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통합론’ 안철수, 누구와 손잡을까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1 17:39
  • 호수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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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바른정당 연대 여부 주목…민주당·한국당은 ‘견제’

 

지난 5월 대선 패배 후 위기를 겪던 국민의당이 우여곡절 끝에 안철수 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재차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안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강한 야당론’을 꺼낸 데 이어 최근 ‘중도통합’이라는 메지시를 던지면서 향후 자신이 이끄는 국민의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내년 지방선거까지 국민의당이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현재 야권의 또 다른 축인 자유한국당 및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주목된다.

 

안 대표는 5·9 대선 패배 이후 110일 만인 8월27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51%의 과반 득표율로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간 추대를 통한 공동대표직만 2차례 경험했던 안 대표는 ‘시기상조’라는 당 안팎의 반대를 정면 돌파, 첫 선출직 단독대표에 오르며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안 대표는 박지원 전 대표의 잔여 임기인 2019년 1월까지 당을 이끈다.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에 정치적 운명을 건 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제2창당의 길, 단단한 대안야당의 길에 나서겠다. 우리의 길은 철저하게 실력을 갖추고,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선명 야당’을 천명했다.

 

8월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안철수 대표가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安, 문재인 정부 비판 수위 높여

 

이에 따라 안 대표는 향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안 대표는 취임 첫날인 8월28일 개최한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과 국익에 반하는 일이라면 날 선 비판으로 강력하게 저지하는 야당이 돼야 한다”고 정부·여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안 대표는 “(정부·여당이) 독선의 잘못된 방향으로 무조건 질주하면 국가는 위험한 지경에 빠진다”(8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원외위원장 원탁회의)며 연일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안보, 각종 정책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당 한 핵심 당직자는 9월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취임 이후 얘기했듯이 정부·여당이 잘하는 일에는 적극 협조하겠지만, 잘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확실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특히 잘못하고 있는 데 대해선 반대만 하지 않고 우리 당만의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을 대하는 태도는 각각 다르다. 안 대표는 한국당과는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향후 선거연대 등에 있어선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안 대표는 8월29일 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홍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때) 공천도 같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로 언급하자, 정색하며 “우리는 그런 연합 공천은 안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와 달리 안 대표는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중·대선거구제 도입 △만18세 선거연령 인하 △기초선거 공천제도 폐지 등에 대한 정치개혁연대를 제안하자, “이번 정기국회 때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편을 포함한 논의가 제대로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안 대표는 또 “항상 양 극단보다 중도의 어느 지점에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존재한다. 국민의당이 열심히 노력해 왔고 바른정당도 그런 노력을 하고 계셔서 정말 반가운 마음”이라며 어떤 형태든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대표는 곧바로 8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원외 지역위원장 원탁회의 행사에서 “국민의당은 중도통합의 중심 정당이 돼야 한다. 더 큰 정당, 더 큰 국민의 당이 돼야 한다”며 “문제 해결 중심 정당으로서, 실천적 중도개혁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강한 야당의 길을 간다면 많은 분이 함께할 수 있다”고 ‘중도통합론’을 공식화했다. 이는 안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각종 연대나 정계개편 등의 상황이 도래할 경우 주도권을 쥐고 중심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의 또 다른 핵심 당직자는 “안 대표는 단순한 제3당이 아니라 민주당과 한국당과는 구분되는 제3의 섹터, 세력을 만들어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다당제를 안착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한국당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바른정당과는 앞으로 때와 상황에 따라 연대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지 않겠느냐. 다만 지금은 서로 실력과 세력을 확장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정책연대나 선거연대 등에 대한 얘기를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선거연대 이야기가 나올 시기가 아니다”며 “지방선거 진용을 갖추는 것이 먼저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중심을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安, 제3세력 만들어 다당제 안착시킬 것”

 

안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일단 여권은 별다른 맞대응을 하지 않은 채 덕담을 건네며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 대표 당선 직후 전화를 걸어 “안 대표가 항상 새정치를 많이 말씀하셨다. 이제 새정치 리더십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당선을 축하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8월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에) 새 지도부가 출범한 만큼 여당과 정부는 기분 좋게 긴장하고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안 대표가 ‘중도통합론’을 제기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각 세우기를 노골화하자 불편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안 대표의 ‘중도통합론’은 독자생존을 하기 위한 것이지만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며 “안 대표가 중도통합론을 위해 바른정당 등과 연대를 모색하게 될 경우 호남 의원의 절반 이상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금방 본전이 드러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중도통합론’이 힘을 받기 위한 관건은 당 지지율이 어느 정도까지 상승하느냐와 당내에 존재하는 ‘탈(脫)호남’에 대한 우려를 얼마나 불식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현재 국민의당 지지율은 5~6%대다.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두 자릿수 지지율’ 확보와 ‘지지율 15%’ 돌파가 주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지지율이 90% 안팎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 대표의 ‘중도통합론’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실제 동교동계 원로로 안 대표의 전대 출마에 반대했었던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최근 한 라디오에 나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실적 차원에서 선거연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선거연대를) 꼭 바른정당과 해야 하느냐”며 “가능하면 뿌리가 같고 생각의 공통분모가 많은 민주당 쪽으로 하는 것이 더 괜찮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의 한 측근은 “내년 지방선거까진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자”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바른정당이 갑작스럽게 불거진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데다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국당과 연대 및 통합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 대표의 중도통합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른정당의 한 당직자는 “양측 간 물밑 접촉이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내에서도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만큼 일단 국민의당보단 한국당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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