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국민’ 허니문 언제까지 이어질까
  •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1 16:43
  • 호수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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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진정성·스타일·과감한 결정 등이 높은 국정지지도에 반영”

 

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자면 확실히 이례적이다. 국민과 대통령의 허니문 기간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현상 말이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때까지만 하더라도 새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 지지 현상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들에게선 발견되지 않은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3개월 차가 되면서 국정지지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후보 단일화 상대방이던 정몽준 후보 지지층이던 이른바 경제 중시 중도층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양극화 현상이 더욱 강화되면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애초에 높지 않은 수준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정권과 언론 또는 정권과 야당 간 허니문은 존재했을지라도 정권과 대중 간 허니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치적 반대층은 임기 시작부터 부정적 시각을 형성하고 있었고, 대중과 대통령 간에는 일정 수준의 대치전선이 존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이른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불거진 대규모 촛불집회와 마주해야 했다. 임기 초 52%에서 시작한 국정지지도는 100일 즈음 21%로 곤두박질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가장 낮은 44%로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100일 즈음에는 인사파동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 효과로 인해 50%대로 올라섰지만 이를 두고 대중과 대통령의 허니문이라고까지 부를 순 없는 분위기였다.

 

84%라는 역대 최고치에서 국정운영을 개시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100일에 80%에 육박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절대적 평가 차원에서 높고 안정적이기도 하지만 최근 이념 및 정치적 대립구도가 강화돼 대통령을 국가 지도자보단 정치적 반대쪽의 수장으로 인식하는 기류가 형성된 상황을 감안하면, 대중의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인식이 단순히 정치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8월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취재진이 문 대통령에게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文 대통령 취임 100일 지지율 80% 육박

 

먼저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있다. 비록 추가적인 사회적 논의나 정치권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선거 공약에서 밝힌 것은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고 추진하고 있다.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논의만 무성한 사안들의 결론을 짓고 있는 셈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치매국가책임제,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확대, 세월호 참사 피해가족에 대한 사과, 부동산 규제 강화,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 증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이전 같으면 임기 내내 해도 다 못 다룰 사안들이 임기 100일 내에 결정된 것이다. 처지에 따라 어떤 결정에 대해선 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해묵은 이슈들에 대해 대통령이 결론을 내는 모습을 대중이 보고 있는 것이다. 전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고 실천하는 인물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기존 정치적 지도자와 다르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측면이 있다.

 

또 진정성이 있다는 인식을 얻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연설을 할 때 거의 예외 없이 소외된 사람 또는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내용을 담고 연설 전후 실제 행동에서도 이들을 위로 또는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8·15 경축사에선 힘겹게 살아가는 독립유공자의 처지를 언급하고, 이들의 손을 맞잡았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발표는 실제 병원에서 진행돼 현장감을 살렸고, 울먹이던 어린 환자를 안아줬다. 5·18 기념식에서도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고,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 유가족을 오랫동안 포옹하며 위로했다. 비록 정교하게 설계된 장치일 수도 있지만 이를 본 사람들은 공감도를 높이게 된다. 특정 정치적 성향을 지닌 정치인이 아닌, 진정성을 지닌 인물로 바라보게 하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 시사저널 미술팀

 

야당에 대한 국민 신뢰 부족도 한몫

 

현재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들이 국민적 신뢰를 충분히 회복하지 못해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국민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도 대통령이 국가 전체의 지도자에서 정치적 또는 정파적 수장 이미지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 폭넓은 지지를 받다가 점차 이념과 정파의 리더라는 이미지가 강화되면 지지의 규모는 작아지고, 강도는 약해진다.

 

혹자는 한반도 위기 상황과 한·미 관계 악화가 곧 대통령 국정지지도를 급락시킬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북한의 위협 발생 및 한·미 동맹 균열은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국민은 당시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안보분야에서 정치 세력에 대한 비교평가는 선거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또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다른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우리의 보수층 등을 정치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과격하고 돌출적 발언이 빈번하다는 트럼프 이미지로 인해 별다른 국내 정치적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높은 국정지지도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순 없는 일이다. 점차 대중에게선 실질적 성과를 요구하는 기류가 높아질 수 있다. 현재로선 진정성과 스타일, 과감한 결정 등으로 기대감과 호응이 국정지지도로 연결되지만, 이후 조정을 받으면서 안정적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국정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의 입법화가 실현돼야 성과로 이어지고, 이를 위해선 의회 내 소수정권의 제약으로 인해 야당 협력을 이끌어내야만 한다. 지금보다 더 실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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