한 자릿수

 

최근 국민의당 지지율이 5% 내외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 더 낮아지기 어려울 정도로 낮아져 있다. 지지율이 당에 대한 국민 인식의 총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싸늘한 시선을 넘어 외면받고 있는 상황으로,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정당으로선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지율의 세부 내용 면에서도 희망적인 부분이 좀체 발견되지 않는다. 텃밭이라고 불리는 호남에서도 한 자릿수(8%)에 그치고 있다. 전국 평균 지지율보다는 높지만 핵심 지지기반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지지율이다. 연령대로 보나 지역으로 보나 10%를 넘는 곳은 없다. 이념적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받아왔지만 중도층에서도 고작 4%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2월초 창당했다. 4월 총선을 불과 2개월 남짓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았지만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거센 녹색돌풍을 만들어냈다. 호남 28석 중 25석을 획득했다. 확고부동의 지역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텃밭을 갖는다는 것은 확장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부정적 효과도 있지만 부침(浮沈)이 심한 정치권에서 인물이든 정당이든 핵심 지지기반을 보유하는 것은 성장의 밑천이자 위기 시 방패가 된다. 그런 면에서 국민의당의 호남에서의 영향력은 국민의당 생명력을 강화시켜주는 요인으로 전망됐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오른쪽)과 김동철 원내대표가 7월7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안철수 입장 표명에도 부정적 시선 강해

 

지난 총선에서의 돌풍은 비단 호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득표율을 보면 26.7%로 당시 1당으로 등극한 더불어민주당(25.5%)보다 미세하지만 앞섰다. 전국적으로도 비교적 고른 정당득표율을 보여줬다. 비례대표에서 13명을 당선시켰다. 수도권의 안철수·김성식 두 의원이 당선된 것을 합해 총 38석의 어엿한 원내정당의 면모를 갖춘 바 있다.

 

또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는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후보와 양강 구도를 이루며 위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막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 장남 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 제기가 선거 후 증언 음성이 조작됐음이 밝혀지면서 당이 휘청거리고 있다. 안 전 대표는 7월12일 입장을 밝히면서 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으나, 조기에 안정성과 이전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 시선이 강해지고 있다. 이 사건으로 잃은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먼저 국민의당은 공당으로서의 도덕성을 잃었다. 민의를 모으는 선거에서 조작으로 왜곡을 시도했다는 것은 선거 과정의 부정에 민감한 국민들에게 쉽게 용인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처리 과정에서도 당의 총체적인 반성과 사과가 아니라 이유미씨 1인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국민적 비난과 실망감은 배가됐다.

 

다음으로 국민의당은 상징적 인물을 잃었다. 국민의당을 대표하는 인물인 안 전 대표는 제보조작 사건의 사전 인지 여부를 떠나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새 정치 브랜드는 훼손됐다. 또 뒤늦은 사과와 입장 표명으로 비난은 더 컸다.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는 것은 당분간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인데, 당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가 더 제약될 수도 있어 보인다.

 


 

당직자 탈당 등 국민의당 내부 동요

 

그리고 국민의당은 이번 사건으로 핵심 지지기반을 잃었다. 호남을 더 이상 국민의당의 텃밭으로 부르기 어렵다. 호남에서 국민의당 의석수는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당에 대한 지지는 곤두박질쳤다. 집권당이 된 민주당이 호남 중시 전략을 펴면서 국민의당 입지가 좁아져 있던 상황에 지지를 철회할 명분까지 제공된 셈이다.

 

많은 것을 잃은 국민의당은 이제 내부의 동요도 예상된다. 이미 일부 당직자의 탈당도 있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 간판으론 당선이 불투명하다는 생각이 들면 지역의 국회의원과 함께 이동했던 시·도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 등이 민주당으로 복귀를 시도하며 추가 이탈할 수도 있다. 또 국회의원급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동요를 단속할 수 있는 리더십이 당장 없다는 것이다. 8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으나 당 내외에서 두루 신망을 받으며 위기를 돌파할 리더십이 배출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강하다. 지난 총선 직후 있었던 이른바 리베이트 조작 사건 때처럼 이번에도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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