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천 동구청 공무원이 주민 성향 파악…“직권남용 소지 다분”
  • 차성민 기자 (sisa312@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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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아직도 그런 동향보고가 있나?" 확인절차 나서

인천 동구청 공무원이 주민 성향을 파악한 문건을 구청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7일 시사저널이 확보한 ‘동향보고’ 문건은 동구청에서 취합하고 있는 ‘동향보고’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인천 동구청 공무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동향보고를 시사저널이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주민의 성향이 적혀 있다. @차성민기자


인천 동구청 동향보고에 주민 성향 담겨  파문

 

해당 문건의 제목은 ‘△입주자 대표 취임’으로 적혀있으며, 개요와 취임일시, 세대수, 신임대표의 직업과 생년월일, 성향, 향후 운영방침, 동장의견 등이 일목요연하게 명시돼 있다. 문제는 동구청이 동향보고를 통해 해당 주민의 성향을 분석해 의식연대가 가능한 인사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당 동향보고에는 해당 주민에 대한 성향을 분석하면서 “사회철학 및 정서가 종전 대표와 비슷한 성향으로 의식연대가 가능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동구청이 주민에 대한 ‘사회 철학’과 ‘정서’ 등의 성향을 판단하고 의식연대가 가능한 인물로 분류하는 등 주민에 대한 성향 파악을 실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대목이다. 

 

해당 문건의 보고라인도 명시돼 있었는데, 해당 동향보고의 ‘보고선’은 국장, 부구청장, 구청장으로 돼 있다.  해당 문건이 절차를 밟아 정식 보고가 됐다면 구청장은 주민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동향보고는 업무처리규정에 어긋난다. ‘인천시 동구 행정동향보고 업무처리 규정’ 제2조를 보면 △관내에서 발생하는 중대한 주민여론△관내의 천재지변 등 각종 사고△주요행사와 각종행사△정부요인 및 외국인사의 내방△행정정보가 되는 사항△기타 통상업무 이외의 이례적 상황 등으로 그 범위를 명확히 했다.

 

인천시 "이런 동향보고가 어디있느냐" 반문

동구청은 문건 존재 부인 


아들 황제 취업 논란과 공무원 동원 기부금 모금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흥수 동구청장이 지역 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동구청 홈페이지

 인천시 관계자는 “아직도 그런 동향보고를 올리는 구청이 있느냐”며 “공무원이 주민의 성향까지 파악하는 것은 업무 밖의 일로 생각되며 시에서도 조사를 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타구청 관계자도 “사회철학, 정서, 의식연대 등의 단어를 쓰는 동향보고는 정보과 형사들이나 쓰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우리 구청에서는 이런 동향보고는 하지 않는다. 공무원이 해야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전직 구청장도 “동향보고는 말 그대로 사안에 대한 경과, 향후 진행 예상 등이 포함된 보고서이지만 개인에 대한 정보 보고는 사찰 보고나 다름없지 않냐”며 “내가 구청장으로 취임하던 시절에는 이런 문건을 생산하지 않았다. 민간인 사찰로 비춰질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이런 내용의 동향보고는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윤대기 변호사는 “주민의 성향이 담긴 문건을 구청장의 지시에 의해 파악했다면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구청 공무원들이 주민들의 성향을 파악해 보고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 해당 당사자도 “나도 그 동향보고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내가 어떤 성향인지, 무슨 의식연대가 가능한지 궁금했고 기분도 상했다”고 말했다.

 

동구청은 동장들로부터 동향보고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인 성향을 파악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공무원이 주민의 성향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동향보고를 올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면서 “내가 근무하기 시작한 2017년 2월부터는 성향을 분석한 동향보고는 받아보지 못했다”고 동향보고 문건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한편 동구청 동향보고 업무처리규정에는 행정동향 보고사항에 대한 기록을 별지서식으로 보존하도록 돼 있어 사법당국이 사실 관계를 가려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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