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경찰 실현하려면 경찰 노조 허용해야”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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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관 주축 토론회에서 제기...“노조 통해 경찰청장 독단과 전횡 견제”

“권력 기관의 개혁은 기관장의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경찰개혁은 경찰청장의 집중된 권한을 견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경찰 노동조합의 설립이야말로 가장 큰 개혁 방안이다. 일선 경찰관들의 의사 대변기구를 구성하고 이들의 의견을 치안 정책에 적극 반영할 때 경찰청장의 독단과 전횡을 내부적으로 견제하고 시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 경찰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찰에 노동조합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일선 경찰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인권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개혁이 추진되면서 일선 경찰서에서는 인권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인권 경찰을 방해하는 3대 요소(반인권적 경찰 내부 조직 문화, 성과주의로 포장된 실적주의, 장시간 야간 노동)의 문제점들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교육·정책·제도 개선만으로는 결코 인권경찰에 가까이 가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선 경찰관, 인권경찰 위한 전국 규모 토론회 개최


전국 일선 경찰관과 일반직 공무원이 참여한 ‘시민과 경찰의 인권개선을 위한 전국 경찰 대토론회’가 8월19일 대전 효문화마을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일선 경찰관들이 주축이 돼 전국 규모의 토론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력의 손에서 시민의 품으로’라는 문구를 내 걸고 개최된 이번 토론회에는 전국 경찰관과 일반직 공무원 150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인권경찰 실현방안 : 경찰노조의 설립 허용 ▲경찰 조직의 민주적 통제방안(경찰청장 외부개방 실현 방안 등) ▲시민 중심 치안업무 재설계 방안(인력 재배치를 통한 현장 인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한 현장 경찰관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경찰 온라인 커뮤니티 ‘폴네티앙’의 류근창 경위(경남 함안경찰서 정보과)는 “현재 경찰에서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경찰개혁위를 발족해 인권보호, 수사개혁, 자치경찰 3개 분과별로 개혁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또한 경찰개혁 추진 조직을 확대·개편하기 위해 ‘경찰개혁추진본부’를 출범시켰다”면서 “그러나 경찰 수뇌부는 실제 치안 현장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제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토론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폴네티앙은 2000년 결성됐으며 말단 순경부터 치안감까지 8000여명이 가입한 경찰 내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다.

 

전국 일선 경찰관과 일반직 공무원이 참여한 '시민과 경찰의 인권개선을 위한 전국 경찰 대토론회'가 8월19일 개최됐다. ⓒ 연합뉴스

 

제1발제자로 나선 양영진 경정(진주경찰서)은 “경찰에 노조 설립을 허용하면 실적주의 중심의 인권 침해적 정책과 지시를 견제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기본적 활동인 질서유지와 법집행 업무는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경찰조직은 고질적으로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와 군사문화에 익숙해져 있고, 경찰청장 등 경찰기관장은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을 하고 조직원들은 이러한 지시·명령에 대해 무조건 복종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인권 침해적 경찰활동이 실적주의·성과주의와 결부될 경우 경찰관 개개인에게 국민은 단순한 실적·단속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 경정은 “국민의 인권침해적 실적중심의 활동과 평가에 대해 경찰 내부에선 반성의 목소리가 있지만 매번 경찰지휘부는 감찰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개인들을 징계로 입막음하고 있다”면서 “노동조합이 설립된다면 현장 경찰관들이 경찰청의 주요 정책 의사결정(성과지표의 선정 및 관리)에 참여해 상부의 인권 침해적 정책과 지시를 견제함으로써 국민의 인권보호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 위해서도 노조 필요


노조설립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기소와 수사가 분리돼 경찰의 수사권이 완전히 독립될 경우, 검찰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경찰 수사도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 경정은 “아직 우리 경찰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지 않아 중앙집권적 구조이며, 경찰 지휘부의 수사에 대한 부당한 지시·명령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경찰에 노동조합이 설립된다면 일부 경찰 지휘부의 정치 편향적인 부당한 수사 지시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어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를 통해 경찰 내부비리 역시 감시가 가능하다. 프랑스 경찰은 경찰 노조가 절반가량 참여하는 ‘행정동수위원회’에서 승진 기준을 마련하고 승진후보자 명부를 작성하는 데 관여함으로써 프랑스 경찰의 민주적 운영에 기여하고 있다.


경찰관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해 대민 서비스가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경찰관들의 약 80%는 현장 교대 근무를 하거나 상시 근무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현업 대상자로서 다른 기관 공무원과 비교해 근무여건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경찰관들은 업무 강도가 높은 반면 직무 만족도는 낮다. 따라서 경찰관들의 고충을 해소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설치된다면 경찰관의 직무 만족도가 높아져 자연히 국민들에게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 경정은 “현 정부는 경찰의 ‘직장협의회’ 설치 허용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20대 국회에서도 경찰에 직장협의회 설치를 허용하는 입법안을 발의해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공무원 직협법(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은 설립단위·가입범위·협의의 대상 및 효력·운영과 관련된 규제 등으로 공무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데 너무나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면서 “경찰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가장 잘 보장하는 방안은 공무원노조법을 개정해 일반 공무원처럼 노동조합 설립을 허용해 단결권과 단체협상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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