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역성장’에도 오너 일가는 ‘고배당 잔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3 10:57
  • 호수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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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철 회장 4년간 40억원 가까운 배당금 수령…2세 지분 편법 승계 논란도

 

“2015년까지 전자랜드 매장을 200개로 늘려 매출 1조5000억원의 가전유통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 국내 가전양판 1호 기업인 전자랜드(현 SYS리테일) 홍봉철 회장이 2012년 3월 100호 직영점을 오픈하면서 한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말은 ‘공염불’에 그쳤다. 지난해 SYS리테일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226억원과 1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이 회사의 매출은 6433억원에서 5226억원으로 18.8%나 감소했다. 전국에 있는 전자랜드 매장은 여전히 118개에 머물고 있다. 경영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28억9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영업이익이 2007년 86억원에서 지난해 101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국내 가전 양판점 1호인 전자랜드가 최근 10년간 매출이 역성장했음에도 ‘고배당 잔치’를 벌여 논란이 예상된다. © 시사저널 박정훈

 

전자랜드 매출 10년간 18.8%나 감소

 

경쟁사이자 후발주자인 롯데하이마트가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하이마트는 3조9394억원의 매출과 17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1%와 8.97% 증가했다.

 

전자랜드 측은 “2012년 하이마트가 롯데그룹에 인수되면서 반사이익을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내수 경기 위축과 온라인 쇼핑몰 확대로 최근 가전 구매 고객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하이마트의 경우 롯데 계열사에 편입되면서 롯데마트의 모든 매장에 입점하고 있다. 전자랜드 역시 지난해부터 메가마트나 하나로마트 등에 입점하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근 10년간 롯데하이마트의 매출 상승률은 176.39%에 이르고 있다. 2007년 1조4253억원에서 지난해 3조939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역성장을 한 전자랜드와 비교되고 있다. 무엇보다 하이마트가 롯데 계열사에 편입된 2012년 이후 상승률은 22%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전자랜드 실적 하락의 배경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홍봉철 회장은 계열사로부터 거액의 배당금을 타갔다는 점이다. SYS리테일의 최대주주는 현재 48.32%의 지분을 보유한 SYS홀딩스다. SYS홀딩스는 2011년 SYS리테일(당시 전자랜드)에서 인적분할된 회사다. 현재 용산 전자랜드의 임대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186억원의 매출과 25억원의 영업이익, 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최대주주는 홍봉철 회장(63.17%)이다. 뒤를 이어 홍 회장의 친형인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과 ㈜고려제강이 각각 15.54%와 12.0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YS홀딩스 역시 2009년부터 매출 하락으로 인한 영업 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이 회사는 그해 중간배당 7억2660만원을 포함, 총 14억532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최대주주인 홍봉철 회장과 2대주주인 홍영철 회장은 각각 9억2000여만원과 2억3000여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이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적자가 지속됐지만 오너 일가는 4년간 ‘고배당 잔치’를 벌였다. 2010년의 경우 18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12억11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2011년에는 그해 영업이익의 3배가 넘는 9억6880만원을 배당했다. 2012년에는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지만, 중간배당액 2억4240만원을 포함해 10억6580만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4년간 지급된 배당금만 50억원 가까이 된다.

 

이와 관련해 SYS리테일 측은 “이익 잉여금 내에서 배당을 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2003년부터 운영한 프로농구단이 회사 적자의 원인이다. 배당금은 경영자금이 아니라 회사 잉여금에서 지출됐다”며 “(홍 회장은) 이 배당금을 회사 경영을 위한 세금 납부 등에 사용했다. 개인적으로 자산을 늘리기 위해 배당을 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SYS홀딩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1년 미만 단기차입금은 313억6000만원으로 전년(256억8200만원)에 비해 22.10%나 급등했다. 1년 미만 금융부채(차입금) 역시 2011년 590억원에서 2012년 642억7000만원으로 8.93% 증가했다. 그럼에도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이 있는 홍 회장 일가는 거액의 배당을 타갔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홍 회장을 둘러싼 이슈는 이뿐만이 아니다. 주력 회사인 SYS리테일은 2015년까지 30억원 가까운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주요 주주는 SYS홀딩스(48.3%)와 홍봉철 회장(29.8%), 기타(21.9%) 순이었다. 하지만 2016년 홍 회장의 장남인 홍원표 SYS리테일 부장(18.89%)과 장녀 홍유선 SYS글로벌 이사(11.45%)가 새롭게 주주에 포함됐다. 홍 회장의 지분은 7.44%로 감소했다.

 

국내 가전 양판점 ‘선구자’로 불리는 홍봉철 SYS리테일 회장이 최근 잇단 구설에 휘말리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세들 지분 취득 후 매출 급성장 배경 주목

 

우연의 일치일까. 이듬해 SYS리테일의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이 49억8000만원에서 101억1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8억9000만원 적자에서 32억8000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새롭게 주주에 포함된 홍 회장의 두 자녀들이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도 SYS리테일 측은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2016년 홍 회장이 두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했다. 승계 목적도 있지만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며 “국세청에 증여 사실을 신고하고 관련 세금 역시 완납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까지 홍 회장이 보유한 SYS리테일 지분은 29.8%였다. 2세들에게 증여하고 남은 7.44%를 제외하면 22.36%로, 두 자녀들이 새로 넘겨받은 지분 30.34%와 맞지 않는다. 기타 주주나 법인 중에 일부가 홍 회장의 자녀들에게 추가로 넘어갔다는 얘기가 된다. SYS리테일 측은 “기타 주주로 있는 친인척 중에서 8%가 넘어간 것이 맞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때문에 사정기관 일각에서는 ‘무늬만’ 책임 경영이고, 실상은 2세 승계를 위한 편법 증여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홍 회장이 최대주주인 SYS글로벌을 통해 사실상 SYS리테일을 거느리고 있다. 홍 회장뿐 아니라 기타 주주 역시 친인척으로 내부 경영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2016년 회사 경영 상황이 호전될 것을 알면서도 두 자녀에게 지분을 승계했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편법 증여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랜드 신화’ 일군 홍봉철 회장 리더십도 ‘흔들’ 

 

홍봉철 SYS리테일 회장은 국내 가전 양판점의 ‘선구자’로 불린다. 지금은 전자랜드의 매출이 후발주자인 롯데하이마트에 비해 크게 밀린 상황이지만, 한때 용산 전자랜드 건물은 인근의 ‘랜드마크’가 됐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다.

 

홍 회장은 고려제강 홍종렬 창업주의 4남이다. 형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제강·용접 분야 사업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홍 회장은 1988년 일본 아키하바라를 벤치마킹한 전자 양판점으로 ‘홀로 서기’에 나섰다. 국내 최초로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체제의 양판점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국내외 전자제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전자제품 전문점으로 국내 전자유통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21 매장 내부 모습 © 시사저널 박정훈

때문에 전자랜드는 여러 차례 유통 공룡들의 인수 타깃이 되기도 했다. 롯데와 신세계그룹이 경쟁적으로 전자랜드 인수를 저울질했다. 전자랜드를 인수할 경우 매출 상승뿐 아니라, 사업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는 2012년 6월 전자랜드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자산 실사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신세계는 최종 실사 단계에서 인수를 포기했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시 롯데쇼핑이 추진 중인 하이마트 인수가 무산되면서 신세계 역시 전자랜드의 인수를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전자랜드는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강산이 변할 만큼 시간이 흘렀다. 여기에 맞춰 전자랜드 측은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국내 가전 양판점 1호’라는 자존심을 회복하고, 갈수록 벌어지는 하이마트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복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 회장 일가가 최근 거액의 배당금을 타갔고, 2세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적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009년 이전에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이 흑자일 때도 SYS홀딩스는 4억2200만원 수준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20% 전후”라며 “당기순손실로 배당성향조차 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배 이상 배당금을 타갔다는 것은 재계에서도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SYS리테일 측은 “2012년 이후에는 전혀 배당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자랜드는 과거 장기간 적자 경영에서 탈피하면서 작년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때도 배당은 없었다”며 “리테일은 향후 신규 매장과 매년 신입직원 채용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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