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최대 리스크는 ‘이재용 구하기’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8 15:15
  • 호수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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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家 후계자들 (25) 삼성그룹] 장기 수감에도 이재용 ‘원톱 위상’ 불변…이부진·이서현과의 경쟁 가능성 낮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상무보 시절인 2002년 9월 미국 뉴욕주 크로톤빌에 위치한 GE(제너럴일렉트릭) 리더십개발센터에서 한 달가량 교육을 받았다. 크로톤빌 연수원은 GE의 ‘경영 사관학교’로 불리는 곳이다. 교육에서 이 부회장은 잭 웰치 전 GE 회장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전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만 46세 최연소로 GE의 수장에 오른 잭 웰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적절한 매각 타이밍, 적절한 기업 인수·합병으로 GE를 단숨에 세계 최고 기업에 올려놓았다. 이 부회장이 2014년부터 삼성에서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을 벌이는 것도 잭 웰치식(式) 경영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선택과 집중’은 삼성의 후계구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태어날 때부터 삼성의 적통을 이을 기대주였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형제간 치열한 내부 경쟁을 뚫고 회장에 오른 반면, 이 부회장은 외아들이어서 태어날 때부터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과정 모두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2007년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을 폭로하면서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제기한 것이 시작이었다면, 이 부회장 구속의 단초가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의 중심에도 결국 ‘경영권 승계’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2015년 6월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축하 만찬에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이 참석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3남매 간 계열분리 점쳐지기도

 

다시 말해,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삼성그룹의 최대 위험요소는 경영권 승계다. 기업 규모는 커졌는데, 현행 상속·증여세법을 지켜가며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에, 불법·편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업 상장 등으로 늘어난 외부 지분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현재 삼성 내에서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이견은 없다. 사실상 부동의 ‘원톱’이다. 1991년 삼성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남매들 중 가장 빠른 2001년에 상무보를 달았다. 입사 후 이듬해인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1995년부터 1997년까지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다녔다. 학업을 끝마치고는 삼성으로 돌아와 2003년 경영전략담당 상무, 2007년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 2009년 부사장, 2010년 사장을 거쳐 2012년 부회장에 올랐다. 지난해 6월에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취임하면서 책임경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바로 아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이 부회장과 같은 해에 삼성에 입사, 2004년 호텔신라 상무보, 2005년 호텔신라 경영전략담당 상무, 2009년 전무를 거쳐 2010년 호텔신라 대표이사(사장)에 취임했다. 막내 동생인 이서현 사장은 2005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상무보를 거쳐 2009년 전무, 2013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에 올랐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꾸고, 삼성물산과 합쳐지면서 현재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을 맡고 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이재용 부회장은 이변이 없는 한 삼성의 후계자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2010년 동생인 이부진 사장이 이 부회장보다 먼저 계열사 대표이사(등기이사)에 선임되고 그해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 입점시키면서 잠시 기류가 바뀌는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그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이건희 회장은 두 딸의 손을 꼭 잡고 기자들 앞에 서서 “우리 딸들 광고 좀 하겠다”고 말해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CES는 이 회장이 2008년 4월 삼성 비자금 사태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처음 활동을 재개한 행사였기에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이를 두고 당시 삼성 내에서는 남매간 계열 분리가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그리고 그해 12월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이 회장이 아들(이재용 부회장)과 맏딸(이부진 사장)을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이러한 관측은 더욱 힘을 얻었다.

 

때마침 재계에는 “이재용 사장이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 회장의 속마음은 따로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인사에서 이부진 사장은 전무에서 2단계나 파격적으로 승진한 것도 모자라 삼성의 지주회사 역할을 한 삼성에버랜드 사장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까지 겸직했기 때문이다. 당시 재계에는 전자·금융·소재 부문은 이재용 부회장, 호텔·유통·화학 부문은 이부진 사장, 패션·광고 부문은 이서현 사장의 몫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삼성은 “계열분리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재계는 2대에 이르러 삼성이 CJ와 신세계 등으로 세포 분열한 것처럼, 3대에도 계열분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거라고 봤다.

 


 

‘GE식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이부진 사장 입지 좁아져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것이다. 이 회장이 병석에 누우면서 삼성의 후계구도는 크게 요동쳤다. 위기에 직면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그 사이 두 딸의 그룹 내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화됐다.

 

2014년 11월 이재용 부회장은 ‘GE식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2015년 10월에는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삼성SDI 케미칼 부문을 롯데그룹에 팔았다. 매각 대상 중 상당수가 화학부문으로, 그전까지 그룹 내에서는 이부진 사장 몫으로 분류되던 계열사였다. 한 삼성그룹 고위 임원 출신의 말이다. “삼성토탈은 2014년까지의 막대한 설비투자로 흑자전환이 뻔히 예상된 계열사였다. 그런 회사를 헐값에 처분한 것은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굳이 팔 생각이었다면 왜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겠는가.”

 

삼성이 한화 쪽과 의사 타진부터 최종 사인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 남짓이다. 국내 대형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방산 및 화학 관련 계열사를 정리하겠다는 삼성 수뇌부의 의지가 워낙 확고했다”고 설명했다. 한화 쪽에 4개 회사를 매각하면서 얻은 수입은 1조9000억원. 매각 대금도 분할 납부 방식이다. 더군다나 이들 회사는 한화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익을 내고 있다. 이로써 이부진 사장의 행동반경은 호텔신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를 한화에 넘기면서 935억원만 손에 쥐었을 뿐이다.

 

이서현 사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5년 말 그룹 정기인사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오르면서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에서는 물러났다. 이 사장 역시 행동반경은 패션부문에 머물러 있다. 더군다나 삼성은 지난해까지 제일기획의 해외 매각을 추진했었다. 일단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매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추후 얼마든지 재개될 수 있다.

 

실적도 좋지 못하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호텔신라에서 매출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면세점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호텔신라 영업이익은 789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7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이서현 사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상황이 더 좋지 못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45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한 해 전 적자폭(89억원)보다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다행히 올 상반기에는 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제일기획 시절부터 이 사장은 경영에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지금의 패션부문 실적도 업계 불황보다는 이 사장의 경영 능력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분상으로 볼 때, 이부진·이서현 두 사람이 이재용 부회장을 뛰어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부진·이서현 자매는 삼성물산 지분 5.47%(이하 올 2분기 기준)씩만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는 17.08%를 보유한 이 부회장이다. 이건희 회장도 지분은 2.86%에 불과하다. 상속 과정에서 아버지 지분과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지분(0.83%)을 합쳐도 이 부회장과 자웅을 겨루기는 힘들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둘째 줄 오른쪽 두 번째)등 삼성가 가족들이 2012년 7월29일 새벽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실적 부진으로 이서현 사장 활동반경도 제한

 

이부진 사장이 대표로 있는 호텔신라는 삼성생명(7.5%)과 삼성전자(5.1%)가 대주주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보다 지분 면에서 많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삼성물산의 지분이 많기 때문에 경영권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의 미등기임원에 불과하다.

 

이재용식 선택과 집중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그리고 바이오로 대표되는 신수종 사업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이부진 사장은 호텔과 면세점, 이서현 사장의 역할은 패션부문에 제한될 거라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은 지금은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보유자산을 활용해 호텔신라 지분을 대거 취득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룹에서 분리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물산 보유 지분을 팔고 호텔신라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삼성물산이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시급히 처분할 필요까지는 없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부진 사장이 건설·상사·리조트·급식·식자재 유통 등을 아우르는 그룹 서비스 부문을 총괄하는 밑그림이 그려졌지만, 현재 삼성이 물산 내 건설부문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있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과거 삼성에버랜드가 담당했던 리조트·급식·식자재 유통은 호텔신라와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삼성물산의 사업부문 분리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서현 사장 역시 삼성물산이 사업 부문 정리를 통해 패션부문을 분리해야만 별도 경영을 꿈꿀 수 있다.

 

대외적으로도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물려받았다. 올 3월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사퇴한 배경을 놓고 아들과의 갈등설이 돌았던 것 자체가 이 부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한층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움미술관은 삼성문화재단 소속이다. 

 


삼성그룹 가계도

이재용 부회장 두 자녀는 고2, 중1 재학 중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3남인 이건희 회장이 그룹 총수 자리를 거머쥐게 된 데는 고(故) 신현확 전 총리(전 삼성물산 회장)와 고(故)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두 사람은 이병철 창업주가 각별하게 아끼는 인사들이었다. 개인적으로 홍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장인이다. 이 회장은 홍 전 회장의 맏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의 사이에 1남2녀를 뒀다. 이재용 부회장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와 1998년 결혼했지만 성격차를 이유로 2009년 2월 협의 이혼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1남1녀가 있다. 아들 지호군은 고등학교 2학년, 딸 원주양은 중학교 1학년에 각각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진 사장은 연세대 아동복지학과를 나와 삼성에 입사한 후, 이건희 회장 경호원으로 근무한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을 만나 1999년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두 사람 역시 성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별거에 들어갔으며 현재 이혼 소송 중이다. 최근 서울가정법원은 두 사람의 이혼 소송 1심 재판에서 이 사장이 임 전 고문에게 86억원의 위자료를 주고 결혼생활을 끝내라고 판결했다. 현재 임 전 고문은 1심 선고에 불복, 항소한 상태다.

 

이서현 사장은 그룹 내 ‘패션통’이다. 서울예고를 나온 뒤 미국으로 건너가 디자인으로 유명한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2000년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 사장과 결혼했다. 김 사장은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의 동생이다. 김 사장은 웨슬리언대를 졸업한 뒤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정치학석사를 마쳤다. 경영학석사(MBA) 과정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밟았다. 현재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는 삼성의 스포츠사업 부문을 김 사장이 총괄할 거라는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도 자신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후계자로 김 사장을 낙점했다고 알려졌다. 김 사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 청운중 동창으로 학창 시절 매우 가깝게 지낸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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