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기반시설 ‘착착’ 대회운영 ‘걱정’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6 15:24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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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반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주민 무관심 속 ‘올림픽 바가지’ 우려도

 

2011년 7월7일 자정을 갓 넘겼을 무렵, 온 국민의 시선이 TV 화면에 쏠려 있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자크 로게 당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어눌한 발음으로 “평창”을 외치자 모든 이들이 환호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올림픽을 유치하게 된 것이다. 두 차례의 유치전에서 실패한 뒤 10년의 기다림 끝에 일궈낸 기적이었다. 직·간접적 경제효과만 6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기쁨을 배로 키웠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도로, 경기장 등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갖췄다. 문제는 분위기다. 2011년 유치 당시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2011년 당시 92%에 달했던 유치 여론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국민적 시선이 좀처럼 모이지 않는다. ‘하나 된 열정’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다. 정부에서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장 반응은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상처뿐인 축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개최 지역을 직접 찾아가 봤다.

 

© 시사저널 포토·​미술팀​

 

시골 마을의 변신…하드웨어는 ‘이상 無’

 

8월8일 이른 새벽, 강원도를 향해 운전대를 잡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현장의 분위기를 담기 위해서였다. 지난 1월 동계올림픽 준비 현장을 찾은 이후 두 번째 방문이었다. 평창으로 향하는 길의 분위기는 지난번과 달랐다. 1월에 한창 진행 중이던 고속도로 정비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모습이었다. 특히 멋스럽게 치장한 휴게소의 모습이 한눈에 쏙 들어왔다. ‘블랙 앤 화이트(Black & White)’ 인테리어에 말끔히 정돈된 식당, 고급 호텔보다 멋스러운 화장실은 외국인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 시간쯤 달려 도착한 평창의 모습도 분주했다. 낡은 2차로 도로는 정비에 한창이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면 정면으로 보였던 대형 조형물도 새롭게 변신하고 있었다. 지난 1월 당시 공정률 38.5% 수준으로 건물 외벽과 기본 골격만 드러냈던 올림픽 플라자 또한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동계올림픽 개막식과 폐회식이 치러지는 주요 시설이다. 3만5000석 규모 좌석 설치가 마무리된 데 이어 건물 외관 등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9월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경기장 준비도 거의 마쳤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8월7일을 기준으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과 아이스 아레나, 강릉 하키센터, 관동 하키센터, 강릉 컬링센터,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바이애슬론센터, 크로스컨트리센터 등 여덟 개 경기장은 완공됐다.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94.95%), 정선 알파인 경기장(89.6%), 보광 스노 경기장(89.3%), 용평 알파인 경기장(87.8%)도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스산했던 인근 번화가도 한창 변신하고 있었다. 낡은 간판과 엉킨 전깃줄이 사라졌고, 상가 간판은 통일감을 주도록 정비됐다. 상가 곳곳에서 외벽 교체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좁은 도로 또한 곳곳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가로수를 정비하느라 분주했다. 평창군은 대관령 일대를 대상으로 올림픽 상징가로 시가지 환경정비, 노후불량시설물 정비, 올림픽 수송운영구간 확충, 시가지 가로환경 조성 등을 추진했다. 낡은 건물 외벽은 올림픽을 주제로 한 벽화가 들어섰고, 시내 곳곳에서 서로 엉켜 지저분해 보였던 전깃줄도 지중화 사업으로 깔끔하게 사라졌다.

 

국내외 관광객을 수송할 KTX 건설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8월3일 원주에서 강릉까지 복선철도 구간에 KTX를 투입해 시험운행에 돌입한 뒤 단계적으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각종 점검을 마무리하는 10월쯤엔 실제 영업운행에 대비해 인천공항역에서 용산역, 청량리역을 거쳐 진부역(평창)·강릉역까지 시운전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구간이 개통되면 현재 청량리에서 강릉까지 5시간47분(무궁화호 기준) 소요되던 것이 1시간28분으로 4시간 이상 단축된다.

 

© 시사저널 이민우

 

‘올림픽 개막일’도 모르는 개최지역 주민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올림픽 성패를 좌우할 사람들의 열기가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는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찾은 휴가객들 가운데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시설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는 드물었다. 강릉 해수욕장을 찾기 위해 횡성휴게소를 들렀다는 박승철씨(남·31)는 “동계올림픽이 내년에 열리는 건 알고 있지만 솔직히 잘될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날이 더운데 동계올림픽 얘기를 하는 게 너무 어색하다”고 밝혔다.

 

강릉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상범씨(남·61)는 “사람들이 강릉 찾아오는 건 여름뿐”이라며 “휴가철 장사 때문에 정신없는데 누가 동계올림픽을 신경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올림픽 개막일을 묻는 질문에 “내년 초 언제 하겠지”라고 얼버무렸다. 번화가에서 만난 대학생 전현준씨(남·25)도 “내년 1월에 열리는 거 아니냐”며 “솔직히 개막일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무관심은 여론조사 수치로도 증명됐다. 7월3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에 관심 있다”는 응답은 35.1%였다. “올림픽을 직접 관람하고 싶다”고 답한 사람은 7.9%에 그쳤다. 이는 3월과 5월에 실시한 1차 조사(35.6%, 9.2%), 2차 조사(40.3%, 8.9%)보다 더 낮아진 수치다. 이 조사는 문체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에 의뢰해 7월21〜22일, 15〜79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는 고스란히 흥행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직위에 따르면, 1차 판매기간(올해 2~6월) 거래된 올림픽 티켓은 총판매 목표(107만 장)의 21%(22만9000장)에 불과했다. 이 중 국내 판매분은 목표(75만 장)의 6.9%(5만2000장)에 머물렀다.

 

동계올림픽 열기에 결정적으로 찬물을 끼얹은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였다. 동계올림픽 관련 이권 사업에 최씨와 지인들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리의 온상처럼 비쳐졌다. 자연스레 기업 후원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기업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후원한 게 문제가 되자 몸을 사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정부가 바뀌면서 후원이 되살아났지만 여전히 목표 예산 대비 부족한 상황이다.

 

대회를 총괄하는 조직위 수장과 운영진이 여러 차례 교체된 점도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김진선·조양호 전 조직위원장은 “정치권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퇴했다”고 털어놨다. 배를 이끌 사공이 자꾸 바뀌며 올림픽은 구심점을 잃고 표류했다. 문체부 핵심 인사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로 줄줄이 조사를 받으면서 주무부처도 동계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마련한 여러 행사들이 기획 단계에서 무산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올림픽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놓쳤다. 통상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는 1년 전에 ‘붐업’에 돌입한다. 각종 이벤트와 홍보를 통해 관심과 기대감을 높이는 작업이다. 특히 동계올림픽이 겨울 스포츠 축제니만큼 1년 전 겨울에 관심을 끌어올렸어야 했다.

 

뒤늦게 문화올림픽을 표방하며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관심은 좀처럼 모이지 않는다. 조직위는 7월에만 평창대관령 음악제, 강릉 재즈프레소 페스티벌, 얼음 땡 골목문화축제 등을 열었다. 그러나 강원도에서 열린다는 것 외에는 올림픽과 이어지는 접점을 찾기 어렵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홍보 활동도 마찬가지다. 해외문화원에 올림픽 마스코트 조형물을 보내거나, 한류 콘서트를 열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정도로는 평창의 매력을 알리기에 역부족이다. 지난 7월22일에는 200일을 앞두고 춘천역 인근에서 불꽃축제가 열렸지만 혈세 낭비 논란에 휩싸였다. 한 지역시민단체 활동가는 “평창동계올림픽 분위기가 뜨지 않다 보니 K팝 공연과 불꽃축제 등 이런저런 행사를 하는 것 같다”면서도 “관심을 끌기 위해 일회성 이벤트를 벌이는 것보다 동계올림픽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근본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붐업을 통한 입장권 판매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며 “하반기에는 주로 그런 부분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직위 관계자는 “과거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다가 임박해서 붐업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올림픽이 임박해질수록 국민적 열기가 모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오는 11월1일부터 국내에서 올림픽 성화가 봉송되기 시작하면 대대적인 홍보와 다양한 이벤트를 동원해 대회 열기를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 시사저널 미술팀

 

휴가철 8만원이던 모텔, 올림픽 땐 50만원?

 

강원도 강릉 시내에서 하루를 묵기 위해 강릉역 인근 모텔을 찾았다. 1월에 찾았을 때 일반실 기준으로 4만원이던 숙박 요금은 8만원으로 올라 있었다. 휴가철이라 방이 많지 않다는 이유였다. 내친김에 내년 올림픽 기간에 예약이 가능한지 물었다. 모텔 관계자는 “아직 내년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 “올림픽 기간 숙박비는 사장님이 오셔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얼마 전 온라인에선 한 캡처 사진이 논란이 됐다. 8평 남짓의 숙박시설 하루 숙박요금이 2인실 기준 200만원, 4인실 450만원, 6인실 600만원으로 표기돼 있었다. 누리꾼들은 너무 황당해 ‘조작설’을 제기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이었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등 호텔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평창에 위치한 한 펜션이 위의 요금을 책정하고 있었다.

 

다른 숙박업체도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직접 호텔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올림픽 개막일인 2월9일 하루 묵는 요금을 조회했다. 이미 대회장 인근 숙박시설은 마감된 상태였고, 경기장에서 2km가량 떨어져 있는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1박 이용료가 40만원이었다. 펜션이나 모텔들 대부분이 40만~50만원 정도의 요금을 책정하고 있었다. 가장 저렴한 곳은 36만원이었는데, 게스트하우스 다인실에서 침대 2개를 쓰는 비용이었다. 강원도민일보는 “강릉 B모텔은 비성수기 요금 5만~6만원, 성수기 요금 9만~15만원을 책정하고 있지만 올림픽 개최기간 주말 숙박요금으로 90만원을 제시했다. 인근 호텔들도 하루 숙박요금을 60만~7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조직위는 대회 기간 5성급 호텔 33만~59만원, 4성급 24만~46만원, 3성급 22만~42만원 등 숙박등급별 요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직위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정한 숙박요금과 업체가 제시한 요금 사이의 괴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강원도청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숙박 추정 인원은 하루 6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평창 등 경기장 인근 도시의 호텔·콘도 수용 인원은 1만3000명에 불과하다. 개최 도시의 모텔·민박 등이 총동원된다 해도 잔여 인원을 수용하기 힘들다. 사실상 양양, 동해 등 주변 지역까지 흩어져야 하는 실정인데, 내·외국인이 뒤섞여 혼잡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강릉 지역의 한 주민은 “여름 성수기에도 이렇진 않다”면서 혀를 찼다. 그는 “올림픽 관리자라는 사람들이 와서 설명을 했지만, 우리가 듣기엔 숙박 대책이 없어 양해를 구하는 걸로밖에 안 보였다”고 증언했다.

 

강릉시는 뒤늦게 숙박업소별 자율희망요금 공개 시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희망요금을 전면 조사해 8월 중 가동 예정인 ‘강릉 숙박시설 공실정보 안내시스템’을 통해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쟁을 통해 자연스레 숙박요금을 인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체들의 반응은 다르다. 한 숙박업계 관계자는 “숙소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퍼져 있는 상황에서 방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텐데 누가 싼값에 방을 미리 예약 받겠느냐”며 “이제 와서 가격을 조정한다고 해도 쉽게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일부 숙박업자와 중간 브로커들이 한몫을 챙기려는 경향이 있다”며 “선수단이나 취재진 숙박 문제는 조직위에서 이미 충분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 관람객 등의 숙박 문제에 대해서도 “해외 올림픽에 나가서도 통상 숙소는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경기장 인근이 아니라 한 시간 범위의 인근 지역 숙박업체로 시선을 돌릴 경우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2의 릴레함메르 되려면…

 

전문가들은 19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노르웨이의 소도시인 릴레함메르 인구는 2만6000명 남짓이다. 1994년 동계올림픽 이전엔 리프트도 없이 단 세 개의 슬로프만 운영되던 소규모 동네 스키장은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여름에는 트레킹과 하이킹 코스로 변신해 365일 관광객을 맞고 있다. 연간 관광객 수는 45만 명, 매년 185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었던 게르하트 하이버그 IOC 위원은 “평창을 방문했을 때 규모나 환경 면에서 릴레함메르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평창 역시 멋진 올림픽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외국인 39만 명, 내국인 220만 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위는 강원도의 아름다움 풍광과 관광자원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직위는 해외 관광객들이 입국에서 출국까지 맞춤형 정보를 받으며, 경기 관람뿐만 아니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최첨단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해 경제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올림픽 시설과 강원도의 관광자원을 연계해 관광 흑자와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겠다는 야심 찬 포부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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