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악화시키는 사고
  •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한의사·치매전문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6 17:30
  • 호수 14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철수의 진료 톡톡] 증상 심해져도 포기 말아야

 

환갑을 바라보는 N여사를 경찰이 데리고 집으로 왔다. 금년 봄 어느 날 남편도 모르는 사이에 집을 나섰던 것이다. 지금 사는 집이 낯설고 남의 집처럼 느껴져 당신 집으로 찾아간다며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을 지나가던 사람이 이상하게 여기고 경찰에 신고했다. 다행히 시골이고 이미 경찰에 신고해 놓은 터라 별 탈 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치매 환자에게는 이처럼 크고 작은 사고가 쉽게 일어난다.

 

집을 잊어버리는 것이 제일 큰 사고다. 부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 잘 넘어지므로 다치거나 골절상을 입기도 한다. 위험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제어 능력이 부족하고, 균형감각도 떨어져 쉽게 넘어지기 때문이다. 화재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옆에서 챙겨주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아 약을 여러 번 먹을 수도 있다. 혈압약으로 혈압이 많이 떨어지거나,  당뇨약을 과하게 복용해 저혈당 쇼크로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름과 연락처 새긴 팔찌나 목걸이로 예방

 

N여사는 50대 초반에 치매가 왔다. 얼핏 보면 건강한 사람처럼 말도 잘하고 때로는 재미있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기억력이 많이 나빠져 조금 전에 한 일도 잘 잊고 판단력이나 집중력이 요구되는 일을 잘 못하고 계산을 할 줄 모른다. 최근 약 4년 동안 뇌세포 재활치료 한약으로 잘 버텨 왔는데, 지난 겨울을 보내면서 많이 악화된 것이다.

 

봄이 되면서 조금씩 회복됐지만 이상한 사람이 보인다는 등 ‘환시’가 생기고, 밤이 되면 마음의 동요가 심해지고 불안해하는 ‘일몰 증상’, 지금 있는 곳이 모르는 곳이며 자기 집으로 가야 한다는 ‘집으로 증후군’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끔씩 배우자를 자신이 모르는 낯선 사람으로 혼동할 때도 있다. 얼마 전에는 잠시 눈길을 주지 않을 때 집 밖으로 나가 넘어지면서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평상시 다른 사람 눈에는 멀쩡한 사람으로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조그마한 일에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치매 환자이기도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가족과 떨어져 산 충격 때문인지, 특히 남편에 대한 집착이 심해 조금만 서운한 소리를 듣거나 남편이 보이지 않으면 금방 뒤집어진다. 요양원은커녕 회사 일을 보려고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안절부절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울고 난리를 쳐서 항상 같이 있어야 한다.

 

최근 남편이 새벽에 잠시 잠이 들었다. 부인이 보이지 않아 나가 보니 정신을 잃고 마당에 쓰러져 있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 뇌출혈 감압수술을 받아야 했다.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치매 환자는 사고를 당하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평소 이름과 연락처를 새긴 팔찌나 목걸이를 해 주거나 옷에 수를 놓아줘야 한다. 가족이나 간병인이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바로 사고를 낸다. 그러니 사고를 당하기 전에 미리미리 예방해야 한다.

 

대부분의 치매 환자는 수술을 받거나 사고 자체로도 많이 악화된다. 특히 N여사처럼 출혈량이 많으면 뇌출혈 자체로도 치매가 악화되고 뇌전증(腦電症)이 생길 수 있다. 환경이 바뀌거나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받아도 치매가 심하게 악화된다. 하지만 악화됐다고 포기하면 점점 더 심해질 뿐이다. 사고나 수술로 인해 치매 증상이 악화됐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수술 전 상태까지 회복할 수도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