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野4당 수습할 ‘골든타임’은 지나간다
  •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8.07 01:23
  • 호수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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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초 정부·여당에 쏠린 관심…야4당, 당 정비 시간으로 삼아야

 

우리나라 야구팬이 아무리 많더라도 월드컵 기간엔 축구가 대세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뉴스에서 야구 뉴스는 사라지고 월드컵 축구 기사로만 채워진다. 야구정보 자체를 얻을 기회가 줄어든다. 이것은 대중의 관심이 월드컵으로 모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사람의 관심은 무한하지 않다. 개인이든 대중이든 마찬가지다. 한쪽으로 관심이 쏠리면 자연스레 다른 곳에 대한 주목도는 현저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누군가 연타석 홈런을 치거나, 노히트 노런을 해도 월드컵 기간에 야구 관심도는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정치영역도 마찬가지다. 정권 초반은 마치 야구 정규시즌 중 월드컵이 열리는 것과 비슷하다. 온통 대중의 관심은 새 정부에 집중된다. 실제 새 정부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연일 새로운 이슈를 내놓고 있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7월10일 당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표가 피곤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지지율 반반 나눠 가진 與·野4당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이전 정권의 대통령이 탄핵돼 물러난 터라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임기 시작 100일이 되고 있음에도 80%에 근접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기대감이 높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비협조적 자세로 베를린 구상 등 남북관계 개선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고, 국제사회 흐름과 충돌하면서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급격한 확대로까지 연결되진 않고 있다.

 

사실 현재 여당이 적극적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른바 ‘핀셋증세’와 관련해 여당이 먼저 제안하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또 여당에서 추경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얻어 내기도 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획득할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정국의 주도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오히려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문제제기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국면에 따라 소폭 하락하기도 하지만 50%에 육박하고 있다.

 

비록 8월 첫째 주 조사에서는 46%로 전주 대비 4%포인트 낮아졌지만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문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 41%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다당제하에서 절반에 가까운 정당지지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야4당은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전체 100%에서 여당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나머지 야4당이 50%를 나눠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11%, 바른정당 10%, 정의당 6%, 국민의당은 5%이다. 간혹 한국당이 10%를 넘기도 하지만 10%라는 박스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세력의 의미를 갖지만, 현재 대중의 평가가 반영된 지표상으로는 이러한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여당의 독주와 야당들의 부진 현상은 사실 정권 초반에 나타나는 일상적인 모습 중 하나다. 결코 어색하거나 생경한 게 아니다. 이전에도 이런 흐름은 존재해왔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 임기 1년차인 2008년을 보면,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40% 내외를 유지하고 1년차 하반기에 가서 다소 낮아지지만 30% 중반대를 기록했다. 반면 야당들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당은 10% 초반대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고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은 정당지지율이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민주노동당과 자유선진당 역시 미미한 지지율에 그쳤다.

 

ⓒ 시사저널 미술팀

 

野4당, 지지율 상승가능 국면 기다려야

 

박근혜 정부 1년차도 예외는 아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안정적인 40% 내외의 지지율을 이어갔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20% 내외에 그쳐 여당의 반 토막 수준이었다. 직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당선자인 박근혜 후보와 격차가 별로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정당 지지율은 여당에 필적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대중의 관심이 새 정부 초기 온통 정부·여당에 집중되어 있었고, 야당에 대해서는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야4당들은 지지율의 획기적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이후 상승 가능 국면을 기다리며 당을 정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야당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상승은 새롭게 출범한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조정되고, 일정 부분 실책이 현실화되거나 선거 국면이 다가올 때 반사적으로 나타난다. 이때 상승폭을 늘리기 위한 당 정비 작업을 누가 잘해두는지에 따라 이후 열매는 달라진다.

 

그러나 지금 야4당들은 당의 혁신과 변화를 위한 정비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기보다는 오히려 내부 갈등과 혼선, 구설로 부정적 뉴스 소재가 되고 있다. 이런 모습이 장기화될 경우 당의 위상 회복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최근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혁신선언문을 내놓았지만 그 과정에서 혁신위원이 사퇴하고 선언문 내용과 관련한 논란들이 불거졌다. 국정농단 세력과 과감히 절연한다는 인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반성이 담기고 그에 맞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국민의 시각에서는 미흡하게만 비춰지고 있다. 주홍글씨가 선명하게 노출되어 보이는데 아무리 다른 얘기를 하더라도 대중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되기 쉽지 않다. 여기에 충북지역 수해 시기에 해외 연수를 다녀온 소속 도의원이 국민을 ‘레밍(들쥐)’에 비유한 발언 역시 당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켰다.

 

향후 당의 실제적 노선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 보수통합에 대한 논의들을 추진할 때 당의 희생적 조치 수준 등을 놓고 내부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겠지만 매끄럽고 분명한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하면 당의 인식개선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당과 보수적통(嫡統)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바른정당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바른정당 주인 찾기’, ‘토크콘서트’ 등으로 대중을 직접 만나는 행보를 강화하며 당의 위상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내부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은 본인과 상의 없이 외부 인사를 특정 지역구 당협위원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반발하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또 새롭게 지도부가 바뀌어 주요 인선 교체도 예정돼 있었지만 얼마 되지 않은 현역의원들이 보직을 사퇴하는 일들이 있었다. 화합과 단결의 모습을 충분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26일 바른정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혜훈 당대표가 6월29일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앞으로의 당 발전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호남민심이 주요 지지 기반이었던 국민의당은 대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텃밭까지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관련 녹취록 증거 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당은 더욱 위축됐다. 비록 당 핵심 지도부와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닌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선거 관련 조작 사건에 당이 연루되었다는 것은 당의 위상을 추가적으로 추락시켰다. 당 혁신위원회와 대선 평가위원회가 가동되고 있지만 당 혁신 작업이 세간의 주목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안철수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선언은 당내 잠복해 있던 친안(親安) 세력과 친호남 세력 간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며 당의 혼선을 외부로 더욱 표출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의당은 원내교섭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당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전달할 기회를 확보하기 어려운 처지다. 미디어는 정부·여당에 맞서는 주요 야당의 목소리만을 전달한다. 여기에 새 정부가 과감한 부동산 규제와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등 매우 적극적으로 진보적 의제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존재감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 민주당 계열의 정권이 들어설 경우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중도화 전략을 펼치게 되고, 이 경우 왼쪽의 공백이 발생해 진보 정당엔 기회가 되기 마련이지만 현재로선 차별화를 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게다가 리더십을 전환하면서 대중에게 친밀도가 높은 심상정·노회찬 의원 등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신진 인사들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주목도를 높이려면 일정 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은 지금 새로 들어선 정부를 집중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야당들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어 있어 야당들이 성과를 통해 존재를 부각하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그렇다면 야당은 잡음과 구설을 최소화하면서 당을 정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그러나 주요 야당들 내부는 오히려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갈등과 혼란의 소식들을 주로 양산해내고 있다. 당을 안정화시키고,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을 충실히 수행한 정당만이 향후 기회가 왔을 때 비로소 국민 앞에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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