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A 멈춘 까닭이 이 부회장의 징역이라고?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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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애플․구글은 부사장이 인수합병 총괄 비교

 

“삼성의 인수합병(M&A)이 올스톱됐다.”

 

주요 언론들이 최근 이와 같은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8월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직후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일간지는 물론 SBS, MBC 등 주요 방송사도 한목소리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8월까지 삼성전자가 이룬 M&A는 ‘0건’이다. 2015년에 3건, 지난해에 6건의 M&A를 성사시킨 것과 비교하면 분명 차이가 있다. 언론들은 M&A 수레바퀴가 멈춘 이유로 총수의 부재를 꼽았다. 사령탑이 없으니 거액의 계약을 성사시킬 수 없다는 논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오너 리더십 공백 상태가 현실화 된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의 모습.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총 지분율 중 50%가 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세가 늘어날 것 이라는 관측과 함께 이 부회장의 '옥중경영' 강화와 전문경영인을 통한 비상 경영 시스템의 마련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이재용 징역형 이후 “삼성 M&A 올스톱됐다?”

 

그렇다면 다른 글로벌 IT기업들도 총수가 직접 M&A를 챙기고 있을까. 일단 재계에서 총수라고 하면 재벌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오너를 가리킨다. 반면 외국에서는 총수란 개념 자체가 없다. 우리나라와 같은 재벌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총수와 비슷한 법적 개념을 찾을 순 있다.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동일인’이 그것이다. 동일인은 특정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사람 또는 법인을 가리킨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과 남동일 과장은 “동일인은 자연인(사람) 또는 법인이 될 수 있다”면서 “동일인이 자연인인 경우 일반적으로 총수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5월1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포스코는 동일인이 ‘포스코’ 법인 그 자체다. 반면 롯데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동일인으로 등록돼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삼성은 이재용이 사실상 그룹을 지배함에도 불구하고 동일인이 이건희로 지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총수 지정하는 기준 중 하나는 ‘소유주식 지분율’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동일인을 지정하는 기준에는 ‘소유주식 지분율’과 ‘지배적인 영향력’ 등 두 가지가 있다. 남동일 과장은 “주식 지분율이 정량적인 기준이라면 영향력은 정성적인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량적인 기준을 토대로 외국 IT기업의 총수를 살펴보자.  

 

삼성의 최대 라이벌 애플의 경우, 2011년부터 애플 이사회를 이끌어온 아서 레빈슨 의장이 최대 주식 보유자다. 글로벌 금융전문사이트 인베스토페디아(Investopedia)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레빈슨 의장이 갖고 있는 애플의 주식은 113만 주다. 이어 팀 쿡 애플 CEO가 90만 주를 보유해 2위에 올라 있다. 

 

즉 주주 구성으로 보면 레빈슨 의장이 애플의 총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애플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팀 쿡 CEO다. M&A 부문은 또 다르다. 애플의 M&A를 총괄하는 사람은 레빈슨 의장도, 쿡 CEO도 아닌 아드리안 페리카(Adrian Perica) 부사장이다. 

 

 

애플은 팀 쿡 CEO 아닌 부사장이 M&A 총괄

 

페리카 부사장은 애플 이사회의 임원도 아니다. 하지만 “언론에 자주 노출되지 않아도 기업 인수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애플의 프로그램 개발자 데이브 마크가 2014년 5월 블로그에 쓴 말이다. 또 CNBC에 따르면 페리카 부사장은 2013년 봄에 전기차 회사의 인수건을 두고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난 적도 있다. 

 

만약 영향력을 토대로 총수를 꼽는다면 스티브 잡스 전 CEO가 첫 번째일 것이다. 그는 2011년 8월 CEO 자리에서 물러났고, 두 달 뒤인 2011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그 뒤를 이어받은 사람이 지금의 팀 쿡 CEO다. 그런데 M&A 성과는 쿡 CEO 체제 아래에서 더 활발해졌다. 애플이 지금까지 성사시킨 M&A는 총 87건인데, 이 가운데 잡스 사후에 이뤄진 건수가 약 50건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M&A를 전두지휘하는 사람은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CBInsights)는 2014년 10월 “나델라가 2014년 2월 부임한 뒤로 M&A가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비즈니스 전문 SNS ‘링크드인’의 인수를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인수금액은 262억 달러(약 29조원)로, 마이크로소프트 M&A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6월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애플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신제품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빌 게이츠가 손 뗀 MS, 현 CEO가 M&A 전담  

 

나델라 CEO는 이사회의 임원 중 한명이다. 그의 마이크로소프트 주식 보유량은 지난해 10월 기준 개인투자자 가운데 3번째로 많았다. 주식 보유량 1, 2위는 각각 스티븐 발머 전 CEO와 빌 게이츠 전 회장(현 기술고문)이 차지했다. 

 

스티븐 잡스가 애플의 얼굴이라면, 빌 게이츠 전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2008년 6월에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어 자신이 맡고 있던 CEO 자리를 당시 스티븐 발머에게 넘겨줬다. 그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60여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한편 구글에서 M&A를 전담하고 있는 사람은 돈 해리슨(Don Harrison) 기업개발부문 부사장이다. 해리슨 부사장은 2015년 5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초기 M&A 계약은 내가 모두 처리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올 1월 포춘지에 “2016년 한해에만 우리 팀이 20건이 넘는 M&A를 성사시켰다”고 했다. 구글은 올해에도 7건의 M&A를 체결했다. 

 

그러나 해리슨 부사장 역시 이사회 임원은 아니다. 대주주와도 거리가 멀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주식 보유자 가운데 상위권에 있는 사람은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다이앤 그린 알파벳 이사, 그리고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등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단말기를 보며 주식 거래를 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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