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을 위해 과도한 경쟁보다 협력이 필요한 시점
  • 전규열 객원논설위원(서경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0 13: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규열 칼럼]

 

며칠 전 기름을 넣기 위해 자주 찾는 주유소를 방문했다. 일주일 사이에 가격이 L당 30원이나 올랐지만 주변 주유소에 비해 싼 가격 때문에 이날도 고객들로 붐볐다. 관리자에게 고객도 많고 기름값도 올라 수익이 늘겠다고 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전혀 달랐다. 주변 주유소들 간의 가격 경쟁으로 수익은 줄고 기름을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세차장과 부대시설 임대료 수입으로 겨우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름을 많이 팔아도 이익이 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일반적으로 기름가격은 원가에 세금을 합치면 1500원 중반인데 여기게 10% 정도 이윤은 남겨야 하니 1600원 대 중반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판매가격은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1300원대 후반부터 1500원 후반까지 다양하게 형성돼 있었다. 물론 일부 지역은 1800원 후반에 판매되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주유소가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제살 깎아먹기로 가격 경쟁을 하는 것 보다 서로 협력하는 상생이 필요하다. © 사진=Pixabay

 

경제학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 유념해야

 

기름을 정유사로부터 받아오는 가격 차이 때문이었다. 주유소를 여러 개 소유하고 있는 사업자는 대량구매로 정유사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이 많아 싸게 팔아도 조금의 이윤은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두개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정유사 지원금액이 적어 가격할인경쟁으로 이윤을 남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격할인 전쟁 즉 서로 제살 깎아먹기 ‘치킨 게임’이 지속 될 경우 문을 닫는 주유소는 늘어나게 된다. 과당 가격할인 경쟁이 결국 비생산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재무구조를 가진 주유소의 경우 과당가격할인 경쟁은 동일한 결과를 가져온다. 

 

경제학의 게임이론에 등장하는 고전적 사례인 ‘죄수의 딜레마’를 통해 살펴보자. 이 사례는 서로 협력하면 모두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결국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도 바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A’ ‘B’ 죄수가 있다. 어느 날 이 둘은 한 범죄의 용의자로 동시에 경찰에 잡혀간다. 경찰이 두 죄수를 떼어놓고 심문을 하며 이렇게 말한다. “만일 둘 다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면 징역 3년을, 하지만 한 사람만 자백하고 다른 사람은 묵비권을 행사한다면 자백한 사람은 풀어주고 부인한 사람은 무기징역을 구형할 것이요. 그러나 만일 둘 다 부인한다면 당신들이 저지른 사소한 잘못을 들춰내어 징역 3개월을 구형하겠소.”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두 사람 사이에 동료가 자백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최선의 결과인 징역 3개월을 구형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서로 믿지 못해 결국 두 사람 모두 범행을 자백할 확률이 높아지는데 이것이 두 죄수가 처해있는 딜레마인 것이다. 서로 고백하지 않는 객관적 최선이 있지만 결국 자백을 하게 되는 차선을 선택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죄에 대한 처벌을 회피하는 방법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비생산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경쟁보다 상생을 위한 협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게임이론이 경쟁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할 경우에는 옳지 않을 수 있다. 

 

고용과 임금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임금총액이 고정된 상태라면 새로운 세대와의 공생 관점에서 대기업 CEO나 노조의 과도한 임금상승은 결국 청년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잘돼야 근로자 임금도 오르고 전체 구매력도 증가해 대기업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서로 상생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하고 투명한 생태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함께 살수 있다는 믿음을 기업들이 가져야 한다. 원가를 절감하려는 공정한 경쟁만이 죄수의 딜레마로 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주유소의 경우도 과다한 가격할인 등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서 벗어나 순수한 서비스 경쟁으로 정상적인 시장이 형성돼야 소비자 만족도도 높아지고 주유소도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갑질 폭행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이 6월26일 대국민사과기자회견 및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제살 깎아먹기 경쟁은 ‘득보다 실’ 많아 

 

국가도 마찬가지다. 각 나라가 수출경쟁력을 갖기 위해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발하는 ‘환율 전쟁’을 경쟁적으로 벌인다면 결국 세계무역은 오히려 축소되고 경기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  

 

또한 선거 표심을 얻기 위해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 않는 인기 영합주의 정책을 남발한다면 국가 부채만 늘리게 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주변에 늘어나는 편의점과 치킨집 등도 결국 소비자는 한정돼 있는데 점포수만 늘어 과당 경쟁을 필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과도한 경쟁으로 제살 깎아먹는 치킨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장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협력을 통한 상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