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케네디의 쿠바 미사일 협상에서 해법 찾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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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 위험 커지면서 미국 내 '케네디 사례' 연구 활발

북한 미사일을 해법을 놓고 '스트롱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북한이 7월28일 오후 11시41분 경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발생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북한은 7월4일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본토를 가정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발사 다음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주체106(2017)년 7월28일 밤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러면서 "이번 시험발사는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4'형의 최대 사거리를 비롯한 무기 체계의 전반적인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며 "우리나라 서북부 지대에서 발사된 ‘화성-14형’은 최대 정점고도 3724.9킬로미터까지 상승하며, 거리 998킬로미터를 47분12초 간 비행해 공해상의 설정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화성14형 발사가 미국 본토를 겨냥한 모의 발사였으며, 최대사거리를 계산할 경우 미국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 사진=AP 연합·트위터 캡쳐


 

전문가들도 이번 북한 ICBM급 미사일이 몇 가지 문제점만 수정 보완하면 충분히 보스턴, 뉴욕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한국담당으로 활약한 브루스 클라인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은 "미국 대륙의 상당 부분이 북한 미사일의 타격 범위 안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미 비영리 과학자단체 '참여과학자모임(UCS)' 소속 데이비드 라이트 선임연구원은 7월28일 UCS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보도에 따르면 발사의 최대 고도는 3700킬로미터였으며, 47분 간 비행했다고 하는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사일이 1만400킬로미터까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로스앤젤레스, 덴버, 시카고는 확실히 사정거리에 안에 들며 어쩌면 보스턴과 뉴욕까지도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워싱턴DC는 사정거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미 긴장 관계가 풀어질 것으로 기대됐던 트럼프 정부도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다시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며 "우리의 어리석은 과거 지도자들은 (중국이) 무역에서 한해에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이도록 허락했지만 그들(중국)은 말만 할 뿐 우리를 위해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는 이런 상황이 지속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대북 압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 정부의 태도에 극도로 실망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트럼프 정부가 직접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군사적 해법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미 군 당국은 북한의 '화성-14형' 발사에 대응해 미국 전략무기인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 2대를 7월30일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켰다. 일부 언론은 미국 정보당국자의 입을 빌려, 김정은 참수작전을 감행할지 모른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데이비드 라이트 ‘참여과학자모임(USC) 선임연구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북한과 미국 주요 도시간의 미사일 도달 비교표


 

케네디, 강온 전략 펴 '쿠바 미사일 사태' 해결

 

이런 가운데 '더 힐'을 비롯한 정치매체들은 트럼프가 북한 미사일 해법을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주요 치적 중 하나인  이 사태는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세워준 유명한 일화다. 별다른 정치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케네디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일약 미국 내 '새로운 개척정신'(New Frontier)을 외치고 나섰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케네디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해다.

 

제3차 세계대전과 핵전쟁 위기로 까지 번질 뻔 했던 이 사태는 표면적으로 힘의 대결에서 미국이 결코 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스트롱맨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바닥까지 떨어진 자국 내 인기를 끌어올릴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대북 압박 카드를 중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신을 가리켜 링컨 다음으로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케네디의 쿠바 해법은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쿠바 사태 성공하기 까지는 케네디가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소련 쪽과 협상한 것을 예로 들면서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적 노력을 꾸준하게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7월29일 보스턴글로브에 쓴 칼럼에서 "케네디의 유연한 협상력이 쿠바 사태 이듬해인 1963년 소련과의 ‘부분 핵 실험 금지 조약’을 시작할 수 있었고 5년 후 핵 확산 방지 조약을 체결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서 "지금 트럼프의 국제정책은 무력을 활용한 위협이며 평화 추구가 아니다. 이러한 킬러 대 패자의 구도는 전 세계를 모두 패배자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 대사도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북한과 대화하지 않으면 북한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면 다룰 수도 없다”며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과연 어떤 카드를 선택할까?

 

1962년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존.F.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에서 쿠바 미사일 사태와 관련해 대화하고 있다. ⓒ 사진=TASS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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