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자원’의 ‘자’자도 못 꺼내게 했다”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1 17:19
  • 호수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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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前 한국광물자원공사 본부장이 말하는 MB 정부 자원외교 비화

 

최근 검찰의 칼날이 이명박 정권 시절 벌어진 적폐들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자원외교에 대한 재조사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자원외교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이란 이름으로 한데 묶여 대표적 실패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검찰이 자원외교와 관련한 수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으나 현재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검찰수사가 부실했단 얘기도 있고, 다른 일각에선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란 주장도 있다. 이러는 사이 경쟁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세계 자원전쟁에서 우리보다 몇 발짝 앞서 나가게 됐다.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자원개발이 필요하지만, 보수 정권 9년을 거치면서 오히려 ‘자원외교’란 단어는 ‘주홍글씨’처럼 돼버렸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 사업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인사들은 과연 자원외교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고 있을까.

 

강천구 전 한국광물자원공사(광물공사) 본부장은 전신인 대한광업진흥공사에 1985년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 광물공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자원외교 주역이란 이유만으로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 박근혜 정부의 자원외교 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8월21일 오후 강 전 본부장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시사저널 본사에서 만났다.

 

강천구 前 한국광물자원공사 본부장 © 시사저널 박정훈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는 정권실세들이 개입했다고 해서 지금도 국민 비난 여론이 많다. 이런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볼리비아를 예를 들어보자. 코로코로 구리 광산을 노무현 정부에서 개발에 들어가려고 했다. 볼리비아에는 구리뿐 아니라 리튬 등도 있어서 이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볼리비아가 당시 리튬 개발을 용인하지 않았다. 볼리비아는 미국과 적대적인데, 한국은 미국의 우방이지 않나.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 고위인사들이 갔는데 볼리비아 대통령도 안 만나줬고, 결국 리튬 개발에는 착수도 못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때 이상득 의원이 가니깐 볼리비아 대통령도 만나주고 리튬 개발을 허용해 줬다. 대통령 형이 직접 왔다고 하니 대우가 달라진 것이었다. 이건 꼭 필요한 일을 한 것이 아닌가. 대통령 형이 가니깐 국가적 사업이 잘 풀렸다.

 

 

국민들이 인식하기에는 자원외교에 정권실세들이 개입해 이른바 ‘해먹은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박영준 전 차관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에 연루되면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이아몬드는 국가전략 광물이 아니다. 광물공사가 그 사업에 개입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자원외교를 통해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들이 드러나면 문제가 될 텐데, 그것도 아니지 않나.

 

 

2015년 자원외교에 대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고 최근 당시 기소했던 사건들이 대부분 무죄가 났다. 이를 두고 검찰 부실 수사라는 평가도 있다.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의 강도는 충분했다고 본다. 광물공사가 2015년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었다. 오히려 수사 강도가 극심했다 보니 광물공사에서 현재까지도 자원개발에 몸을 사리고 있다. 혹시나 또 꼬투리 잡힐까 봐 말이다.

 

 

강영원 석유공사 전 사장도 배임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자원외교라는 것이 엉뚱한 곳에 헛돈을 쓴다는 인식이 강하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정부 때 투자했던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을 보자. 우리나라가 광산 지분 중 20%를 차지했고 이를 위해 29억4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1톤당 2만7000달러 하던 니켈이 2014년쯤엔 수천 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손해를 보긴 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나 기업은 그 개발은 잘한 사업이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니켈 이외에도 코발트 등 부산물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원외교는 단기간의 수익이나 결과물로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핵심 사업 중 하나인 2차 전지는 니켈, 코발트, 망간 3개가 합쳐져 구성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토에 그 원료가 확보돼 있나? 아니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해당 자원 값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2003년부터 계속 오르다가 2013년에 정점을 찍었다. 당연히 직접 광산 등을 개발해 안정적으로 자원을 수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해외 자원개발에 눈독을 들였다. 이명박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그동안 이명박 정권에서 해 오던 사업을 비핵심 사업이라고 하면서 못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원개발이 어떻게 비핵심 사업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사업성과가 좀 안 난다고 해서 마치 자원개발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낙인찍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자원의 ‘자’자도 못 꺼내게 했다.

 

 

자원개발이 왜 중요한가.

 

우리나라의 광물 자주개발률이 31%다. 일본이 50% 수준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자주개발률을 2016년까지 40%까지 올리자고 했었다. 근데 아직도 30%대 초반으로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자원도 거의 없으면서 해외 자원개발엔 신경도 안 쓴다. 이런 사실을 당국자나 전문가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자원외교 이야기만 꺼내도 죄인 취급 받으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일본은 그동안 우리나라보다 더 돈을 많이 쓰면서 자원개발을 했다. 그런데 자원 가격 떨어졌다고 누가 헛돈 썼다며 비난하나. 정책 방향성이 정해졌으면 장기적으로 그쪽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자원매장량은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물론이다. 일례로 마그네사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 때부터 계속 자원개발의 물꼬를 이어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의 5·24 조치 이후 다 끊겼다. 이후 소문을 들으니 중국이 북한 자원에 손을 대고 있다더라.

 

 

북한 광물개발이 현재 남북 대치 국면을 푸는 물꼬가 될 수도 있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이 8월23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지금은 북한의 도발로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지만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고 했다. 북한은 자원에 대해선 언제나 오케이다. 남북교류협력을 위해서라도 남북자원교류가 필요하다. 북한 지하자원 개발에 나서는 일은 안정적 광물자원 확보와 평화적 남북관계 개선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기술력이랑 자본만 있으면 언제나 오라는 기조다. 언제까지 북한과 자원 비즈니스를 꽉 막아둘 것이냐. 대놓고 북한과 자원외교를 하겠다고 공표하지는 않더라도 물밑 접촉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말도 통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데, 뭐 하러 멀리 볼리비아까지 가서 자원개발을 하나. 2011년 11월 내가 북한에 가서 희토류 샘플을 한국에 가지고 왔다. 기술연구소에서 분석을 했다. 남아공에서는 희토류 품위가 2.8%인데 중국에서는 5~6%였다. 북한 희토류는 보니깐 10.4%였다. 노다지였다. 당시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만나서 희토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 비서관이 대통령한테도 보고하라고 했다. 그런데 2011년 12월에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집권하는 등 정국이 어수선해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후 박근혜 정권이 되니 자원외교, 개발 이야기는 코빼기도 안 나오더라. 결국 희토류 사업은 그렇게 물 건너갔다. 지금도 북한 자원 중 상당량은 중국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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