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돈벌이 아닌 ‘평생業’을 찾아라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7 09:26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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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에서 공유로 바뀌는 미래 시대 교육법

 

“의도된 공포일까? 실제일까?”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의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관련 서적이 처음 출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인데, 요즘에는 일주일에도 3~4권씩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책들이 쏟아진다. 선도적인 책이라 할 수 있는 클라우스 슈밥의 《4차 산업혁명》은 비교적 진부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1년 넘게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고, 롤랜드 버거의 저서 《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도 목록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1년째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인문학’이라는 강의를 하고 있는 필자는  이런저런 인연으로 관련 전문가를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에게 가장 강한 임팩트를 준 사람은 EBS에서 4차 산업혁명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김우철 PD였다. 연초 《4차 산업혁명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만든 그는 국내에서 4차 산업혁명의 현장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필자에게 던진 한마디는 작은 충격을 주었다.

 

“우리나라에도 3년 안에 4차 산업혁명이 생활의 모든 면에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대학 교직원과 일본계 대기업에서 일하는 두 딸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평이한 직장에서 벗어나 미래에 맞는 일을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 사진=Pixabay

 

인공지능에 없는 감성·상상력·협업 동원해야

 

문화콘텐츠 산업 전문가인 안택호 대표가 쓴 《내 아이의 미래 일자리》(행복에너지 펴냄)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부모가 알아야 할’이라는 부제(副題)가 있다.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의 발견으로 대표되는 1~3차 산업혁명 단계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혁명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4차 산업혁명도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4차 산업혁명은 어느 정도 시간에 세계 경제권에 스며들고, 또 어느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할 수 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이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 기간과 범위가 우리나라가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시간에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반면에 그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다면 성인들은 물론이고 미래 세대들도 천천히 대비하면서 미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4차 산업혁명이 주는 최대 위협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의학용 ‘알파고’인 ‘왓슨’이나 수술 로봇 ‘다빈치’ 시대에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사라진다. 지난해 서울인문포럼에서 박형규 아주대 교수가 한 “10년 후 의사 수요는 지금의 10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 지금 7살 어린이의 65%는 지금 없는 일자리를 가질 것이다”라는 말은 허언(虛言)이 아니다. 섬세한 인간의 손이 들어가는 의술이 이럴진대, 법률·회계 등 다른 직업이라고 무사할 리 만무하다. 전문직 일자리만이 아니다. 드론이 대신하는 택배, 인간이 운전하면 불법이 되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찾아왔을 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안태호 대표의 이 책은 이 의문에서 시작하고, 그 배경과 흐름을 전반적으로 설명한다. 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을 결합한 스템(STEAM) 교육이나 컴퓨터와 소통하는 것을 기초로 한 코딩 수업을 시작한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우리가 아이들에게 하는 교육은 과거의 틀 속에 있다는 것을 꼬집는다.

 

교육의 내용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가 주는 미래 일자리의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은 나침반 없이 대양을 항해하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필자는 수동적인 돈벌이가 목적인 직업이 아니라 평생을 능동적으로 사는 업(業)을 찾으라고 권한다. 또 인공지능이 따라오지 못한 감성과 상상력, 협업을 이뤄낼 수 있는 포괄적 관계 능력 등을 강조한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AI 시대에도 유효한 우리 아이 성장 로드맵’과 부모의 자세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안태호 대표의 책이 4차 산업혁명에 관한 교양서라면 교육공학 전문가 류태호 교수의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경희대 출판문화원 펴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일반인들의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미래교육학을 전공한 학자답게 류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화두를 던진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제시된 미래 인재의 역량은 복합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 능력, 창의력, 인적자원 관리 능력, 협업 능력 등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가 가진 교육 시스템은 이런 인재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이런 능력을 망치는 것에 가깝다. 때문에 교육공학자인 저자가 이런 문제를 전체적으로 풀어가야 하는 절박함에서 쓴 책이기도 하다.

 

안택호 지음 268쪽 행복에너지 펴냄


류태호 지음 208쪽 경희대 출판문화원 펴냄


 

대학 교육, 전공 간 장벽 낮추고 인문학 기초 쌓아야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필연적으로 교실의 모습을 바꿀 것으로 본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3D 프린팅 등이 기본에 있는 교육은 지금의 모습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은 2010년부터 관련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스템 교육도 정착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교육 구조 개혁은 초·중등 교육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도 변화시키고 있다. 전공 간 장벽을 낮추고, 인문학적 기초를 키우는 등 구조 개선에 나섰다.

 

류 교수는 2장에서 이런 기술들이 교육현장에서 쓰이는 실제적인 모습을 그려준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응용해 아바타가 토론을 하고,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교육한다. 또 금융에서 사용되던 블록체인이 교육에도 사용돼 지역이나 경계가 없는 학위 인증 시스템을 만드는 등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화한다고 본다. 또 다가오는 시대는 교육을 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과거 지식은 습득하고 소유하는 개념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유하는 개념으로 바뀐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소외다.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실제화한 독일 총리 메르켈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인간이 소외되지 않는 4차 산업혁명인데, 이 말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위협이 코앞에 있는데도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4차 산업혁명을 외면한다면 그 결과는 더욱 비참할 것이 불문가지다. ​ 

 

New Book

 

여성, 시하다

김혜순 지음│문학과 지성사 펴냄│235쪽│1만5000원

 

한국 근대 시단의 큰 축을 담당한 김혜순 시인의 시론집이다. 시인은 여성은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김혜순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가장 적실한 안내서이자, 오랫동안 여성과 여성시, 여성문학을 굳게 가둬온 체계와 편견을 벗고 다시 새롭게 읽게 하는 안내서 역할을 한다. 또, 여성시에 대한 제대로 된 독법의 필요성과 방법론을 제시한다.​ 

 

 

조선개국투쟁사

홍기표 지음│글통 펴냄│428쪽│1만2000원

 

 

노동운동을 하다가 권영길 대통령 후보 캠프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필자가 고려 말의 성리학이란 80년대 학생운동의 마르크스주의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구상한 소설이다. 공민왕 살해 사건부터 정도전 살해 사건까지 살해 사건을 시대적 바탕으로 하고, 성리학 등 당시 신진 사상을 배경으로 삼아 쓴 정치소설이다. 

 

 

오래된 집에 머물다

박다비 지음│상상출판 펴냄│224쪽│1만2000원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다. 한 신혼부부가 제주에 있는 낡고 오래된 집을 고쳐보기로 한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지만, 그들은 함께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100년 가까이 된 집을 허물지 않고, 서서히 집과 하나가 되어가는 기록이다. 책은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은 삶을 집을 통해 설명한다. 

 

 

나쁜 짓들의 역사

로버트 에반스 저│박미경 역│영인미디어 펴냄│336쪽│1만7000원

 

 

스스로를 ‘괴짜’라고 말하는 크랙트닷컴(Cracked.com)의 편집장인 저자가 술·담배·매춘·마약 등 나쁜 짓들이 인류의 문명을 세운 일부라는 것을 역설하는 보고서다. 인류가 금기시했던 나쁜 것들, 즉 악덕이 문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악덕이 인간 역사를 바꾼 멋진 방식을 하나둘씩 찾아내고 직접 체험해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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