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8․15 기념사에 강력한 대북 메시지 담길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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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경고와 동북아 번영 등 추상적 메시지 나올 듯…대북특사 제안할지도 주목

 

북미 간 연일 오고가는 ‘말폭탄’으로 ‘8월 한반도 위기설’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며칠째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8월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후가 마지막이다. 이후 국무회의, 수석보좌관회의 등이 있었지만 외교·안보 사안과 관련한 공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 그의 침묵이 오는 8월15일 열릴 8․ 15 광복절 기념사에서 깨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8월11일과 12일 특별한 일정 없이 청와대에 머물며 일촉즉발의 북미 상황을 지켜보고 광복절 메시지를 가다듬는 데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고 끝에 이번 8․ 15 기념사를 통해 내놓을 문 대통령의 일성(一聲)에 더더욱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매번 8․ 15 광복절 기념사는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식 창구로 활용됐다. 비중의 차이만 있을 뿐, 정부가 가진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에 대한 구상을 밝히는 내용은 빠지지 않고 담겨왔다. 한반도 일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 대화에 한층 무게를 실었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기조가 이번 기념사를 기점으로 크게 변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13일 오후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 작전지휘통제실에서 한.미 연합군사대비태세 보고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靑, 북미 ‘치킨게임’ 막을 묘안 없어 고심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이에 대한 미국의 경고가 계속되면서 북미 간에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거친 말들이 연일 오가고 있다. 8월5일 맥 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이 가능하다”고 발언해 사실상 처음으로 직접 전쟁을 언급했고, 이어 8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직접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북한은 다음날 미국의 괌 기지를 포위사격하겠다고 선전포고하고 나섰다. 이후 괌 타격에 대한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군사옵션’까지 언급하며 ‘전쟁 불사’ 방침에 불을 붙였다. 이에 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북한과의 ‘대화와 담판’을 강조하는가하면, 유럽연합 역시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14일 긴급 정치·안보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주변국까지 북미 간 ‘치킨게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거센 북미 갈등 속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문 대통령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대로 좁아진 상황이다. 정부로선 격해진 상황을 당장 진화할 뾰족한 수가 없어 고심만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를 엄중하게 주시하며 어느 정도 수위의 메시지를 전할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8월11일 기자들과 만나 “북미 간 언쟁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 미사일을 쏘거나 이런 게 아닌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입하는 것이 안보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깊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 간 설전에 일희일비하지 않되, 적정한 시기를 택해 무게감 있게 메시지를 내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야당은 주변 강대국들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거부하고 있다며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7․ 6 베를린 구상’ 수정되나


 

이번 8·15 기념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지난 7월6일 문 대통령이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이 얼마나 수정되느냐다. 베를린 구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남북 정상회담 등의 제안을 담은 문 대통령의 총체적인 대북 제안을 일컫는다. 그러나 베를린 구상 발표 후 북한은 이에 대해 어떠한 호응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문 대통령 역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 배치를 지시하는 등 한반도 분위기는 베를린 구상 발표 때와는 사뭇 다르게 흘러갔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이번 8․ 15 기념사를 통해 현 시점에 맞춘 수정된 대북 구상과 추가적 제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북한을 향해 제재와 더불어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기존의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월12일 청와대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도발을 이어가는 데 대한 비판도 있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대화의 가능성은 계속 열어 둘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금은 정부가 북한의 태도만 싸잡아 비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의 한반도 긴장이 비단 북한뿐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의 호전적 발언이 더해지면서 고조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북한만 꼬집어 비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복잡한 상황들을 종합했을 때 이번 기념사는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와 함께 동북아 평화 번영에 대한 추상적인 메시지를 담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 온 제재와 대화 투 트랙 전략대로 북한에 ‘고강도의 도발을 계속할 시 더욱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대화의 가능성을 꾸준히 열어놓겠다’는 메시지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8월11일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지난 6월 대통령 메시지는 안보와 보훈, 호국이었으며, 7월은 ‘쾨르버 연설’에서 보듯 한반도 통일과 평화가 중심이었다. 8월은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 관련해 8․15  메시지에 담을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이고 북한을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의 장에 부르기 위해 광복절 이후 대북특사를 보내야 한다는 제안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북특사와 관련한 청와대의 이렇다 할 메시지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또한 이미 베를린 구상을 통해 밝힌 바 있어, 올해 기념사엔 역대 대통령마다 거론했던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경제협력 등 대북 제안 역시 구체적으로 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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